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버즈 호밀밭 소설선 소설의 바다 9
전춘화 지음 / 호밀밭 / 202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ㅇ 요즘 내가 유난히 비슷한 사람들만 만나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도 같은 업종이고, 친구도 직장동료가 되다보니 늘 비슷한 교육을 받고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일을 하는 유사한 사람들하고만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간접경험이라는 책도 늘 나의 관심사만 골라 읽는다. 견문과 사고의 폭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주 단면일지라도, 그 단면의 작디작은 조각이라도 알고 싶어서. 그래서 읽게 된 조선족 출신 전춘화님의 소설집, <야버즈>이다. ​



ㅇ 디아스포라
-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지칭한다. 후에 그 의미가 확장되어 '본토를 떠나 타지에서 자신들의 규범과 관습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민족 집단 또는 그 거주지'를 가리키는 용어로도 사용된다.
<출처:두산백과>

ㅡ 디아스포라 문학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겠지만, 작가의 바람대로 환경은 배경일뿐 보편적인 개인의 모습을 그리는 것에 성공했다고 본다.



ㅇ <야버즈>

한국에 정착한 조선족 경희와 용주, 오리 머리고기인 '야버즈'가 너무 먹고싶은게 이상해서 임신 사실을 알게되고, 쌍둥이라는 사실을 알게되고는 더욱 경악한다. 외국인이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려면 돈이 얼마나 필요한데...! 한국에 자리잡을지 중국으로 돌아갈지를 고민하는 경희. 역사는 얻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싸움이라는데 그 속에서 정착하려는 자가 고군분투 하고있다.

"함께 깊이 공감할 수 있었던

단 하나의 주제는, 그녀들이나 경희나 이제 어딘가에 온전히 마음을 두고

정착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야버즈> 전춘화 40p



ㅇ <낮과 밤>

낮에는 묵묵이 일을 하며 마음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아래로 가라앉히고, 밤에는 소설을 읽으며 침잠해 있던 감정을 고양시키는 "마음에 지구의 중력과 바다의 부력을 모두 품은 채"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우울증 앓는 '영해'가 전화를 해온다. 죽고 싶어하는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 '왜' 살아야 하는가보다는 '어떻게' 사는가가 중요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사계절의 성실함과

낮과 밤의 우직하고 단단한

기운을 가진 누군가가

당신은 소중한 존재라며 아기 대하듯

아픈 상처에 입바람을 호호 불어 주고 등을 토닥여 주면

자꾸 살고 싶어지는 게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낮과 밤> 전춘화 59p



ㅇ <블링블링 오여사>

딸에게 아파트 한 채 사주겠다는 일념으로 한국에 넘어온 오봉선 님. 간병인으로 일하며 간병인의 자본주의논리에 넘어가지 않고 인간다움과 순수함을 유지하는 오봉선 님. 교양있는 환자 김동리씨를 간병하며 '오봉선 여사님'으로 불리며 가난의 무서운 점을 깨닫게 된다.

"가난이 오래가면

생각이 가난해지고,

생각이 가난해지면

다양한 경험을 할 엄두를 못 내게 되고,

경험마저 가난해지면

그 사람의 세계는 점점 협소해진다고"

<블링블링 오여사> 야버즈, 103p



ㅇ <잠자리 잡이>

닭의 주 단백질 공급원인 잠자리를 600마리 잡으면 게임기를 사주겠다는 엄마의 약속에 잠자리를 잡는 용구, 우리 집의 파 밭에까지 들어와 잡으려는 용구가 못마땅한 나. 더 좋은 집과 더 나은 삶을 꿈꾸며 애쓰는 용구네 가족과 그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기존의 친근한 삶도 충분하다고 안도하는 동네 사람들. 자본주의가 도입되는 중국의 모습을 그렸다면 너무 확대해석한걸까?


ㅇ <우물가의 아이들>

연변의 룡두레 우물가에 사는 조선족들. 한족에 속하지도 그렇다고 한국에 속하지도 않는 사람들. 중국의 중심이 되기도, 한국에 융화되기도 어려운 사람들. 이 정체성 고민에 대한 답은 무엇일까?

"한족들 것이 아니고 그렇다고

남쪽 사람 북쪽 사람들의 것도 아닌

오롯이 우리의 것들을

아버지는 잘 알았다.

...

내 것이 주는 만족감과 뿌듯함은 알아도 '우리의 것'이 주는 긍지와 연대감은

몰랐던 시절이었다."

<우물가의 아이들> 전춘화 158-9p



ㅇ What I feel

대림동 근처에서 근무할 때가 있었다. 범죄도시와 신세계도 즐겨보았다. '조선족'이라는 개념을 쉽게 이야기하고 소비했다. 이 편견을 이제는 놓아주려고 한다. 완벽한 이방인보다 이들을 더 멀리했던 것 같다. 많은 인프라가 부족하지만 시선이라도 좀 고와졌으면.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것이 보이고, 점점 넓어지는 내가 좋다. 앞으로는 더욱 다양한 작가의 다양한 주제의 책을 읽어봐야겠다.

​ㅡ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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