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꺼이 길을 잃어라 - 시각장애인 마이크 메이의 빛을 향한 모험과 도전
로버트 커슨 지음, 김희진 옮김 / 열음사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헬렌 켈러, 베토벤, 닉 부이치치, 스티비 원더, 오토다케 히로타다, 이희아 등등......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아마도 위 사람들의 공통점을 금방 눈치 챘을 것이다.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헬렌 켈러나 베토벤의 전기를 읽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없을 테니 헬렌 켈러가 삼중고를 이겨내고 보통사람도 해내기 어려운 업적을 이룩한 것과 베토벤이 음악가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청각을 잃고도 불후의 명곡을 작곡한 것을 모르는 없을 것이다. 머리와 몸통, 발가락 두 개 달린 발 하나로 세상을 감동으로 몰아넣은 닉 부이치치, 선천적 시각장애인이면서 가수로 작곡가로 연주가로 널리 이름을 떨친 스티비 원더, 오체 불만족의 오토다케 히로타다, 네 손가락의 피아니스트 이희아 등 세상의 의술과 자신의 의지로 바꿀 수 없는 신체의 약함을 딛고 삶을 충만하게, 더 나아가 다른 이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선사해준 사람들이다. 이들을 보면 ‘도대체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된다.

  ‘기꺼이 길을 잃어라’는 불의의 사고로 시각장애인이 된 ‘마이크 메이’의 끝없는 호기심과 그 호기심을 충족시켜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시각장애인이면서 자전거와 말을 타고, 전자공학과 국제학을 전공했으며, CIA와 은행에서의 경력, 시각장애인을 위한 위성위치추적시스템의 개발, 활강스키 세계기록 보유 등 여기에 다 옮기지 못할 정도의 화려한 약력은 장애가 없는 일반인도 쉽게 도전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각장애인 마이크 메이의 호기심이 마음으로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부딪치며 충족시켜 나갔다는 것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세 살 때, 아버지의 부주의로 차고에서 치우지 못한 발화성 물질에 손을 대 일어난 폭발사고로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가 겨우 살아났지만 화상으로 인해 앞을 보지 못하게 된 메이. 이 때 얻게 된 장애로 평생을 그림자처럼 살 수도 있었지만, 메이의 어머니 오리 진은 달랐다. 아들을 평범한 아이들과 함께 교육받게 하고자 동분서주했고, 장애인이라고 해서 집안일을 빼주는 일도 없었다. 남편이 술로 인해 가정을 책임지지 못하게 되자 스스로  직업전선에 뛰어들어 다섯 아이를 키우면서 어쩔 수 없는 인간적인 약함으로 화를 낼지언정 매사에 포기하지 않고 정말 치열하게 삶을 헤쳐 나간다. 이러한 어머니의 교육관과 삶의 방식은 메이에게 고스란히 흘러 세상을 향한 끝없는 탐구를 멈추지 않는다. 때로는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로 무모한 행동을 하기도 하는데, 집에서 5km나 떨어진 시내로의 자전거 여행, 누나의 새 차를 무작정 끌고나가기, 햄 라디오에 빠져 50m 높이의 탑에 구명장비 하나 갖추지 않은 채 오르는 행동 뒤에는 늘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시는 어머니가 있다. 초대받지 않은 올림픽에 기자로 자청해 눈부신 스키 실력을 뽐내기도 하고 친구의 오토바이를 무작정 끌고 도로로 나와서 교통경찰을 아연하게 만드는 장면은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이렇듯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그 누구보다도 기쁘고 정열적으로, 주도적인 삶을 살았기에 용감하고 현명한 아내와 사랑스런 아들들, 좋은 친구와 일이 늘 가까이 있어서 앞이 보이지 않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주 우연한 기회에 아내를 따라 간 안과에서 저명한 안과 의사인 댄 굿맨 박사를 만나고 ‘보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다. 사고 후, 시력을 되찾을 수 있는 길을 백방으로 알아보던 어머니 덕분에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쳤던 맥스 파인 박사에게서 수술을 세 차례나 받았지만 다시 앞을 볼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던 터라, 과학문명의 발달로 ‘각막상피줄기세포’ 이식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도 볼 수 있는 것에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이미 충만한 인생을 살고 있는데, 볼 수 있다고 해서 더 좋을 것이란 기대도 없고 수술 후 복용하게 되는 약물 부작용으로 최악의 경우에는 ‘암’에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천 년의 세월 동안 약 60여명이 기적적으로 앞을 보게 된 경우가 있었지만 그들 중 누구도 보기 이전보다 행복한 이가 없었던 회의적인 결과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보는 것’에 대한 호기심은 시간이 갈수록 커져만 갔고, 삶 자체가 도전의 연속이었던 메이에게 ‘왜 보려고 하지 않는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결국 굿맨 박사에게서 두 차례에 걸쳐 줄기세포 이식수술을 받은 메이는 수술에 성공하고 세상의 빛과 색깔을 보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얼굴과 요철, 계단을 구분하지 못하고 실제사물과 사진을 구분하지 못하는 등, 보기 이전에 예상되었던 문제들은 현실이 되고 늘 보이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종합적인 사고를 해야 하는 메이는 극도의 피곤함을 느끼게 된다. 이는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다른 방식으로 사물을 파악하고 이해해야만 하는 상황(만져보기, 색깔, 앞 뒤 상황에 비추어 예측하기, 기타 감각을 동원하여 단서를 조합)이 24시간 내내 계속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모험의 한 부분으로 시간을 갖고 해결해야할 문제로 여기고 세상을 보는 것에 감사한다.

