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오늘 하루 - 일상이 빛이 된다면
도진호 지음 / 오도스(odos)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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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책 쓴 사람 상 주고 싶다!”



 

퇴근한 남편이 식탁 위에 올려놓은 책을 보고 한마디 한다. 아마도 오늘 참 피곤한 하루를 보내고 온듯하다. 아직 펼쳐보지도 않은 책의 제목만으로 남편이 고단한 하루에 대한 위로를 받는 것 같아 이런 게 글의 힘이고, 책의 힘이 아니겠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누군가는 무심코 지나갔을 거리, 지하도, 계단,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지나는 수많은 풍경들을 사진으로 찍고 단상을 남긴 괜찮아, 오늘 하루를 한 장씩 넘기다보니 작가의 세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사뭇 크다는 걸 느끼게 된다.


 

코로나19로 온통 혼란스런 2020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은 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대면이 어렵다보니 전화, sns로 소통하는 사람들과 가장 많이 하는 말도 하루하루는 지겨운데, 신기하게도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간다는 거다. 한 달 열심히 일해 받은 월급을 정말 아껴가며 쓸 데 쓴다고 했는데도 어느새 빈 지갑과 빈 통장을 보며 돈이 다 어디로 갔나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처럼, 기록하지 않은 지난날들은 부단히 애쓰며 살았을 지라도 한 달, 1, 2, 5, 10년 전으로 무수히 빠르게 흘러온 세월로만 여겨질 뿐 무엇 하나 남기지 못한 채 허무함으로 남게 된다.

 


날마다 보는 시계의 바늘, 달력의 어느 한 날, 늘상 다리를 대신해주는 자동차를 보면서도 그것들 각각의 의미나 나 자신과의 관계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쳐 왔는데, 사진을 통해 새롭게 그것들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며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는 일은 자칫 무의미함으로 치부되는 순간순간에 신선함을 주고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한다.


 

생일날 일하면 소가 된다는 우스꽝스러운 말을 하며 해마다 생일에 휴가를 쓰는 남편을 떠오르게 하는 51일의 단상, ‘노동해야 하는 노동절이라니!’에서는 웃음이 팝콘처럼 튀어나오기도 하고 쉬지 못하는 노동자의 비애가 느껴져 안타깝다.



 

삼복의 어느 더운 날 오후, 시계를 보며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을까요? 나만의 시간이 있을까요?’라는 글을 남긴 작가의 맘에 무한 공감이 되는 건 나 역시도 그러한 시간을 수십 년간 경험해 보았기 때문일지도.



 

풀 한 포기에도 애정을 드러내는 사진과 글에서는 나도 정말 착한 사람이 되고 싶은 생각에 빠지게도 한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 도진호 작가처럼 소소한 일상을 사진으로 남기고 짧은 글을 옮기는 걸 즐기던 때가 있었다. 집에만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외출을 하더라도 사람을 만나기보다 해야 할 일만 하고 돌아오는 게 일상이 되다보니 특별할 게 없고, 무기력한 느낌마저 들었는데, 이러한 시간들도 지나고 나면 다시 돌아오지 못할 소중한 시간이 될 테니 어떤 형태로든 기록을 해야겠다는 욕구가 생겼다. 지난 수년간의 기록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니 그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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