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 - 시골의사 박경철이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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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봄, 담벼락과 보도 사이 시멘트 갈라진 틈에서 이러 저리 구르다가 모인 먼지더미 위로 수줍은 싹을 틔우며 말갛게 웃는 노란 민들레 한 송이나 제비꽃을 보면 가슴이 저릿저릿하다. 그 척박한 환경에서도 생명의 환희를 줄기로, 잎맥으로, 눈부신 꽃잎으로 전하는 작은 생명 앞에서 이미 가진 것에 감사할 줄 모르고, 부족하거나 없는 것을 채우려는 내 가난한 마음이 부끄럽기 때문이다.

  오늘 나는 그런 들꽃 같은 사람들을 만났다. 길가다 드문드문 보이는 한 송이 꽃이 아니라, 깜짝 놀랄 만큼 커다란 꽃 무더기를 보았다. 시골의사 박경철님의 ‘착한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에는 들꽃 같은 삶을 살며 진한 향기를 남기고 간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10년째 정기구독을 하는 월간지 ‘좋은 생각’을 통해 한 달에 한 번 만났던 시골의사의 이야기를 책 한권으로 다시 만났으니 꽃들의 향연이다.

  집안의 반대를 극복하고 결혼해서 잘 살아보겠다고 노력해 아내는 살림을 맡고 남편은 단기간에 어려운 학위를 취득했으나, 남편은 암으로 세상을 떠나 임신 중인 아내만 남은 슬픈 사연으로 만나는 남자가 모두 아빠인 꼬마 이야기, 급성 루게릭을 앓는 부인을 부축하며 마지막 가을을 맞는 중년의 부부 이야기, 부인과 네 살배기 딸아이가 모두 암에 걸려 삶의 희망을 모두 빼앗긴 가족의 이야기, 빈한한 살림에도 병원에 신세지기 싫어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의 이야기,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신장과 췌장을 떼어 주는 남자의 이야기, 장애와 정상의 경계에서 사회생활이 녹록치 않은 청년에게 찾아온 고운 사랑의 이야기들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끊임없이 퍼 주기만 하는 사람, 서로 아끼며 배려하는 사람, 아파서 고통당하다 세상을 떠난 사람, 남겨진 자들의 슬픔을 보면서 사랑이 있기에 고단한 삶도 아름다울 수 있음을, 삶이 축복임을, 세상 모두가 다 그렇게 부대끼며 사는 것이지 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그러나 그들의 고통을 돌아보지 않는 가족이나 정상인보다 부족하지만 맑고 고운 심성을 가진 사람들을 등쳐먹는 이기적인 사람들의 행태를 보면서 그렇게 밖에 살지 못하는 게 사람인가 싶어 가슴 아프고 한숨이 난다.

  버스 정거장에서, 버스 안에서, 정기검진을 하러 간 산부인과 대기실에서, 동네 아줌마들의 시끌벅적한 모임 속에서 연신 휴지조각을 손에 들고 나를 울고 웃게 만든 어여쁜 사람들의 가슴 아프고 따뜻한 사연들, ‘착한 인생, 당신에게 배웁니다’는 내게 예쁘고 착하게 세상을 살라는 속삭임을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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