  수술에 앞서 시작했던 시각장애인을 위한 위성위치추적시스템 ‘센데로’의 홍보와 판매망 구축으로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던 메이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 준 이는 방송을 통해 메이를 알게 되어 관심을 갖게 된 샌디에고 연구소의 파인 박사이다. 파인 박사의 연구와 과거 의학사를 총망라해 알게 된 자신의 혼란스러운 시각적 세계가 어린 시절 자연스럽게 세상과 사물과의 상호교감을 통해 익혀져야 했던 부분이 사고로 단절되어 얼굴 모습과 공간적 거리감, 사물 인지를 맡았던 신경단위와 조직 체계가 사라졌기 때문임을 알았다. 그 때문에 보통 사람처럼 보이는 것을 자동으로 인식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메이가 이제 자신이 처한 현실을 인식해 ‘더 잘 볼 수 있는 것’은 체념하고 ‘소극적 긍정’ 사고를 계속해 나갈 줄 알았는데, 틀렸다. 메이는 “나는 지금까지 시력이 좋아지기만을 기다려 왔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부분이 제대로 기능하는 부분을 따라잡기만을 기다렸지. 그 당시에는 그게 정답인 줄만 알았어. 하지만 난 더 이상 기다리고만 있지는 않을 거야.”라고 다짐하며 이미 자신이 지니고 있던 점자활용능력과 스크린, 지팡이와 개의 도움을 받아 읽기와 공간적 거리감을 감지하는데 성공한다.

  이 후에도 메이에게 난관은 계속된다. 수술 후 계속 복용했던 시클로스포린의 잠재적 부작용을 걱정해 약물 복용을 중단하자 다시 시력을 잃게 될 위기에 놓이게 되었고, 그 일을 극복하자 피부암에 걸려 암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일도 앞서서 극복해 나갔던 여러 문제들처럼 직접 부딪치며 해결해왔고, 앞으로 남은 인생도 그러할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계속해서 내 머리와 가슴을 울리는 메이의 행보는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을 준다. 누가 떠밀지 않았는데도 메이는 앞장서서 걷는 법과 부딪쳐 익히는 법을 배웠고, 단 한 순간도 피곤하다고 주저앉는 법이 없었다. 아들로, 남편으로, 아버지로, 친구로 어느 한 부분도 소홀히 하지 않고 품에 앉는 메이의 자세를 ‘감동’이라는 단어 외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메이가 ‘메이’답도록 보통의 삶을 살도록 인도하고 도와주신 어머니 ‘오리 진’에게, 기쁨과 슬픔, 분노와 혼란 속에서도 사랑과 가정을 지키고자 노력했던 아내 ‘제니퍼’에게서 여성인 내가 어떤 자세와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배웠다.

  메이가 수술에 성공하고 처음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했을 때, 그림자로 색이 짙어진 땅이나 잔디를 보고 느꼈던 감동이나, 만져지지 않지만 보이는 아들의 주근깨와 스파케티에서 나는 김 속이 들여다보이는 것을 보고 신기해했던 것, 때가 탄 카페트의 무늬를 보고도 경탄했던 순간 등,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보이지 않거나 보아도 무엇인지 모르고 지나가는 것들 역시 내게 축복의 시간이며 감사의 조건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센데로’사업과 세상을 알아가기 위한 험난한 여정 속에서도 어떻게든 아들들과 함께 할 시간을 만들고 함께 하는 모습을 보며, 내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길을 잃었다고 해서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만드는 ‘메이표 긍정식’을 만들어 내게 선물해 준 ‘기꺼이 길을 잃어라’에 고마움을 표한다.

‘메이의 운동 능력은 자신과 세상을 이어주는 다리를 한층 낮춰주었다. 하지만 그가 가고 싶은 곳이 어디든, 갈 수 있는 것은 바로 메이 자신의 마음가짐 덕분이었다. 거기가 어디든 메이가 원하는 곳에 가기 위해서는 길을 잃을 수도 있다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는데, 많은 시각장애인에게 그것은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로 아주 두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메이에게는 길을 잃는 경험은 결코 두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전 호기심이 많아요. 그래서 길을 잃을까봐 걱정하지 않아요.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발견해가는 과정이니까요.” 지팡이를 짚고 여행하는데 어쩌면 그렇게 능숙한지 사람들이 물어오면 메이는 지팡이 덕이 아니라 자신의 호기심 덕분이라고 말했다’ - 26쪽

 

시각장애인 캠핑에서..
메이는 이제 막 세상에 나서려는 10대 아이들에게 간결하면서도 힘 있고 인상적인 대답을 들려주고 싶었지만 어려웠다. 그것은 곧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정의하는 일인데 솔직히 제대로 분석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대신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 어머니 이야기 그리고 도전하지 않는 삶은 옳지 않다는 믿음에 대해 들려줬다. 그가 하는 모든 이야기는 결국 다음과 같은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모험하라! 호기심에 답하라! 기꺼이 넘어지고 길을 잃어라! 길은 항상 있다!’ - 78쪽, 79쪽

결혼생활에 위기가 찾아왔을 때 이혼을 요구하는 메이에게 제니퍼가 한 말들..
메이 ; 우린 행복하지 않아. 행복하지도 않은데 계속 함께 있을 이유가 있을까? 헤어지는 게 옳을 것 같아.

제니퍼 ; 아니,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냥 알아요. 아직 포기할 때가 아니죠. 마이크, 우린 아직 배워야 할 게 많아요. 우리가 서로를 택한 데는 어떤 목적이 있었을 거예요. 그런데 만일 우리가 지금 백기를 던지고 포기해버리면 그 목표를 영영 이룰 수 없게 되죠. 그렇게 때문에 난 그건 옳은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144쪽, 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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