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60분 당신의 아이는 안전합니까 - 내 아이를 범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필수 매뉴얼
KBS 추적60분 제작팀 엮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나는 동사무소 주민자치센타에서 NIE(신문활용교육)를 지도한다. NIE를 처음 접하면서 NIE가 가진 많은 장점에 푹 빠져 무척 즐겁게 배웠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도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도 가끔은 정말 다루고 싶지 않은, 그래서 피해가고 싶은 시사를 접할 땐 고민에 빠지게 된다. 강의 대상이 아이들인지라 어린이를 장사 수완으로 이용해 이득을 취하는 사람들과 어린이를 상대로 한 끔찍한 범죄가 그것이다. 내가 싫다고, 외면하고 싶다고 해서 다루지 않으면 안 되기에 정말 어쩔 수 없이 하는 경우가 많다.

  몇 달 전, 온 국민의 분노를 자아냈던 안양 초등생 살인사건에 대한 기사를 주제로 어린이 안전에 대한 NIE수업을 진행할 때 일이다. 납치 유형을 알아야 대처할 수 있어서 그 예를 들어주는데, 아이들이 신(??)이 났다.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것을 너나 할 것 없이 들려주는데, 정말 내가 조사하고 알고 있던 유형보다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어떻게 그런 걸 다 아냐고 물으니 ‘추적60분’에서 보았단다. 그래서 알고 있는 것을 항상 기억해 두었다가 만에 하나라도 있을 위험에 대비하길 바란다고 마무리를 했다.

  그 일이 있고 며칠간은 동네 엄마들 사이에서도 모임에서도 ‘추적60’분이 단골메뉴가 되어 아이를 안전하게 지키고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야기했다. 시간을 내지 못해 인터넷으로도 방송을 보지 못해 아쉽던 차에 ‘추적60분’의 ‘스쿨존이 위험하다’ 방송내용이 그대로 책으로 나왔다. 「당신의 아이는 안전합니까」는  어린이 상대의 강력범죄의 빈도와 수위가 점점 높아져가고 있는 이때에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범죄자들이 즐겨 쓰는 수법을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보고, 미연에 예방할 수 있게 구성되어져 있다. 실험을 통해 유괴와 납치에 대한 안전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행동으로 연결되는 것을 보고 교육의 힘이 얼마나 큰가를 알 수 있다.

  마슬로우의 인간의 5단계 욕구를 보면 생리적 욕구 다음이 안전에 대한 욕구이다. 생명에 위협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그 다음의 고차원적인 욕구에 대해서는 눈과 귀와 입이 닫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최선의 방법인 예방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 사회가 취한 방법이 너무 극단적이어서 또 다른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남편과 함께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나는 귀엽고 예쁜 아이를 보아도 표현을 할 수 없다. 지나가는 사람을 몇 초 이상 보아도 위험인물로 찍힐 수가 있다. 의심의 눈초리 때문에 혼자가 아니면 엘리베이터 타기도 겁난다. 이러한 사회가 지속되어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사회가 지속된다면 우리 사회에서 강령범죄가 사라지기는커녕 더 가속화되고 강력해질 것이다.’라며 한탄을 했다. 범죄자들 때문에 대부분의 선량한 사람들이 받는, 하지만 주목받지 못하는 스테레스가 얼마나 클지 짐작이 간다. 이 때, 남편의 말이 옳다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수긍하지 못했던 것은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느라 문제에 민감해져 있었고, 아무래도 아빠보다는 감정적으로 걱정을 더 키우고 사는 딸 가진 엄마이다 보니, 조심스런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었다. 진화는 생태계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각종 범죄에서도 계속되고 있으니, 우리가 처한 현실이 정말 암담하다.

  그렇다면 이런 사회적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까? 이 일로 많이 고민하며 내 스스로 내린 결론은 바로 ‘정을 되살리자’이다. ‘정’하면 우리사회를 이루는 근간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이 ‘정’이 자꾸 메말라가고 있음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정’을 되살리는 일, 그 시작은 의외로 어렵지 않고 간단하다. 생활형태의 변화로 이웃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산지는 이미 오래이다. 처음엔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좀 뻘쭘 할 수 있지만, 내가 먼저 이웃에게 인사하고 웃어준다면 차츰차츰 알고 지내는 이웃이 많아질 것이고, 아무래도 인사하고 다가서는 이웃에게 조금이라도 관심이 더 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일이 확장된다면, 서로 음식을 나누기도 하고 일상의 소소한 문제를 의논하며 친분을 쌓을 수 있다. 그러다 보면, 낯선 이가 이웃의 아이에게 수상한 접근을 시도할 때도 관심 있게 바라보고 몇 동 몇 호에 사는 아무개가 귀가 시간이 늦었을 때, 어딘가에서 보았다며 정보를 제공하고 적극적인 도움을 받을 수도 있게 된다.

  내 아이만의 안전을 위한 대책은 결코 문제의 해결점이 될 수 없다. 맘먹고 덤비는 자를 어떻게 당해낼 수 있을까? 내 아이가 행복한 세상을 살려면, 사회 전체가 건강해져야 한다. 정이 넘치는 건강한 사회에서 행복한 삶을 누리는 내 딸을 그려보며, 오늘도 먼저 웃으며 인사하는 내가 되고자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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