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욱의 그림으로 읽는 과학사 - 다면체부터 가이아까지, 과학 문명의 컬렉션들
홍성욱 지음 / 김영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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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하면 왠지 복잡한 수식, 기호 등이 떠올라요. 말로 쭉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지만 그것 때문에 접근하기 쉽지 않은 면도 있어요. 최근 과학책을 조금씩 읽으려고 노력 중인데, 재미있지만 머리가 지끈거리기도 했어요. '그림'이 함께 있다면 조금은 더 친근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기대되었어요.

 

과학기술학자인 홍성욱 저자는 강의와 연구를 위해 오랫동안 수집한 진기한 그림들을 이 책 한 권에 담았어요. 이미지를 통해 과학의 역사를 조금은 새로운 각도에서 읽어보자는 의도에서요. 11년 만에 개정판을 내면서, 저자는 최근에 연구한 것을 추가하고 그림의 원본에 드러난 디테일을 살렸다고 해요.

 

1부는 세상의 근본원리를 탐구했던 플라톤의 다면체로 시작해서 튀코 브라헤, 갈릴레오까지 근대 과학의 탄생을 이끈 주요 인물들이 나와요. 특히 천문학의 발전을 이끈 코페르니쿠스, 튀코 브라헤, 케플러가 비중 있게 다뤄지며, 책에 나온 여러 그림의 변화를 보면서 우주론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 수 있어요.


이탈리아 예수회 선교사이자 천문학자인 리치올리의 <새로운 알마게스트> (1651) 표지 그림을 보면, 당시 과학계에서 권위 있게 받아들여지는 우주론이 바뀌는 상황을 포착할 수 있어요아리스토텔레스-프톨레마이오스의 우주관은 폐기되고, 코페르니쿠스 vs 브라헤의 우주관을 저울질 하는 여신이 있는데, 브라헤 쪽으로 약간 기운 것으로 나타나요. 하지만 브라헤의 우주관은 장수하지 못해요. 요한 가브리엘 도플메이어와 요한 밥티스트 호만이 1742년에 쓴 <우주의 지도>라는 책에 나오는 그림을 보면 17세기 과학자들은 코페르니쿠스의 태양 중심설을 선택하고 있음을 보여줘요.

 

2부에서는 이성과 근대성으로 대표되는 근대 과학의 특징을 이미지로 이야기해요. 근대 출판물의 표지 그림과 권두화, 과학자들의 초상화에 등장하는 컴퍼스 등이에요. 특히 윌리엄 블레이크의 <뉴턴> (1795) 그림에서 뉴턴은 구부정한 자세로 컴퍼스를 들고 세상을 재고 있는 인물로 묘사되는데, 이는 이성의 신에 복종하는 세태를 비판하려는 의도라고 해요.



과학사에서 주변부로 여겨졌던 여성과 과학자의 조수(테크니션)에 대한 이야기가 있어요. <프린키피아> 프랑스어판 번역자이자 볼테르의 연인이었던 샤틀레 부인과 남편과 함께 화학혁명을 이끈 라부아지에 부인이 대표적인데, 그들은 과학자로서 충분한 능력과 역할을 보여주었음에도 오늘날 각각 유명 철학자의 연인, 라부아지에의 아내로서만 여겨질 뿐이에요. 라부에지에 부인이 그린 실험실 그림에서 어둡게 그림자 처리된 과학자의 조수들이 있어요. 해당 그림 속 인물이 누구이며,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과학사에서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어요. 이에 저자는 이야기해요.

 

"이들의 얼굴을 복원하는 것은 과학의 역사에서 주변부에 있는 이들의 목소리와 중요성을 드러내고, 이들의 역할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는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다. 과학의 역사를 볼 때 눈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감춰진, 이름 없이 사라져간 사람들의 목소리, 역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과학 활동은 이렇게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서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P. 231~232)

 

3부는 뇌의 이미지, 진화론에서 등장하는 나무의 이미지, 데이터의 시각화, 가이아의 이미지를 분석했어요.

 

과학과 관련한 그림에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줄 몰랐어요. 모르면 그냥 휙 지나쳐 버렸을 텐데, 책의 설명을 읽으면서 천천히 살펴보니 그제야 눈에 하나씩 들어왔어요. 하나의 그림에 하나의 주제가 담겨 있기도 하고, 다양한 주제가 담긴 것을 보면서 그림은 역시 많은 것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림을 통해 많은 것을 내포하기도 하지만, 그것이 또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해요. 그림과 함께 명확한 설명이 함께한다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글로만 읽는 것보다 함께 보는 것이 더 이해하기 쉬우니까요. 많은 이야기 가운데 과학사에서 주변부로 여겨졌던 존재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저 또한 유명한 과학자만 기억하지 그 사람이 발견할 때까지 같이 힘써준 많은 사람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더라고요. 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텐데 말이에요. 다양한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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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녀장의 시대
이슬아 지음 / 이야기장수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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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녀장의 시대' 낯설고 독특한 제목. 무표정한 표정에 머리에는 신문(?) 왕관을 쓰고 오른손에는 전자 담배를 무심하게 쥔 듯한 표지를 장식한 한 여성. 그녀의 꼿꼿한 자세에서 자신감이 느껴지지만, 먼 곳을 응시하는 듯한 눈에서는 책임감과 약간의 외로움마저 엿보여요. <일간 이슬아>로 유명한 이슬아 작가의 첫 장편소설인 <가녀장의 시대>에서 작가님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요?


