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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시성 - 그녀 양만춘
홍남권 지음 / 온하루출판사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 분께서 삼국사기를 읽다가 생긴 의문점으로부터 출발한 3부작 역사소설이다. 1권 평강: 고구려의 어머니, 그리고 3권 계백: 신을 만난 사나이의 중간에 위치한 안시성: 그녀 양만춘은 처음 읽는 독자들에게 갑자기 등장하는 평강과 계백이 낯설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3부작 역사소설이란 것을 감안한다면 2권부터 읽는 안시성: 그녀 양만춘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낯설지 않다. 특별히 3권의 주인공이 되는 계백이 만나는 안시성주 양만춘은 작가의 눈을 대변하듯 계백의 눈에서 새롭게 그려지고 있다.
안시성주 양만춘을 작가는 여자로 그리고 있다. 여자였기 때문에, 그래서 역사에서 지워진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을 품고 그리고 있다. 기록에 없어서 확인할 수 없는 인물에 대해 작가는 그렇게 추정하면서 안시성주 양만춘을 여자로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안시성주의 삶은 소설에서 빛이나고 있다. 역사 속에 한 개인의 삶은 역사를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특별히 작가의 관점에 대해 놀라웠던 부분이 있다. “첫째는 연개소문, 둘째는 사택소명, 셋째는 연정토, 넷째는 귀실복신, 다섯째는 김유신”이라는 대목인데, 이 부분은 계백이 그의 심복 타로에게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위인들 중에 가장 뛰어났던 위인이라고 일컫는 사람들의 순위였다. 연개소문이야 신채호 선생이 조선민족이래 최고의 영웅이라고 극찬한 바가 있기 때문에 놀랍지 않았지만, 그 다음에 나온 인물이 우리가 당연히 그 다음을 예상하는 김유신이 아니라 사택소명이었기 때문이다. 김유신이 5번째인 것도 놀라운 일이었지만, 그보다 역사소설에 사택소명의 이름을 본 것이 거의 처음으로 기억했기 때문이다.
사택소명은 일본서기의 대우황자, 그러니까 임신의 난을 일으킨 중대형황자의 빈객이었고, 재주가 많은 사람이었고, 중대형황자의 일생일대의 동료였던 등원겸족의 비문을 적을 정도로 뛰어난 문장가였고, 좌평이며, 법관대보이며, 대좌평으로 추증된 인물이다. 이러한 인물들에게 비록 한 줄이었지만 연개소문으로 다음 가는 자리에 둘 정도로 작가에게 매력적인 인물이었고, 이러한 내용을 찾아서 만든 작가의 노고가 이 소설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 같다. 특별히 삼국지를 많이 읽어 온 세대들에게 어색하지 않도록 백미 마량보다 뛰어난 계백이라든지 친숙한 호칭을 많이 사용하는 작가의 배려가 느껴지는 부분도 많아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읽으면서 그 시대를 탐험할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