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야마 동물원에서 배우는 창조적 디자인 경영
이병욱 지음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아이를 데리고 자주 인근의 미술전시관을 찾는다. 날씨가 좋으면 한 두 정거장은 그냥 걷기도 하는데 한 날은 무슨 바람이 불었던지 평소 다니던 길과 반대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다가 쇠라의 ‘그랑자드 섬의 일요일 오후’를 만나게 되었다. “우와!”하는 감탄사와 함께 길을 따라 계속 걸으니 고흐의 ‘밤의 카페테라스’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었다. 거리에서 미술전을 하는 것도 아니었고 그 크기가 엄청나게 커서 가까이서 보면 무슨 그림인지 파악하기도 힘들었는데, 알고 보니 큰 건물을 짓는 공사장의 안전벽이었다. 사실 공사장 부근을 지나다 보면, 언제 벽돌 한 장이 내 머리 위에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각목에 박힌 대못에 발을 찔리지는 않을까 하는 상상을 심심치 않게 했었고, 먼지가 밖으로 새어나오지 못하게 쳐놓은 모기장 같은 그물막은 흉물스럽기 짝이 없었다. 내가 알고 있는 공사장의 모습은 위와 같은 것이었는데, 갑자기 명화로 장식된 벽이 앞에 보이니 정말 새로운 기분이었다. 아주 신선한 느낌말이다.

  디자인이 행복지수를 좌우하는 시대에 사는 우리들에게 위기를 성공의 기회로 만든 일본의 작은 동물원이 그 위기를 넘어설 수 있었던 힘이 무엇이었나를 소개해주고 디자인 코리아 프로젝트를 꿈꾸게 해주는 책, ‘창조적 디자인 경영’을 만났다.

  인구 35만이 사는 작은 도시 아사히카와 시의 아사히야마 동물원이 일본은 물론 외국에까지 그 명성이 자자하게 된 원인은 ‘위기’였다. 처음 시민들에게 휴식을 제공할 수 있는 동물원 본연의 임무를 잊은 채, 레저 수요가 급증하자 놀이공원에 시설투자를 한 결과 폐원의 위기까지 겪게 되지만 동물을 돌보던 사육사들의 동물을 향한 사랑과 꾸준한 노력은 아사히야마 동물원을 일본 최고의 동물원으로 거듭나게 만든다. 동물을 보러 오는 사람들의 즐거움도 중요하지만 동물들이 최적의 상황에서 지낼 수 있도록 동물원을 디자인하고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경험 가치를 창조해 아름다운 결실을 보게 되었던 것이다.

  아사히야마 동물원에서 보여주는 디자인 경영은 동물들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철학과 결코 포기하지 않는 리더쉽, 최고의 동물 전문가인 사육사의 30년 학습회를 통한 자료를 토대로 한 경험 가치가 어우러져 만들어진 성공적인 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특별시가 환경사랑과 한강의 역사와 활력, 미래의 비전과 희망을 함축한 휘장을 만들어 10여 년 전부터 사용되고 있다. 또한 편안하고 친환경적인 공공디자인을 계획하며 디자인 브래드의 가치 창출을 위한 도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단순히 기업에서 만들어내는 제품들의 디자인 경쟁시대가 아닌, 보이는 모든 것과 걷고 들으며 쉴 수 있는 모든 공간들이 디자인이라는 큰 틀 안에서 하나의 의미로 전달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중앙일보에서도 ‘디자인이 경쟁’이라는 테마로 매번 우리나라의 공공시설과 디자인 선진국의 예를 같이 보여주며 우리나라가 가야할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주었는데, 위기가 발전의 기회가 되었듯이 늦게 깨달아 빠르고 정확하게 전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아름다운 것이 경쟁력이고 힘으로 변화하는 시대에서 우리가 디자인한 브랜드와 삶이 세상의 중심이 되는 날이 되기를 바라며, 내 남은 생도 새롭게 디자인해 보아야겠다.

  몇 년 전에 거금을 들여 모터를 교환했는데도 불구하고 요란한 소리로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우리 집 냉장고를 바꿀 때에는 내가 좋아하는 명화가 들어간 제품으로 고르고 싶은 소박한 욕심도 함께 내면서 책을 덮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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