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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대생도 생각하는가 - Engineer Thinking
박진성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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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한줄 리뷰

ㅡ 공대생의 공대생을 위한 공대생에 의한 에세이




ㅇ What it says

1부 공대생이 생각난 것들

- 공대를 나오고 공대에서 공대생을 가르치는 저자가 일상의 갖가지 것들을 보며 공대생이 생각나 적어두는 에세이. 세상을 바라보는 공대생의 시각이 잘 담겨 있고, 공대생에 대한 애정과 공학에 대한 애착이 잘 드러난다.

"21세기, 22세기는 ...

그누구도 공대생을 대신할 수도

대체할 수도 없습니다.

공학 기술 시대입니다.

기술을 아는 공대생 시대입니다.

공학과 과학의 꿈을 성취할 자는

공대생입니다,"

<공대생도 생각하는가> 박진성 9p



2부 공대생이 고민하고, 생각한 것들

ㅡ 공대생으로서 , 공학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공학의 기원과 정의와 미래를 논한다. 공대생은 공학 지식에 기반한 지혜와 창의성을 갖춘 엔지니어라고 하였는데, 이과생도 아닌 문과생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나 싶다. 지혜와 창의성까지 공대생이 가져버렸으니. ㅠ_ㅠ​​



"지속되는 기술 혁명 속에서

세상에 기여하고,가치 있는

선한 기술 혁명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은

기술을 알고 생산자 입장을 가진

공대생만이 가능합니다."

<2부 공대생이 고민하고, 생각한 것들> 박진성 104p

​​​



3부 공대생이 되기까지

ㅡ 저자가 공대생이 되고, 학사 석사 박사를 마치고 반도체 선임연구원으로 취업을 하고, 대학교수가 되고, 미국에서 객원교수가 되고, 다시 한국에 돌아와 공학을 가르치면서 창업을 하고 폐업을 하기까지. 본인의 공대생 출신 라이프 스토리를 들려준다.



ㅡ 실험이나 기술보고서 이런 것들이 문대생인 나에게는 너무 낯선것이어서, IMF시절 미국으로 나가 객원교수가 되어 실험을 돕고 캠핑하여 미국여행을 하는것이 너무 생소한 것이어서 흥미로웠다.





ㅇ What I feel

ㅡ 읽으면서 신기한 점이 있었다. 원자, 양자역학, 빛의 속력, 플랑크 상수 등등의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과학적 용어로 설명하는데, 결국 과학적 사고를 거쳐 나온 결론이 인문학에서 사고실험으로 내린 결론과 같다는 점이 놀라웠다. 그건 바로 인간의 유한성, 현재에 집중하라는 것!

"현재, 지금뿐인데,

그래서 선한 일에 신념을 갖고,

멋있게, 마음껏 하고 싶습니다."

<1부 공대생이 생각난 것들> 박진성 85p



ㅡ 그리고 공대생임이 너무나 자랑스럽고 앞으로 세상을 이끌어갈 사람은 공대생이라고 이야기 하는데, 근거로 가져다쓰는 건 전부 인문학이다! 마르크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에리히 프롬, 스티븐 호킹 등 문대생인 나보다 인문학적 조예가 깊다. 뭐지?;;; 공학적 사고와 인문학적 지식을 다 갖추신 분의 혜안 아닐까 이건. +ㅇ+





ㅡ 끊임없이 공학 예찬을 한다. 의대에서 절대적으로 수가 적은 외과 레지던트를 모집하듯, 공학을 전공하라고 독자를 꾸준히 유인한다. 나도 기술 배우고 싶은데, 로그나 옴의 법칙을 듣기만해도 두드러기가 날 것 같은 문대생도 가능할런지..;; 플라톤이 세운 아카데미 교문에는 "기하학을 모르는 자는 아카데미에 들어오지마라"라고 했다는데(169p), 증명이 가능하지 않은 인문학도도... 대학을 가도 되긴 하는거죠? 공대의 공대를 위한 공대에 의한 사고를 하고 있긴 하지만, 비공대생에게도 희망을 좀 줬으면... ㅎㅎㅎ​



"이과생은 모르는 것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는 사람이고,

공대생은 이것을 기초로,

혹은 여기세 부가 가치를 절대적으로

부여하는 사람입니다.

