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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집으로 - 내가 영원히 살 더 나은 본향
랜디 알콘 지음, 김광석 옮김 / 토기장이(토기장이주니어)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주 특별한 경우에만 꿈을 오래 기억한다고 하는데, 나는 꿈을 잘도 기억한다. 그 내용도 엉뚱하고 몇 날 며칠 연속적인 게 아주 아동틱(때로는 유아틱)하기도 하고 드라마틱하기도 하다. 아직도 길가다 동전을 주머니 가득 주워 흡족한 상태에서 잠이 깨기도 하고, 우주 전쟁으로 인해 피난을 가려고 집을 나서는데 비가 와, 얼마 전에 인근 도서관 바자회에서 샀던 일회용 우비를 찾아 입고 헤맨다. 겨우 피난처인 대형 우주선(아마도 서울특별시 정도 되는 크기)을 발견하지만 안타깝게 추격을 당해 이동통로가 막혀 소름 돋는 공포를 체험하기도 한다. 이쯤 되면 완전 블록버스터 영화 수준인데, 여기에 좋아하는 가수 서태지와 장동건, 양동근 등을 만날 때면 거의 무아지경에 이른다. 이런 황당한 꿈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어쩌다 한 번 평온한 꿈을 꾸는데, 봄 날 새순이 가득 돋아났을 때와 같은 환한 연두 빛의 너른 풀밭과 맑은 시내, 눈부시지만 뜨겁지 않은 햇살 속에서 아무런 걱정 없이 풀밭을 구를 때면 꿈속에서조차 ‘이 곳이 천국이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앞서 장황하게 무한 상상력(?)의 극치를 보여주는 내 꿈 이야기를 적은 이유는 ‘천국’에 대한 세계적인 권위자 랜디 알콘의 「아버지의 집으로」를 읽으면서 나의 꿈을 다시 기억해보니, 교회를 다닌 지 꽤 오래 되었으면서도 꿈에서는 물론 현실에서도 ‘천국’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일이 없음을 깨달으며 깜짝 놀랐기 때문이다. 겨우 내 머릿속에 자리한 천국은 꿈에서 받은 느낌처럼 아무런 걱정 없고 어린이 찬송가의 ‘사막에 샘이 넘쳐흘러 낙원이 되며, 독사 굴에 어린이가 손을 넣고 장난쳐도 물지 않고, 사자들이 어린양과 뛰노는’정도였다. 스타들과의 감격적인 만남을 극적으로 상상하고 우주 전쟁을 세세하게 꿈꾸는데, 왜 천국을 구체적으로 그리지 못하는지 정말 의문이다. 천국은 죽으면 가게 되는 것이고, 내게 있어 ‘죽음’은 아주 먼 훗날의 일이라 생각했기에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여태 ‘천국’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고 꿈꾸게 도움 주는 대상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란 생각도 든다.
내가 지식적으로 알고 있는 천국은 몇 번의 주일설교를 통해 들은 것이 전부였기에 오로지 ‘천국’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추어 쓴 책에서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지 우려가 되었다(물론 그 우려는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저자가 앞서 출간한 ‘헤븐’이라는 책에서 발췌한 내용으로 50일 간 묵상할 수 있게 구성한 책을 읽다보면 막연하기만 했던 ‘천국’의 개념이 점점 또렷하게 다가온다. 천국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것이기 때문에 그 시작이 존재하며 과거 그리스도의 성육신이 있기 전과 현재의 신자들이 죽어서 가는 곳, 또 미래에 있을 영원한 천국(새 땅)역시 천국이라고 한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것처럼, 주님을 믿는 자들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약속한 것들을 신뢰하고 소망하며 영원히 주님과 함께 새 땅에서 사는 것을 사모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입으로 주님을 믿는다 시인하고 십일조와 주일성수 하는 것에 정성을 다하면서도 머릿속에서 당연한 일이 가슴에서 받아들이지 않거나 당장 내 앞에 산적한 일을 해결하느라 ‘영원’에 대한 약속인 ‘천국’을 너무 홀대하고 있다. 그리고 우주만물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복음’이 마치 인간들에게만 적용되는 특혜인 것처럼 여기며 거들먹거리고 방종하게 생활한다. 끝을 향해 갈수록 신앙인으로써 너무 안일하게 생활했던(이 정도로 신앙생활을 하면 당연히 천국에 갈 줄 믿고 있었던) 나를 돌아보게 되어 한없이 부끄러웠다.
‘천국’은 아직도 내게 막연한 곳이지만, 내가 자식의 장래나 우리 부부의 노후를 대비하는 것처럼 ‘천국에서의 삶’도 기대하며 준비하는 마음으로 다시 한 번 50일의 묵상록을 대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