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다면? 없다면! 생각이 자라는 나무 12
꿈꾸는과학.정재승 지음, 정훈이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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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동화작가 ‘배빗 콜’의 동화는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인 나도 푹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재치와 재미로 가득한 동화를 읽다보면 어느새 공부라는 생각도 못한 상태에서 과학적 지식을 얻기도 하고, 사람들 사이의 관계성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만든다. ‘엄마가 알을 낳았대!’라는 동화에서는 어리숙한 부모님이 등장해 아기는 공룡이 가져다주거나, 붕어빵을 굽듯이 구워내고, 화분에 씨앗을 심고 물을 주어 자라게 하거나, 엄마가 소파 위에 알을 낳아 부화가 되는 등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성교육을 아이들에게 해준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이 어떤 아이들인가? 유치원에서, 학교에서, 책에서 배운 지식이 대단해 엄마아빠에게 역으로 성교육을 시켜준다는 재미있는 이야기이다. ‘좋은 꼬맹이 고르기-아이들이 작동하는 법’에서는 꼬맹이를 가질 수 있는 네 가지 방법을 소개하는데, 그 첫째가 직접 만든다, 둘째가 기존 제품에서 고른다, 셋째가 꼬맹이를 빌린다, 넷째가 통신 판매로 주문을 하는 것이다.

  사실 재미있게 읽기는 하지만, 내용 전체가 아무런 거리낌 없이 모두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세상에, 아기를 찍어내고, 화분에서 키우며 통신판매로 주문을 하다니... 말세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그런데, 정재승(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교수가 지도하는 학생들과의 엉뚱한 상상력의 집합체 「있다면? 없다면!」에서는 가까운 미래에 그런 일이 실재로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문을 연 ‘무럭무럭 유기농 아기 열매 과수원’에서는 싱싱한 아기 열매를 보장할 모든 서비스를 제공한다. 온도와 영양 등등.. 아기는 반투명 액체로 가득 차 있는 수박만한 크기의 열매 속에서 세상에 나올 때까지 떠다닌다. 아기 감별사가 다 익은 열매를 따서 수술을 하면 아기는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 내 손으로 직접 아기 열매를 키우고 싶은 부모는 아기나무 화분을 구매해 정성을 다해 키우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지나친 상상력일 뿐일까? 그렇지 않다. 이미 20세기 초에 영국의 소설가는 인공 자궁을 예언한 소설을 썼다. 그 후 1990년에 일본에서 최초의 인공 자궁이 실현되고 우리나라에서도 2004년에 인공 자궁을 성공적으로 만들었다고 하니, 상상이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아기 나무 열매와 같은 인공 자궁은 여성을 자유롭게 할 수 있을지 모르나, 임신과 출산이 단순한 생산의 의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기와 엄마가 관계를 맺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함을 짚어주고 있다.

  이 외에도 만약 하늘에서 주스비가 내린다면? 방귀에 색깔이 있다면? 태양이 두 개라면? 사람의 혀가 두 배로 길어진다면? 입이 배꼽 옆으로 이사 간다면? 등과 같이 만약에∼, 만약에∼ 하고 즐거운 상상을 할 수 있는 열일곱 가지의 기발하고 흥미로운 상상들이 가득한 「있다면? 없다면!」. 서문의 ‘엉뚱한 상상이 상상으로만 그치지 않고 치밀한 과학으로 되짚어 봄으로써 과학적 상상력으로 충만한 예비과학자로로 성장해 주길 바란다.’는 정재승 교수의 말씀은, 엉뚱함에 의미가 담길 때 ‘상상+과학=기쁨’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배빗 콜의 동화를 읽고 내게 동생을 사달라고 조르던 딸아이에게 ‘그건 꾸며낸 이야기일 뿐이야.’라며 진정시켰는데,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장 ‘아기나무 화분’을 사달라고 할까봐 겁이 난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 까지는 나 혼자 즐거운 상상의 세계에서 놀아 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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