세상을 바꾼, 바꾸는 사람이

누구일까?

기술자 즉 공대생입니다."

<2부 공대생이 고민하고, 생각한 것들> 박진성 123-4p

ㅡ 뼛 속까지 문대생인 독자는 웁니다. ㅜ_ㅜ 그렇지만 항상 여초 단체(고교 문과, 대학 문대, 심지어 회사에서도!)에서 인문학적 생각만 했던 사람도, 공대생의 시각에서 세상을, 미래를 바라보는 기회가 되었다. 이 책 아니었으면 나도 역시나 인문학이 미래고 인문학이 최고야 라고 굳건히 믿고 있었을 테니. 나도 조금은 어려워도 공학적인 지식을 너무 배격하지말고 조금씩 익혀나가야겠다. 공대생이 공학지식에 기반한 지혜와 창의성을 갖춘 엔지니어라면, 나도 공학지식 조금 있으면 인문학으로 키운 지혜와 창의성으로 미래를 이끌기까지는 못해도 뒤쳐지지는 않을 수 있지 않을까
;P

#공대생도생각하는가 #박진성 #지식과감성 #공대생 #공대생이최고 #22세기는공대생의것 #도서리뷰



ㅡ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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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그리 보스
길군 지음 / 좋은땅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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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한줄 리뷰

ㅡ 죽이고 싶게 똑똑하고 게으른 상급자가 됩시다!



ㅇ What it says

ㅡ 세상에는 네 종류의 상급자(=관리자)가 있다.

1. 멍청하고 게으른 식충이​

2. 멍청하고 부지런한 불사조​

3. 똑똑하고 부지런한 (토끼보다 빠른) 거북이​

4. 똑똑하고 게으른 (죽이고 싶은) 앵그리 보스​



ㅡ 식충이, 불사조, 거북이는 각기 회사와 하급자에게 해를 끼친다. 하급자는 우리가 죽이고 싶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똑똑하고 게으른 앵그리 보스가 되어야 한다.



ㅡ 똑똑하고 게으르다는 의미는 업무를 일임하되, 본인의 권위를 주장하고, 대신에 책임은 본인이 진다는 의미이다. 권위는 책임지는 순서이므로, 하급자의 잘못을 대신 책임져 줄 수 있는 사람이니 우리(하급자)는 그의 권위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ㅡ 그런 의미에서 하급자가 만족시켜야할 대상인 고객은 상급자이고, 상급자의 고객 또한 외부고객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하급자이다.



ㅡ 상급자가 부당한 지시를 내리더라도 권위를 존중하는 말과 행동으로 다른 누군가가 아닌 자기자신의 자세와 태도가 증명된다. => 예라고 대답만 잘하고 놔두자.



ㅡ 권위 = 존재 = 정체성

권력 = 존재의 영향력 = 사랑



ㅡ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힘 = 권력 = 즉, 사랑이 도출되는 삼단논법!



ㅇ What I feel

ㅡ 우리는 모두 하급자로 입사하여 상급자가 되어 퇴사한다(최고 권위자가 되는 일은 극소수니까). 하급자일 때는 저 무능한 상급자가 왜 이따위 일을 시킬까? 라는 생각이 지배적이고, 상급자가 되면 요즘 하급자들은 왜 저렇게 개념이 없을까? 라떼는 안그랬는데.. 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아주 충격적이다. 서로가 만족시켜야하는 고객이라는 사실이! 이제 회사생활 짬 좀 된다고 생각했던 내가 우스워지는 순간이었다. 인사권을 비롯한 나의 회사 생활 전반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위가 바로 나의 상급자에게 있다는 것을. 그리고 아직 제대로 된 상급자의 위치까진 안가봤지만, 나의 목숨줄을 쥐고 성과를 대신 내줄 사람이 바로 하급자라는 사실을. 저자는 명쾌하게 이를 설명해서 서로를 흉보며 회사에 다녔던 독자에게 제대로 한방을 날린다.



