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치의 기술
카네스 로드 지음, 이수경 옮김 / 21세기북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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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500여 년 전에 살았던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을 쓰면서 ‘내가 여기에 쓰는 목적이 이러한 것에 관심을 갖고 이해하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것을 쓰는 데 있는 이상, 상상의 세계의 것보다 현실에 존재하는 사항을 논하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고 믿는다.’ -군주론 15장- 고 했다. 그 쓰임이 당대를 떠나 (숱한 찬성과 반대의 대립 속에서) 21세기에 와서도 영향력 있는 사람들에 의해 회자되고 있는 것을 그가 알았다면 자신의 선견과 혜안에 무척 기쁘게 생각했을 것 같다.

  카네스 로드의 ‘통치의 기술’은 앞서 언급한 ‘군주론’과 아리스토텔레스, 클라우제비츠 등 의 정치학과 통치술 등을 거론하며, 현대의 리더십의 방향을 제시해준다. 오늘날의 정치학은 통치술의 다양한 도구나 정치가가 그것을 활용했을 때 부딪히는 문제점, 또는 필요한 전략들을 충분히 다루지 못하면서 실제적인 경험과 상식, 평상시 정치적 판단의 가치를 낮게 평가해 개개인의 역량보다는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진정한 정치가는 정치학을 통한 훈련보다는 일반적이고 풍부한 교육과 넓은 세상 경험을 통해 길러져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서 요즘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한 분야에서의 인기 있는 성공인(사업가, 배우, 작가 등)이 정치권에 진출하고 있는 현상의 문제도 짚고 넘어간다. 그들은 자신이 정통하지 않은 분야의 환경과 사태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실수를 할 수 있고, 중차대한 책임이 부여된 위치에게 형편없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 국가들의 독립과 소련연방의 붕괴 등으로 인해 많은 국가들이 새로 섰으나 나약한 중앙정부로 인해 실패한 국가들이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탁월한 리더십이 발휘되어야 하지만, 문제는 이들 국가의 정치 지도자들이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사회질서가 어지럽혀져 다시금 외부 세력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기존의 국가에 새로운 국가나 지역을 합병하려면 통치자는 중요한 정치술을 발휘해야 한다. 카네스 로드는 마키아벨리가 말한 ‘덕 있는 군주’란 ‘변혁적 리더’에 대한 선구적인 개념이며, 이는 최근 몇 세기 동안의 훌륭한 정치 지도자들 중에서 시몬 볼리바르, 나폴레옹, 레닌, 마오쩌둥, 비스마르크 등 혁명가가 많음을 들면서 마키아벨리의 이론에 무게를 실어준다.

  모든 지도자의 통치술은 ‘안보’와 ‘질서’로 요약되고 이를 위해 힘쓰는 것이 지도자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또한 인간의 기본적 욕구와 직결된 ‘경제적 번영’ 역시 통치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민주화, 인권, 환경, 테러리즘 같은 세계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에 대해서도 통치술은 발휘되어야 하고 필요에 부합한 목표를 가져야 한다. 이러한 목표가 뚜렷한 리더들이 목표를 달성하는데 활용할 수 있는 통치의 도구로 법과 행정, 교육과 문화, 경제, 외교, 군사력, 정보활동 등을 든다. 입법 측면의 리더십과 조직의 활용, 체제관리의 도구로서 쓰이는 경제적 통치술(예; 화폐발행을 통해 상징적으로 국가의 독립성과 통합을 표현), 통치술의 중심에 서지 않으며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믿을만한 군사력을 유지하지 못하면 국제적 지위를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무시하지 못하는 군사력, 국가에 치명적인 안보 위협의 가능성을 예측하기 위한 정보활동 등이 그것이다.

  앞서 말한 통치의 도구가 의미하는 것을 알고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은 리더의 중요한 임무이지만 이 외에도 각각의 도구를 효율적으로 조화시켜 운용하는 것을 모르면 소용이 없다. 이를 위해 국가의 위기 상황에서 관리와, 의사결정의 형태(야심찬 목표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것, 합의, 토의), 목표달성을 용이하게 하는 정치 환경을 만들어 가는 방법, 또 환경에 따라 탄력적으로 변하는 리더십에 대해서 설명한다. 헌법적 질서의 틀 안에서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정치 체제를 확립한 변혁적 리더이자 국가 부흥을 주도한 리더로 미국 역사에서 제퍼슨, 잭슨, 링컨, 루스벨트 등을 예로 들었으니 이들의 통치 스타일을 눈여겨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 같다.

  군주라면 강한 결단력과 함께 나쁜 자가 되는 것을 배워야 하며, 더욱이 그것을 필요에 따라 사용하거나 사용하지 않는 기술을 터득해야 한다는 ‘군주론’을 떠올리면서 반발심이 생기기도 하지만, 수많은 변수와 위기상황에서 절대적 안전과 질서를 관리해야 하는 리더의 덕목에서 빠질 수도 없는 것 같다.

  오직 국가의 이익만을 위해서 일하고 공정성과 도덕성을 겸비하고 탁월한 위기관리 능력을 가진 리더를 원하는 것이 꿈에서만 가능한 일이 아니라 현실에서 가능한 일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며칠 전에 치러진 제18대 총선의 투표율은 사상 최악이다. 뽑을 사람이 없어서란 이유가 지배적이었는데, 제19대에서는 진정한 리더십을 갖춘 정치가와 성숙한 의식의 국민들이 넘쳐나길 기대하며, 읽어내기가 녹록치 않았던 ‘통치의 기술’ 마지막 책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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