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두뇌를 위한 불량지식의 창고
멘탈 플로스 편집부 엮음, 강미경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딸과 함께 산책하듯 가벼운 걸음으로 삼십 여 분을 걸어가면 그림 같은 유원지 입구에 자리한 어린이도서관이 있다. 그 날의 컨디션에 따라서 짧게는 30분에서 길게는 3시간가량 독서를 하는데, 이렇게 도서관을 왔다 갔다 하는 데에는 남모르는 즐거움 하나가 숨어 있다. 한의원 의사선생님한테 걸리면 따끔한 침 한 대를 맞아야 하지만(군것질을 자주 하지 못하게 하기위해 담당 의사선생님과 무언의 약속을 했다), 비밀을 지키겠다고 크게 인심 쓰는 척하며 오가는 길목에 놓인 학교 앞 문방구에서 사먹는 ‘아폴로’의 달콤한 맛이 그것이다. 딸아이는 아직 터득하지 못한 기술(손가락으로 튜브를 살살 돌려가며 어느 정도 녹았다 싶으면 한 입에 쏙 빨아먹는)로 묘기를 보여주면 아이의 큰 눈은 더 커지고, 입에서는 감탄사의 연발이다. “엄마, 굉장하다. 엄마는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어?” 내 몸보다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딸아이의 입에 불량식품을 대 주는 엄마의 모습이 그리 모범적으로 보이지 않겠지만, 믿을만한 회사의 믿을 만하다 생각했던 식품들에게 속는 일이 다반사인 세상에 어쩌다 한 번 100원짜리 불량식품으로 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이 그리 나쁜 일이라 생각되지 않는다.

  지식도 마찬가지다. 불량식품처럼 먹어도 그만, 안 먹어도 그만이지만 알고 있으면 마음이 즐거워지고 그 지식으로 인해 모임의 분위기를 띄운다거나 심심한 일상을 그나마 건전하게 채우는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이런 지식을 우리는 어떻게 접할 수 있을까? 여기 ‘불량지식창고’를 소개한다. 번뜩이는 몽상(?)을 잡지로 탄생시킨 듀크대 동기 윌 피어슨과 맨게시 하티쿠두가 불량지식을, 그것도 인세(아마도 두둑한)를 받아가며 전파하는 주인공들이다. 지식과 오락의 경계를 허문다는 취지 아래 창간된 「멘탈폴리스」가 불량지식창고의 전신이다.

  불량지식답게 각 장의 제목도 브레드 피트가 주연했던 섬뜩한 영화 ‘세븐’을 떠올리게 하는 자만, 탐욕, 욕망, 질투, 식탐, 분노, 나태이다. 소제목이 이러하다보니 기쁨과 즐거움이 넘치는 내용은 아니다. 스스로를 위대한 작가라 칭하며 자만의 극치를 보여 준 단테, 월트 휘트먼, 뛰어난 두뇌들의 사소한 계산 착오로 인한 대형 사고들, 독재자들이 고집한 전형적인 외모(콧수염, 제복 등), 자신의 이미지에 집착했던 세계의 지도자로 벽보, 초상화, 화폐, 동상 만들기에 주저하지 않았던 카이사르, 챠우세스크, 후세인(여기에 북한의 김일성이 빠진 게 의아하다.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에 멘탈폴리스의 두 청년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나 보다)자신이 580만 달러의 복권 당첨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지급기한을 놓친 비극의 사나이, 스스로를 카사노바라 공공연하게 떠벌이고 다녔던 클라크 게이블과 윌트 체임벌린, 거짓말이 판치는 세상에서 널리 유포된 허위 사실들, 약과 술, 후식을 지나치게 즐기다 사망한 유명 인사들, 한 번도 제대로 된 직업을 가져보지 않은 유명 인사(여기엔 소크라테스와 부처도 들어간다. 놀라워라∼)들의 이야기 등 수 백 가지의 자잘한 이야기들 수백편이 실려 있다.

  각각의 글의 분량도 얼마나 친절한지... 길어야 700∼800여자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글의 분량과 각 장의 제목이 따로 있다고 해도 앞 뒤 글의 연결을 신경 써서 봐야하는 지식들로 채워진 게 아니라 어디든 펼쳐진 부분을 읽기에 전혀 부담이 없다. 이 자잘한 지식들을 재치 있게 사용한다면 분명 주변인들에게서 ‘잡학박사’의 칭호를 하사받을 것이 분명하다.

  TV채널을 아무리 돌려봐도 심심함을 달래줄 프로를 발견하지 못했을 때, 잠 안 오는 밤, 방바닥에 무수히 등과 가슴의 X-ray를 찍어댈 때, 열 받게 하는 일이 자꾸 떠올라 잠시 신경을 엉뚱한 곳으로 돌려야 할 필요성을 느낄 때, 화장실에서 변비로 고생할 때, 버스나 지하철을 기다릴 때, 약속시간보다 10분 일찍 나가 기다리는 매너를 보여 줄 때 등 수많은 자투리 시간에, 무료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 모르는 이들에게 이 ‘불량지식’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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