ㅡ 저자는 문화센터에서 프로그램 운영과 강사 관리를 담당했던 상급자로서 본인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우리와 공유한다. 바로 하급자에게 자신의 진짜 고객이 누구인지를 깨닫게 하는 것. 상급자는 부지런할 필요가 없다. 똑똑하게 게으르면 충분하다. 하급자로 하여금 스스로 움직이게끔 유도하면 되는데, 그 힘이 사랑이라고 마지막에 결론 내리다니.. 조금 힘빠진다. 성경이 자주 인용되는 이유를 좀 알겠다. ㅎㅎ



ㅡ 저자가 인용한 글 중에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문장:

위계조직의 구성원은

무능의 단계에 도달할 때까지

승진한다.

<피터의 원리> 로렌스 피터 1969

승진했다고 좋아했는데, 하급자가 날 저렇게 생각한다면 정말 슬플 것 같다. ㅜ 적어도 내가 있는 자리와 위치에 부족한 사람이 되지는 말아야겠다. 나는 이제 하급자보다는 상급자로 나아갈 개연성이 더 높으니까. 적절하게 일을 배분하고, 하급자가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며, 책임은 내가 지는, 죽이고 싶은 앵그리 보스가 되는 날을 꿈꾸며-



#앵그리보스 #길군 #좋은땅 #AngryBoss #죽이고싶은_상급자 #책추천 #도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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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훈 2023-03-27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 길군입니다^^리뷰 고맙습니다, 제 의도를 너무 잘 이해해주셨어요!♥
 
집에 가듯 아는 길만 갈 수 없는 인생
박지연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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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저자 소개

ㅡ 내가 책갈피로 자주 쓰곤 하는 책날개엔 대부분의 저자 소개가 있다. 분명 시집을 골라 들었는데, 응? KT 총무회계부? 숫자나 시는 정말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매일 숫자를 들여다보는 사람이 지은 시라니... 수학적 사고에 익숙한 사람이 문학중에서도 가장 문학스러운 시를 쓰다니?! 의외다. 그리고 수상실적을 읽어보면 면면이 화려하다. 기대가 커진다.



ㅇ 읽기와 느끼기

ㅡ 화려한 수상 이력과는 다르게 시에서 다루는 소재는 일상적이고 소소하다. 누구나 매일같이 접하지만 아무생각 없이 지나치는 것들 ㅡ 라면, 야구, 마네킹, 커피 같은 것들. 그러나 시인은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나태주님이 말씀하셨다. 오래 보아야 이쁘다고. 시간을 들여 남들보다 조금 오래 보면 새로운 시각이 얻어지는 법. 시는 '오래 보는 것'에서 얻은 영감, 통찰, 깨달음을 바탕으로 쓰여지는 것 같다. 바쁘다 바빠 하고 아무 미련없이 시선을 거두는 내가 그처럼 시가 어려웠던 데에는 이유가 있었던 법이다.



ㅡ 책에 실린 시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가 있어 보이진 않았고, 작가가 평소에 작은 일상들에서 느껴온 소소한 것들을 고루 담아냈다고 느꼈다. 자신이 느낀 바를 짧은 시에 함축적으로 담을 수 있다는게 굉장한 능력이다. 내가 궁극적으로 쓰고 싶은 화법은 '촌철살인'(작은 쇠붙이로 사람을 죽인다), 즉 길지 않고 간결한 말로 사람을 감동케하거나 약점을 찌르는 것인데, 그 능력이 진짜 어렵다. 저자는 3-4행으로 이뤄진 대여섯 개의 연으로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한다. 게다가 그 안에 반복과 대구까지 있으니 정말로 쓰인 단어나 표현은 몇 개 되지 않는 거다. 나는 정말 못가질 능력.



