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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사랑한 학교 - 아이에게 준 최고의 선물, 발도르프 학교
강성미 지음 / 샨티 / 2013년 3월
평점 :
먼저 아이를 낳고 키운 주변 지인들에게서
아이가 얼마나 이쁜지, 키우면서 얼마나 힘든지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성장'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듣지 못했던 것 같다.
아이의 성장, 그리고 부모의 성장.
내게 가장 큰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바로 이 '성장'인데 말이다.
개구쟁이 사내아이 키우느라 안 아픈 데가 없으면서도
아이의 성장 과정을 하나하나 지켜볼 수 있어서 행복하다, 라고 우기고 있다.
내게 육아는 버겁고, 후딱 치워버려야 할 일이 아니라
고되면서도 최대한 음미하고 싶은 과정이다, 라고도 우기고.
샨티 출판사에서 나온 <내 아이가 사랑한 학교>는 발도르프 교육에 대한 책이다.
이론서가 아니라 아이를 발도르프 학교에 보낸 엄마가 쓴 생생한 교육 이야기.
읽으면서 참 많이 밑줄을 그었다. 그 첫 문장은
"아이의 성장을 도우며 자신의 성장도 이루어간다"
그리고 이어지는 문장들은
"진리, 영혼, 성장......
진실, 만남, 교류......"
'아, 이런 단어들도 존재했었지.'
발도르프 학교에서는 악기 수업 시간이 있는데, 이 책에 주인공인 민주는 첼로를 연주한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고, 어려운 과정도 있었지만 그 과정을 지나 첼로를 켜며 민주가 한 말은,
"엄마, 어떨 땐 내가 첼로 소리에 빠져 들어가서 내가 없어지는 것 같아."
이런 느낌, 살면서 몇 번이나 경험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 아이는 '내가 없어지는', 세상과 하나되는 충만함을
온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있구나.
엄마와 딸의 대화는 다음과 같이 이어진다.
"민주야, 첼로라는 악기를 네가 언제라도 연주할 수 있다는 게 어떤 기분이야?'
"음, 내가 다른 사람하고 더 이상 같을 수 없다는 기분?
그러니까 첼로를 하는 동안 나는 다른 세계를 가지는 거야.
휴, 몇 번이다 그만두고 싶었을 때 계속한 거 정말 다행이야.
첼로를 연주할 때 난 내가 되거든."
"내가 된다." 그거면 충분하지 않나.
아무리 많이 배워도, 돈을 많이 벌어도, 이름을 널리 알려도
'내가 되지 못해서' 사람들은 헛헛한 속을 채우려고 방황하는 게 아닐까.
탐욕스러워지는 게 아닐까...
발도르프 교육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누구나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우리가 어린 시절 이런 교육을 받았더라면
우리 삶이 좀 더 나아졌을까, 행복했을까 이런 질문도 던져보면서.
좋은 책은 그 책이 교육서이든, 인문서이든, 실용서이든 상관없이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 같다.
특히 산스크리트어로 '평화'를 뜻한다는 '샨티 출판사' 책은 더욱더.
요즈음 아이가 제 고집대로 하려고 해서 버거웠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좀더 넓고 깊은 시각으로 아이를 바라보게 됐다.
이렇게 엄마도 성장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