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름답게 나이 든다는 것
안젤레스 에리엔 지음, 김승환 옮김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시할머니 96세, 친할머니 95세, 시아버지 71세, 시어머니 67세, 친정아빠 68세..
우리사회가 고령화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 가족을 통해서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다. 이 중에서 사회활동을 하고 계시는 분은 친정아빠 뿐이다. 비단 경제적인 면에서만 국한되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모두들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활용하고 사시는지 옆에서 지켜보지 않았기 때문에 알 수 없지만 그다지 즐거운 삶을 영위하고 계신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도대체 이 어른들이 하실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천수를 누리고 사시면서 정말 즐거웠노라고, 의미 있었노라고 말씀 하시고 이 세상을 떠날 수 있을까? 내 곁의 어른들을 보면서 마흔이 가까운 내 나이를 생각해본다. 내 남은 생이 새털 같이 많이 남아 있다는 생각을 하는 때보다는 빛의 속도로 가는 듯한 세월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때가 더 많다. 남편과 동갑이기 때문에 우리 두 부부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날은 길어야 20년 정도 될 것이다.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가속도도 엄청나기 때문에 앞으로 노인들이 일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고 해도 10년 남짓한 세월을 더 일할 수 있을 뿐이다. 무병으로 100년을 산다고 하면 30년 세월이 허공위의 성처럼 남게 된다.
‘아름답게 나이 든다는 것’에서는 백발이 성성하고 굽은 허리를 가졌어도 세상을 향해 빛나는 눈빛과 선한 미소를 날릴 수 있는 비결이 가득한 책이다. 20대 청년기에만 인생이 보석같이 빛나는 것이 아님을, 예순 이후나 일흔 이후의 삶도 보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는 보물이다. 사회에서 연장자가 되면 후배에게 자신이 섰던 자리를 물려주고 가정이라는 좁은 울타리 안에서 칩거하는 것이 아니라 능동적인 자세로 세상 모든 일들에 깊이 참여하고 지나간 세월이 가져다 준 지혜로 새로운 장을 개척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준비할 수 있게 해 준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여덟 개의 문을 하나하나 열고 들어가면 각 과정에서의 과제가 부여된다. 과제를 보고 도전할 때마다 선물이 주어지며 반추의 과정을 통해서 스스로를 재발견하는 기쁨과 적극적 실천을 할 수 있게 만든다.
그 여덟 개의 문이란 은의 문(미지와의 만남), 하얀 말뚝의 문(정체성의 변화, 참된 얼굴의 발견), 점토의 문(정교, 관능, 성욕), 흑백의 문(관계, 그 사랑과 관용, 배신과 용서의 시련), 전원의 문(창조력, 봉사, 생산성), 뼈의 문(성실, 인품, 지혜), 자연의 문(행복, 만족, 평화, 그 은총의 실재), 금의 문(초연함, 승복, 해방)을 말한다.
은의 문에서는 익숙한 것들을 넘어서서 호기심과 신뢰와 융통성을 계발 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한다. 하얀 말뚝의 문에서는 우리가 이루어온 역할을 새롭게 평가하고 진정한 자아의 본질을 드러내고 자각하게 한다. 점토의 문에서는 사랑과 생기를 표현하고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기본적인 도구인 우리의 몸을 존중할 수 있게 하고 흑백의 문에서는 우리가 자기 자신을 포함해서 엮어온 관계의 직시하게 한다. 전원의 문에서는 무언가를 다시 시작하고 창조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쌓아온 지혜와 경험과 열정을 나눈 법을, 뼈의 문에서는 자신의 성품을 정직하게 평가하고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직시하여 거짓된 자아와 진실 된 자아를 구별할 수 있는 용기를 갖게 한다. 자연의 문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돌아보며 만족하고 행복을 느끼는 부분을 발견하게 하고 마지막으로 금의 문에서는 집착에서 벗어나 인생의 유한성을 깨닫고 선조의 지혜에 내 생각을 잠시 미루어 놓을 수 있는 초연함을 배우게 한다.
여기 나와 있는 여덟 개의 문을 수시로 들고 나며 신이 허락한 삶을 더 현명하고 아름답게, 의미 있게 살 수 있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