ㅡ 내가 인상 깊었던 통찰력은 이것,

"사랑은

같은 시간을 보내며

같은 말을 반복하면서

싫어하는 걸 하지 않는 것이다"

<사랑은> 박지연 21p

사랑은 좋아하는 일을 같이 하는 것이 아니라,

싫어하는 일을 서로 하지 않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10년쯤 살아보니 알겠다. 이게 진실이라는걸. 그동안 시나브로 느껴왔던 점을 시에서 한 줄로 정리해주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ㅡ 그리고 책의 제목이 쓰인 배경을 알 수 있을 것 같은 <눈물 버튼> 시리즈가 있다. 짐작컨대 7개월된 작가의 아이가 세상을 달리한 듯하다. 그 상실의 마음이야 이루어 상상할 수도 없다. 인생이 내가 예측한대로 평탄하고, 앞으로 일어날 사고도 대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걸 모두가 바랄만큼 인생은 그렇지 못하다. 술에 취해서도 찾아갈 수 있는 집으로 가는 길처럼, 아는 길만 골라갈 수 없는 게 인생인거다. 울퉁불퉁 굴곡진 삶을 걸으며 느껴왔던 소회가 시에 드러난다. 작가에게 가 닿진 않겠지만 I'm so sorry for your loss라고 말해주고 싶다. 고난과 슬픔이 예술로 승화되기는 하지만, 그냥 그런거 안겪고 살고 싶은게 솔직한 마음이다.



ㅡ 초심자도 읽을 수 있는 시집, 일상 속 지나쳐가는 것들에 조금 더 눈을 줘야겠다라는 깨달음, 아픔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경지. 이런 것들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ㅡ 카페에서 책을 읽고 리뷰를 쓰다가 잠깐 고개를 들어 눈을 돌렸는데, 헉!
코 앞에 봄이 온 줄도 모르고 있었다. 하얗고 뽀얀 목련이 저렇게 만개했는데도 우중충하게 실내에만 머물러 있었네. ㅜ 이렇게 잠깐 짬을 내서 주위를 둘러보기만 해도 느낄 게 너무 많은데, 내 마음은 뭐가 그리 바빴던 걸까. 시를 읽고 느끼며 약간은 더 여유를 가져보기를 다짐해본다.


ㅡ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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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도시
윤성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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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 줄거리
두 번째 형기를 마치고 교도소에서 나오는 상두. 그를 기다리고 있던 서울을 제패한 기동파 보스 양명. 둘도 없는 친구인 동주에게 떳떳해지기 위해 조폭 세계를 떠나고자 하는 상두. 동주의 어머니가 쓰러져 병원비가 필요하자 양명에게 돌아가 다시 어둠의 세계에 종사하게 된다. 보스 자리를 노리던 부하 백곰 때문에 함정에 빠지게 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사주를 받고 국회의원 후보를 제거하려다 경찰에 쫓기게 된다. 인질과의 동행 끝에 자수하려고 마음 먹지만, 동주를 해친 백곰에게 마지막 복수를 하러 간다.


ㅇ 감상평
ㅡ 읽으면서, 어릴 때 봤던 드라마 <피아노>의 장면이 오버랩 되고, 귓가엔 <내 생에 봄날은>이 들려왔다.

"비린내 나는 부둣가를

내 세상처럼 누벼가며

두 주먹으로 또하루를 겁없이 살아간다.

희망도 없고 꿈도 없이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기막힌 세상 돌아보면

서러움에 눈물이나.

비겁하다 욕하지마

더러운 뒷골목을 헤매고 다녀도

내 상처를 끌어 안은 그대가

곁에 있어 행복했다.

