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스무 살.

  내 스무 살을 더듬어 기억하게 만든 「스무 살, 도쿄」. 사람의 기억력이란 참으로 묘한 것 같다. 처음엔 17년이나 되는 까마득히 오래 된 일(?)을 기억하려니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더니만, 가만히 눈을 감고 호흡을 고르니 하나, 둘 떠오르는 기억이 생생한 게 꼭 어제오늘 일어난 일과도 같이 느껴진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상호신용금고에 취업해 내가 직접 돈을 번다는 것에 대해 뿌듯함을 느꼈고, 서태지와 아이들에 열광했다. 한겨울에도 블라우스 한 장 걸치고 돌아다니면 춥다는 느낌보다는 시원하다는 느낌을 먼저 받았고 학창시절에 용돈이 없어 실컷 보지 못한 만화책을 원 없이 빌려 보았다. 입사동기와 카페란 이름이 붙은 장소에 가서 어색함을 표현하지 않으려 무지 노력했고, 한참 선배인 어른(? 스무 살의 나는 어른이란 생각을 하지 못했다.)들을 따라 현란한 나이트장에도 가보고, 유행하던 볼링장에 가서 자꾸만 레일을 벗어나 골로 빠지는 공을 숱하게 뿌리기도 했던, 낯설음과 재미가 뒤섞여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도 몰랐던 시기였다.

  「스무 살, 도쿄」는 음악평론가가 꿈인 주인공 히사오가 재수학원을 다녀 도쿄에 있는 대학에 입학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따분한 도시 나고야를 떠난 후, 20대의 마지막까지의 여정을 그려낸 이야기이다. 대학에서 레몬과도 같은 상큼한 첫사랑에 빠져도 보고, 가정형편으로 대학을 중퇴하고 광고대행 회사의 프리랜서 카피라이트가 되어 힘든 사회생활을 경험하며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서울이 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되어 나고야 올림픽 유치 기대가 무너진 일과 존 레논의 사망,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등 굵직굵직한 세계사와 사건사고가 함께 등장해 읽는 재미를 더해 주었다.

  히사오의 20대는 나의 20대와 참 대조적이다. 언니가 결혼을 하면서 처음 내 방이란 것을 가져봤고, 첫사랑의 꿈보다는 순정만화의 가슴 설렘이 더 좋았었다. 참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조차 해 보지 않고 부당하다 싶으면 상사와 수없이 부딪치며 전투적인 직장생활을 하며, 진정한 봉사의 기쁨을 알아가던 것이 나의 20대였다. 많이 다른 반면, 새로운 것에 대해 두려움보다는 기대와 설레임이 먼저 들고 좋아하는 것에 빠져드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는 것에서는 공통점을 찾았다.

  특별한 계기가 없으면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인데,「스무 살, 도쿄」의 히사오를 통해 내 젊은 날을 더듬어보고 ‘맞다, 나도 그랬지!’, ‘어휴, 내가 왜 그랬을까?’를 수없이 되뇌일 수 있었던 것은 참 신선한 경험이다. 과거의 내가 현재의 오늘을 만들어 놓았으니, 지금의 나는 미래의 나를 어떻게 만들어 놓을까?

  이십 년 쯤 후에 오쿠다 히데오가 ‘마흔 살, ⨉⨉’를 내놓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잠시 가져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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