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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탄생 (반양장) - 대학 2.0 시대, 내 젊음 업그레이드 프로젝트
이어령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화제의 신간 「젊음의 탄생」을 읽다보면 세 번 놀란다. 먼저 인터넷과 신문에 연일 보도되는 책 소개를 보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지!’ 하며 내심 기대하지 않았는데, ‘먹을 것’이 너무 많다는 것에 놀라고, 그 다음엔 76년 노장 이어령 선생님의 ‘젊음’에 놀라고, 마지막으로 생물학적 나이에 맞지 않게 너무 늙어버린 나에게 놀란다.
15년 전, 이어령 선생님의 ‘말’이라는 에세이집을 처음 읽었을 때, 잊히지 않는 표현이 있다. 우리가 보통 반딧불이 반짝반짝 빛난다고 표현하는데, 선생님은 ‘반딧불이 흐르는’이라는 표현을 쓰셨다. 유행가 가사 ‘♬별빛이 흐르는 다리를 건너∼’를 부르고 들을 때와, 글에서 ‘반딧불이 흐른다’는 느낌은 얼마나 다른가? 이때만 해도 저자의 약력 같은 것은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그저 ‘감성 넘치는 시인’으로만 알다가, 작년에 중앙일보에 연재되었던 ‘디지로그’관련 글을 읽으면서 탄복을 금치 못하며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면서도 「젊음의 탄생」을 손에 든 이유가 이 때문이다.
젊음을 진화시키는 MAGIC CARD 9장을 한 장씩 들춰보며 그 안에 담긴 놀라운 발상과 통찰로 이전에 알지 못하던 것을 새롭게 알아가는 기쁨은 나도 모르게 책을 읽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게의 집게발 세 개가 모여 만들어진 카니자 삼각형에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우리 눈에 엄연히 보이는 가상의 삼각형은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를 향해 “높이 높이” 날 것을 촉구한다. 물음표와 느낌표의 비밀과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서 젊음이란 물음표처럼 묻고, 행동하는 느낌표이며 물음표와 느낌표가 하나 된 물음느낌표가 되었을 때 창조적인 발상이 시작된다. 먹이를 찾기 위해 어지러운 동선을 그리며 헤매는 개미가 일단 먹이를 찾으면 가장 단거리로 집을 찾아오는 개미의 동선에서 헤매지 않고는 인생에서 중요한 무엇인가를 찾고 얻을 수 없음을 말해준다. 굳이 양자택일을 강요받고 살아온 세상에서 두 가지 모두를 취한다면? 보는 사람에 따라 처음 들어온 이미지를 고착화해 오리-토끼가 오리 아니면 토끼가 되어야 하는 단순한 생각에서 진정한 지식과 진리의 양면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여 새로운 사고의 틀을 만들라. 21세기를 대표하는 아이콘은 융합이다. 이미 알려져 있는 것들을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기법 매시 업, 육각형의 벌집구조에서 발견되는 자연의 경이로움과 재료 손실을 최대한 줄이면서 인체공학적인 육각형의 연필, 그리고 연필 끝에 달린 지우개로 유연한 사고가 필요함을 말해주는 연필의 단면도, 인생은 빈칸 메우기의 퍼즐과 같아서 운명처럼 주어진 문자와 내 스스로 채워야 할 빈 칸을 어떻게 메우느냐에 따라 인생의 그림이 달라진다. 지의 피라미드에서는 선현들이 배움의 기쁨을 노래한 것과 달리 오늘의 교육에서 기쁨이 사라짐을 애통해 하고 대학은 관료주의의 벽을 허물고, 스몰그룹의 효과 살리기나 희귀성 또는 유일성을 기르는 등 그 대안을 제시해 준다. 마지막으로 둥근 별 뿔난 별에서는 전 지구적 시각과 우리의 고유문화와 전통성에서 서로의 장점을 취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
각각의 카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이어령 선생님의 해박한 지식과 얼핏 보면 서로 다른 것을 끌어다 일맥상통하게 만드는 능력에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책을 읽으며 그동안 사고하는데 쓰지 않아 거미줄이 잔뜩 쳐진 뇌가 말끔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마도 시간이 좀 흐르면 지금의 맑음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몰라도 「젊음의 탄생」이 함께 한다면 수시로 청소가 가능하겠다는 생각에 웃음이 난다. 그리고 진정한 젊음을 가르는 잣대는 살아온 세월이 아니라 유연하고 창조적인 생각을 얼마나 많이 하느냐 임을 다시금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