촛불처럼 짧은사랑

내 한몸 아낌없이 바치려 했건만

저 하늘이 외면하는 그 순간

내생에 봄날은 간다.

.

이 세상 어딜 둘러 봐도

언제나 나는 혼자였고

시린 고독과 악수하며 외길을 걸어왔다.

멋진 남자로 살고 싶어

안간힘으로 버텼는데

막다른 길에 가로막혀

비참하게 부서졌다.

.

무엇하나 내뜻대로

잡지도 가질수도 없었던 이 세상

내 한 목숨 사랑으로 남긴채

이제는 떠나고 싶다

바람처럼 또그렇게"

출처: <내 생에 봄날은> 캔 2001

ㅡ 노랫말이 이 책의 내용을 정확하게 압축해서 보여준다. 불우한 가정환경 속에서 일찌감치 문제아로 낙인 찍혀, 갈 곳이라곤 조직폭력배의 세계 밖에 없었다. 그런 험하고 거친 일을 하는 상도에게도 자신을 가족처럼 여겨주는 친구 동주와 그 친구의 엄마가 있다. 상도의 삶은 그들을 위한 것 그 자체이다. 인물의 내면과 변화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없긴 하지만, 상도는 누구보다 거칠지만 누구보다 인간애를 가진 사람임은 틀림없다. 동주와 윤마담과 인질 혜림, 심지어 그를 잡으려는 유형사까지 그에게 매료된 걸 보면. 어쨌든 동주와의 우정을 금보다도, 목숨보다도 소중히 여겼던 그는, 그것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삶, 미래, 목숨을 다 바친다. 너무 없어서 무시받고, 서러웠던 사람이 보여주는 사랑이 그러지 않았던 사람의 사랑보다 더 크고 절절하다.



ㅡ 동주와 상두.

동주 - 누가봐도 모범생으로 한국 최고의 대학에서 1등을 하고, 홀어머이의 포장마차도 시간날 때마다 돕는 착한 이의 표본.

상두 - 소년원부터 교도소도 여러번 다녀온, 가차없이 사람의 목숨까지 뺏는 냉혈한 조폭으로 사회적 악의 축.

이 전형성과는 다르게 선한 사람, 동주는 무능력하고 우유부단하며, 내세울거라곤 공부 좋아하는 것. 심지어 자기 가족의 안위 때문에 상두를 팔기까지.

반면 악한 사람의 전형 상두는 자신이 아끼는 사람을 위해 희생하고 목표를 위해 정진하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할 줄 아는 사람이다. 흑백논리로 사람을 평가하는건 이래서 안되는 건가보다. 모든 사람은 선과 악을 다 갖고 있고,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발현되고 표현될 뿐.



ㅡ 어둠의 밑바닥까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저자는. 바닥을 튕겨나온 끝에 뭐가 남는지는... 독자에게 맡겨둔다.


#미친도시 #윤성진 #지식과감성 #조폭소설 #동주와상두 #도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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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버즈 호밀밭 소설선 소설의 바다 9
전춘화 지음 / 호밀밭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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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ㅇ 요즘 내가 유난히 비슷한 사람들만 만나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도 같은 업종이고, 친구도 직장동료가 되다보니 늘 비슷한 교육을 받고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 유사한 사람들하고만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간접경험이라는 책도 늘 나의 관심사만 골라 읽는다. 견문과 사고의 폭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주 단면일지라도, 그 단면의 작디작은 조각이라도 알고 싶어서. 그래서 읽게 된 조선족 출신 전춘화님의 소설집, <야버즈>이다. ​



ㅇ 디아스포라
-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지칭한다. 후에 그 의미가 확장되어 '본토를 떠나 타지에서 자신들의 규범과 관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민족 집단 또는 그 거주지'를 가리키는 용어로도 사용된다.
<출처:두산백과>

ㅡ 디아스포라 문학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겠지만, 작가의 바람대로 환경은 배경일뿐 보편적인 개인의 모습을 그리는 것에 성공했다고 본다.



