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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명상 - 내 안의 1%를 바꾼다
대안 지음 / 오래된미래 / 2008년 4월
평점 :
먹는 행위는 나를 가장 지치게 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먹기 위해 행해지는 모든 번거로움이 가장 힘들고, 먹고 나서 깔끔한 뒤처리를 하는 것이 그 다음이며, 마지막으로 먹는 것 역시 그다지 즐거움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나와 정 반대의 식생활 습관을 가진 남편은 하루 세 끼는 꼭 밥을 먹어야 하며 분식은 끼니에 속하지 않아 먹었어도 다시 식사를 해야 한다. 간식도 보통 사람의 한 끼 식사 이상 먹고 포만감을 느껴야 먹는 것에 대한 집착이 사라진다. 달라도 이렇게 다를까? 육식을 좋아하는 남편과 육식을 전혀 하지 못하는 나, 기름 냄새를 좋아하는 남편과 끔찍하게 싫어하는 나(연애 시절의 에피소드 ; 비 오는 날 어느 골목을 지나는데 삼겹살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나와 남편은 동시에 이렇게 말했다. ‘야, 침 넘어간다!’ & ‘어휴, 지독한 냄새!’ ). 그래서 나는 안 먹더라도 남편과 아이를 위해 양념육이나 스테이크, 반찬을 반찬전문점에서 구입해 식탁을 차리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결혼 9년차 주부의 이름이 부끄러울 수 있지만, 애써 태연한 척 하는 것은 나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 때문이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어떻게든 맛난 밥상을 차려보겠다고 장장 6개월의 시간(인고의 시간이었음)을 요리학원에서 보냈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얻은 것은 조리기능사 자격증 두 개 뿐, 여전히 내가 손 댄 음식은 하나 같이 그 맛을 보장하지 못하니 어쩌란 말인가.
그럼에도 먹는 것에 관련해서 무신경하게 굴 수 없는 이유는 생물학적 에너지원인 음식이 없다면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왕이면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식탁 위의 명상」을 만났다.
산야초와 사찰음식을 통해 바른 몸과 마음을 가꾸는 건강컨설팅 강의를 하시며 식품영양에 대한 연구도 하시는 저자 ‘대안스님’은 사찰음식이 우리나라의 오랜 역사를 통해 이어져 온 건강밥상이며, 건강한 몸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건강한 식단과 식생활습관 전반에 걸친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자연의 일부인 인간이 자연의 흐름에 따라 자연이 공급하는 것을 섭취하는 것이 섭생의 기본이며, 음식이 내 안에 들어오기 까지 거치는 모든 과정에 감사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식생활습관을 바꾸는 첫 번째 관문이 될 것이다.
자극적인 향신료와 조미료, 감미료로 사람들의 입맛을 바꾸어 놓은 요즘의 먹거리에는 음식의 재료가 되는 것 본래의 맛과 향기는 모두 사라지고 천편일률적인 맛이 난다. 하지만 사찰에서는 다시마와 표고버섯, 계피, 들깨, 솔잎, 녹차 등을 이용해 자연이 가진 맛 그대로를 살린 식탁을 차린다.
자연에도 절기가 있듯 우리 몸에도 절기가 있어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맞는 음식을 섭취해 주어야 하기에 각각의 계절에 맞는 음식과 그 음식들이 가진 영양소와 쓰임, 조리법 등을 상세하게 소개시켜 준다.
전통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재료의 특성을 살려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발전시켜 마음에 거슬림이 없는 사찰음식을 연구하는 데에도 게을리 하지 않음이 드러난다.
이렇게 만들어진 음식일지라도 마음속에 자라는 탐욕과 악의, 성냄, 어리석음, 게으름, 의심, 원한과 같은 번뇌와 함께 섭취하면 좋은 자양분이 쌓이지 않는다. 우리 몸을 조종하는 마음을 챙겨 자연이 준 고귀한 선물인 음식을 제대로만 먹는다면 건강을 지키기 위한 다른 수단이 필요치 않다고 하니, 맑은 정신을 유지시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느끼게 된다.
지금은 책에서 소개된 건강한 먹거리와 요리법이 머릿속에서 한데 어울려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아 어지럽다. 무는 썰어두면 상온에서 쓴 맛이 나기에 바로 볶아야 하고, 된장찌개의 느타리버섯은 칼을 쓰지 않으며, 쑥 튀김은 얼음을 넣고 차갑게 해서 튀겨야 하는 등...하지만 일단은 재료 면에서 내게 거부감이 생기지 않고, 건강하고 즐거운 식탁을 차리기 위한 노력이 진정한 웰빙의 시작이라고 했으니, 나도 한 번 시도해 봐??
요리책과 명상집이 함께 한 「식탁위의 명상」이 밥상보다 내 마음을 더 움직인 듯하다.
책 속에서..
‘웰빙의 진정한 의미는 잃어버린 우리의 정신건강을 회복하고 자연으로 돌아가서 땅과 더불어 호흡하는 바른 삶이다. 자기 욕심을 덜어내고 타인을 수고롭게 하지 않으면서 어질게 사는 삶, 거기에 진정한 웰빙이 있다.’ - 4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