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몰래 좋은책어린이 창작동화 (저학년문고) 3
조성자 글, 김준영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아무도 없는 집에서 엄마아빠 방의 문을 보며 콩닥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노력하는 은지의 표정이 너무 재미있습니다.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눈동자만 한쪽으로 굴리며 검지 손가락 두 개를 맞대고 있는 모습만 보면 은지의 계획이 성공할 것 같지 않은데... 귀여운 강아지 은발이도 내팽개치듯 방에서 쫓아내고 은지가 손을 댄 건 엄마의 요술 서랍입니다. 지갑에 돈이 없을 때도 엄마는 걱정하지 않으시고 요술 서랍에서 항상 돈을 꺼내셨으니까요. 목표물을 손에 넣은 은지는 얼른 집 밖으로 나와 평소에 사고 싶었던 물건과 먹고 싶은 것을 사 먹었습니다. 짝꿍 민경이가 가지고 온 문구 세트랑 불량식품이라며 엄마가 먹지 못하게 한 뽑기와 떡볶이 등을 사 먹고 만화책까지 한 권 샀는데도 아직 돈이 남았습니다. 이제 해도 지고 어두워져 은지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남아 있는 돈 때문에 그러지도 못합니다. 찬바람까지 불고 더 어두워지자 은지는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했던 지난 시간이 행복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엄마 돈을 훔쳤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이 자신을 손가락질 할 것을 염려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엄마 몰래’는 철부지 초등 1학년생인 은지가 먹고 싶은 것과 가지고 싶은 것을 손에 넣기 위해 엄마 몰래 돈을 훔쳤던 어느 하루의 이야기입니다.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어서 즐거웠던 마음은 잠깐이고 후회와 자기반성으로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흘러가서 혹여나 이러한 유혹에 빠졌거나 고민 중인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용기를 내어 집으로 돌아온 은지를 따뜻하게 품어준 가족들의 사랑에 긴장과 죄책감은 사라지고 그저 부끄러움만 조금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 은지는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그 일을 하기 위해 좋지 않은 행동을 할 염려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은지에게 이 날 하루가 얼마나 길게 느껴졌을지 짐작이 됩니다. 저 역시 10살 때, 이웃집에 갓 태어난 애기를 보러갔다가 배냇저고리 주머니에서 삐쭉 나와 있는 만 원짜리 지폐를 은지와 같은 마음으로 훔친 일이 있었거든요. 콩닥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무던히 애썼던 일, 가까운 슈퍼에서 물건을 사다가 들킬까봐 꽤 멀리 떨어진 슈퍼에서 새우깡 한 봉지를 사 먹고 거스름돈을 무더기로 갖고 있으면서 불안해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 일을 제 기억 속에서 지우고 싶은 심리적인 요인이 컸던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들켜서 혼 이 나거나 스스로 잘못을 말하지 않은 것은 기억이 나는데, 나머지 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는 전혀 생각나는 바가 없습니다. 이 일은 3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도 가끔 내 마음을 짓누를 때가 있기에 ‘차라리 그 때 들켜도 한 번 혼이 날걸, 엄마한테 사실대로 말할 걸’ 하는 생각을 한답니다.

  딸아이가 이제 일곱 살. 아직 돈에 대한 개념이 없지만, 앞으로 은지와 같은 일이 생겼을 때 ‘엄마 몰래’를 읽어주고 제 경험도 들려주며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 수 있게 해 주고 싶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의아하게 생각한 것은 화폐 단위입니다. 뽑기 하나에 이백 원이면 열 개에 이천 원, 거기에 친구도 하나 사줬으니 이천 이백 원이고 문구점에서 문구세트를 샀는데 아무리 싸도 천 원 정도는 할 거예요. 떡볶이도 컵 떡볶이가 아닌 이상엔 천 원 이상일 테고,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책 ‘슈가슈가룬’이나 ‘메이폴 스토리’같은 것은 거의 만원 가까이 하는데, 돈이 모자라지 않고 오히려 남는 것을 보니 요즘의 시장경제하고는 거리감이 느껴지더군요. 참고로 제가 사는 곳에서 가까운 초등학교 앞에서는 뽑기 하나에 오백 원 이랍니다. 요즘 아이들은 수학은 싫어하면서도 돈에 밝은 아이들이 많답니다. 혹여나 아이들이 읽으면서 이런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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