"이것은 제가 아직 본 적 없는 모양의 가족드라마입니다. 늠름한 아가씨와 아름다운 아저씨와 경이로운 아줌마가 서로에게 무엇을 배울지 궁금했습니다. 실수와 만회 속에서 좋은 팀으로 거듭나기를 희망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TV에서 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썼습니다. 작은 책 한 권이 가부장제의 대안이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저 무수한 저항 중 하나의 사례가 되면 좋겠습니다. 길고 뿌리깊은 역사의 흐름을 명랑하게 거스르는 인물들을 앞으로도 쓰고 싶습니다." (P. 311 작가의 말 중에서)


30세 여사장 슬아와 55세 부부 직원인 복희와 웅이가 일하는 낮잠 출판사. 정규 월급, 보너스는 물론 직원 복지까지 갖춘 어엿한 회사예요. 이곳은 각자 역할이 정해져 있는 수직적인 관계의 직장이에요. 슬아는 원고를 쓰고, 글쓰기 강의, 북토크, 인터뷰, 출판사 업무, 온라인 회의 등 사장의 역할을 하고, 복희는 음식을 담당하는 정규직 직원, 웅이는 청소, 사장님 운전기사, 기타 잡일을 담당하는 비정규직 직원이에요. 집안일에 정당한 페이를 지급하는 첫 회사인 셈이죠. 출판사에서 존댓말을 쓰는 것이 원칙이지만 가끔 부모와 자식의 자아가 튀어나와 반말이 나오기도 하는 곳이죠.


슬아는 새벽에 일어나 요가부터 시작하고 하루 일정을 빽빽하게 소화하느라 바빠요. 그런 사장을 본 직원들은 "역시 성공한 애는 달라. 저래서 사장하나 봐. 우리는 테레비나 보자."라며 혀를 내둘러요. 가끔 그들끼리 소곤소곤 "쟤 바보 아냐? 가끔 보면 좀 모자란 것 같아. 은근 게을러.” 등 사장님 뒷담화도 하면서요. 아주 바쁜 와중에도 데이트해야겠다며 데이팅 앱을 통해 사람을 만나는 슬아를 보면서도 전혀 개의치 않는 웅이와 복희. 웅이가 양쪽 팔에 청소기와 대걸레로 문신하는 장면, 이불 위에서 과자를 먹으며 부스러기를 흘려도 자기 일이 아니라 상관하지 않는 복희의 모습 등 절로 웃음을 짓게 만드는 장면이 많아요.


꼿꼿하게 바른 자세로 미간에 주름을 잡은 채 마감과 싸우는 슬아, 자기 관리에 철저하고 신경 써야 할 것도 많은 슬아가 일할 수 있게 뒷받침해 주는 두 직원. 그들 덕에 슬아는 낮잠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책을 10편이나 낼 수 있었을 거예요. 가녀장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지니고 있는 슬아를 묵묵히 각자의 삶을 충실하게 살면서 응원해 주는 직원들이 있기에 살가운 표현을 하지 못하는 슬아는 그들을 은근히 챙겨요. 서로의 삶에 깊숙이 관여하지 않으면서도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는 그들의 관계가 낯설지만 좋게 느껴졌어요. 가족이라 하면 끈끈하게 얽혀서 벗어나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조금 벗어나려 하면 그것을 서운해하는 경우도 많으니 말이에요. 처음 보는 가족관계여서 산뜻하게 느껴졌어요.


"가부장제 속에서 며느리의 살림노동은 결코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다. 슬아는 복희의 살림노동에 월급을 산정한 최초의 가장이다. 살림을 해본 가장만이 그렇게 돈을 쓴다. 살림만으로 어떻게 하루가 다 가버리는지. 그 시간을 아껴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알기 때문에 그는 정식으로 복희를 고용할 수밖에 없었다. 복희는 음식 만드는 데만은 천재다. 슬아는 복희의 재능을 사서 누린다. 복희는 가장 잘하는 일로 돈을 번다." (P. 40)

참 많이 와닿았던 구절이에요. 집안일은 같이 사는 사람 모두 함께해야 하는 일임을 어려서부터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남녀 구분 짓지 말고요.