ㅇ <야버즈>

한국에 정착한 조선족 경희와 용주, 오리 머리고기인 '야버즈'가 너무 먹고싶은게 이상해서 임신 사실을 알게되고, 쌍둥이라는 사실을 알게되고는 더욱 경악한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한데...! 한국에 자리잡을지 중국으로 돌아갈지를 고민하는 경희. 역사는 얻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싸움이라는데 그 속에서 정착하려는 자가 고군분투 하고있다.

"함께 깊이 공감할 수 있었던

단 하나의 주제는, 그녀들이나 경희나 이제 어딘가에 온전히 마음을 두고

정착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야버즈> 전춘화 40p



ㅇ <낮과 밤>

낮에는 묵묵이 일을 하며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아래로 가라앉히고, 밤에는 소설을 읽으며 침잠해 있던 감정을 고양시키는 "마음에 지구의 중력과 바다의 부력을 모두 품은 채"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우울증 앓는 '영해'가 전화를 해온다. 죽고 싶어하는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 '왜' 살아야 하는가보다는 '어떻게' 사는가가 중요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사계절의 성실함과

낮과 밤의 우직하고 단단한

기운을 가진 누군가가

당신은 소중한 존재라며 아기 대하듯

아픈 상처에 입바람을 호호 불어 주고 등을 토닥여 주면

자꾸 살고 싶어지는 게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낮과 밤> 전춘화 59p



ㅇ <블링블링 오여사>

딸에게 아파트 한 채 사주겠다는 일념으로 한국에 넘어온 오봉선 님. 간병인으로 일하며 간병인의 자본주의논리에 넘어가지 않고 인간다움과 순수함을 유지하는 오봉선 님. 교양있는 환자 김동리씨를 간병하며 '오봉선 여사님'으로 불리며 가난의 무서운 점을 깨닫게 된다.

"가난이 오래가면

생각이 가난해지고,

생각이 가난해지면

다양한 경험을 할 엄두를 못 내게 되고,

경험마저 가난해지면

그 사람의 세계는 점점 협소해진다고"

<블링블링 오여사> 야버즈, 103p



ㅇ <잠자리 잡이>

닭의 주 단백질 공급원인 잠자리를 600마리 잡으면 게임기를 사주겠다는 엄마의 약속에 잠자리를 잡는 용구, 우리 집의 파 밭에까지 들어와 잡으려는 용구가 못마땅한 나. 더 좋은 집과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애쓰는 용구네 가족과 그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기존의 친근한 삶도 충분하다고 안도하는 동네 사람들. 자본주의가 도입되는 중국의 모습을 그렸다면 너무 확대해석한걸까?


ㅇ <우물가의 아이들>

연변의 룡두레 우물가에 사는 조선족들. 한족에 속하지도 그렇다고 한국에 속하지도 않는 사람들. 중국의 중심이 되기도, 한국에 융화되기도 어려운 사람들. 이 정체성 고민에 대한 답은 무엇일까?

"한족들 것이 아니고 그렇다고

남쪽 사람 북쪽 사람들의 것도 아닌

오롯이 우리의 것들을

아버지는 잘 알았다.

...

내 것이 주는 만족감과 뿌듯함은 알아도 '우리의 것'이 주는 긍지와 연대감은

몰랐던 시절이었다."

<우물가의 아이들> 전춘화 158-9p



ㅇ What I feel

대림동 근처에서 근무할 때가 있었다. 범죄도시와 신세계도 즐겨보았다. '조선족'이라는 개념을 쉽게 이야기하고 소비했다. 이 편견을 이제는 놓아주려고 한다. 완벽한 이방인보다 이들을 더 멀리했던 것 같다. 많은 인프라가 부족하지만 시선이라도 좀 고와졌으면.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것이 보이고, 점점 넓어지는 내가 좋다.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작가의 다양한 주제의 책을 읽어봐야겠다.

​ㅡ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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