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의 역사 - 마음과 심장의 문화사
올레 회스타 지음, 안기순 옮김 / 도솔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사람들에게 쉽게 잊혀 지지 않는 이미지라도 세월이 흐르면서 그것이 주는 영향력은 쇠퇴하고 새로운 이미지들로 대체되곤 한다. 하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수천 년에 걸쳐 부동의 이미지로 자리매김한 것이 있다. 흔히들 심장의 모양을 닮았다고 하는 하트. 일곱 살 난 딸아이가 엄마에게 쓰는 편지에는 늘 크고 작은 하트를(때로는 날개까지 달아서) 수도 없이 그리고 그 안에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곁들인다. 이렇듯 사람들은 사랑에 관해서라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하트를 연상하는데, 정작 이 하트가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어 본 적도 없다.

  ‘하트의 역사’는 노르웨이의 문화학과 교수 올레 회스타의 ‘하트’ 이야기이다. 하트에 얽힌 가장 오래된 이야기, 기원전 3100년 경의 이슈타르에 관한 서사시를 시작으로 하트 이야기의 진원지를 찾아간다. 이슈타르(바빌로니아 신화에 나오는 미와 사랑과 전쟁의 여신) 서사시 가운데 가장 유명한 ‘길가메시 서사시’에 보면 현대인의 하트에 대한 개념과 닮은 이야기가 나온다. 자연의 자녀 엔키두는 야성적이지만 선하고 평화로운 반면 수메르의 왕이며 문명의 왕인 길가메시는 백성을 억압하는 폭군이었다. 엔키두가 풀과 야생초만 먹으면서 사냥용 그물과 함정을 제거하자 이에 불만을 품은 사냥꾼들이 길가메시에게 도움을 청한다. 길가메시는 사랑의 기술을 숙련한 여사제 헤타이라에게 엔키두를 유혹하라 이른다. 유혹하는데는 성공하지만 성적 만족만으로 엔키두를 사로잡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은 헤타이라는 맛있는 음식과 술, 아름다운 옷으로 문명의 생활에 흠뻑 취하게 만든다.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길 원하는 엔키두를 자연에서 거부당한 후 길가메시와 승부를 겨루게 되고 승리는 길가메시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길가메시는 엔키두가 자신과 필적할만한 존재임을 깨닫고 우정을 맺게 된다. 우정을 통해 길가메시는 성격이 바뀌고 우정이 지향하는 가치와 미덕을 따르게 한다. 그러나 이슈타르 여신이 길가메시를 흠모하여 남편이 되어달라는 부탁을 거절하자 하늘의 황소를 보내 길가메시와 엔키두를 공격한다. 두 영웅은 힘을 합해 황소를 해치우고 황소의 배를 갈라 심장을 꺼내 태양신에게 제물로 바친다. 문화사에 최초로 등장하는 심장 제물이다. 하늘의 황소를 죽인 일에 앙심을 품은 이슈타르는 엔키두를 질병으로 죽게 하고 길가메시는 친구의 죽음을 보며 ‘죽음’ 이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자신도 죽음을 피할 수 없음을 알게 되고 ‘불안한 마음’으로  평생 삶과 죽음에 대한 해답을 찾으며 방황한다.

  이집트인이 미라를 만들 때 다른 장기는 다 제거하고 심장만을 남겨 놓았던 이유와 고대 그리스의 인간관과 심장의 관계, 그리스도교의 심장, 영혼의 이미지, 이슬람의 심장과 마음, 아스텍인의 냉혹한 심장 문화, 노르웨이 신화에 나오는 심장의 의미, 아시아에서의 심장과 마음에 대한 이야기 들을 통하여 다양한 문화와 서로 다른 세계관 속에서도 심장이 인류 문화사에서 주요 상징으로써 부동의 위치를 차지해 왔음을 말해 준다.

  심장 자체는 몸의 한 기관일 뿐이지만 단순한 육체를 넘어서서 다양한 정신세계를 대변해 주기도 한다. 생각은 머리로만 하는 것이 아니고 가슴으로도 즉 마음(심장)으로도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수많은 감정이 깃들인 곳 심장, 인간이 자기애에 빠지지 않고 세상에 대한 사랑으로 움직일 때 우리 사는 세상이 더 아름다워질 것임을 믿는다. 너무 머리에만 의존하는 현대인들에게 ‘가슴에서 울리는 소리에도 귀 기울여라’라는 메시지를 받은 것 같아 내가 살아온 세월을 돌아보게 한다.

심장은 이성이 모르는 제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있다. - 파스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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