"명강사 이슬아의 지론에 따르면 글쓰기에 관해 천재가 아닌 아이는 없었다. 동시에 계속해서 천재인 아이 역시 없었다. 꾸준히 쓰지 않는 이상 말이다. 반복하지 않으면 재능도 빛을 잃을 뿐. 즐기면서 계속 쓰라! 그는 아이들에게 탁월함과 성실함 그리고 즐거움이라는 세 가지 가치를 주입식으로 교육하며 수많은 십대 작가를 배출하기에 이른다." (P. 55)

최근에 읽은 '그릿' 책이 생각났어요. 역시 뭐든 꾸준히 해야 하는 거네요. 즐기면서 계속 쓰라! 쉽지 않지만 그렇게 해야만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거였어요.


책을 다 읽고 '신선하다! 재밌다! 어떻게 이런 소재로 소설을 썼을까?' 생각했어요. 본명이 그대로 나오는 소설이라니! 참 용감하고 감출 것이 없는 사람이구나 느끼기도 했어요. 왜 사람들이 이슬아 작가에 대해 많이 언급하는지 이 책 한 권만으로 알 수 있겠더라고요. 모부와 함께 살면서 직장 상사인 딸의 모습을 그린 이야기가 낯선 것 같으면서도 낯설게만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TV 등에서 흔하게 보던 식상한 가족드라마가 아니라 새로운 가족드라마를 보면서 흥미진진하고 멋지다고 생각했어요. 아마 제 무의식에 이런 생각이 어느 정도 있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어요. 새로운 방식으로 관계 맺는 가족 이야기, 가족으로부터 훌훌 해방되는 이야기 또한 꿈꾸고 있다니 벌써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기도 하네요. 가부장, 가녀장이라는 말은 권위도 느껴지지만, 책임감 또한 막중하다는 생각하기에 그런 말 자체가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봐요. 가족의 형태 등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한 것들이 실은 당연하지 않음도 알았어요. 저는 그런 편견의 시선을 가지고 있지 않나 다시 한번 점검해보게 되네요.


이슬아 작가만의 가족드라마가 궁금하신 분께 추천해 드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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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별자리 여행
이태형 지음 / 김영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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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의 별을 보는 것을 좋아해요. 언제부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무심코 올려다본 깜깜한 밤하늘에 반짝거리는 존재가 따스한 인사를 건네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으면, 조용히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 자주 하늘을 바라보게 되었어요. 그러다가 문학적 감상으로만 별을 바라보고 있었지, 정작 별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어요. 상대를 더 잘 알게 되면 더 사랑하게 된다던데, 이 기회에 별에 대해 알고 싶었어요.


자신을 별 보는 사람이라고 칭하는 이태형 저자. 1989년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을 발간한 것이 계기가 되어 30여 년을 별밤지기로 살았어요. 천체사진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고, 국내 최초로 소행성을 발견해서 '통일'로 명명하고, 여러 천문대를 기획하고 운영하기도 하면서요. 이번 책은 34주년 기념 개정판으로 별에 관한 정보를 최근 관측 자료를 토대로 수정했다고 해요. 북쪽 하늘의 별자리, 봄, 여름, 가을, 겨울철의 별자리와 별자리표, 성도 사용법 등 부록도 담겨 있어요.


인간이 밤하늘에 보이는 별을 연결하여 이름을 붙인 것을 별자리라고 해요. 고대부터 있었던 별자리는 지금으로부터 대략 1만 년 전에 살았던 아라비아반도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추측이에요. 그 시절 초원에 정착했던 목동에 의해 별자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했죠. 고대 바빌로니아 시대를 거쳐 보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별자리가 그리스로 전해졌고, 그리스인은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로 별자리의 주인공을 바꿨어요. 고대 로마제국이 멸망하고 암흑시대로 알려진 중세 시대 동안 별자리는 사람들 기억 속에 대부분 사라졌다가, 르네상스 시대가 오면서 다시 등장했어요. 이때부터 성도(별 지도)가 그려지고 별자리 목록도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했죠. 1922년 헨리 러셀의 주도 아래 총 88개의 별자리를 확정했어요.


북쪽 하늘의 별자리 중 큰곰자리를 소개할게요.

책에는 큰곰자리의 약어, 약자, 영문, 위치, 자오선 통과, 실제 크기, 큰곰자리를 구성하는 주요 별의 특성, 큰 곰의 상상도, 찾는 법, 전해지는 이야기 등 다양하게 다루고 있어요.


북두칠성은 매일 밤 북쪽 하늘에서 찾아볼 수 있는 주극성이에요. 많은 사람이 북두칠성을 독자적인 별자리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큰곰자리의 일부분이에요. 북두칠성을 이루는 일곱 별은 하나만 빼고 모두 2등성으로 밝기가 같고 밝은 편이라 금방 눈에 띄어요. 북두칠성은 북극성을 축으로 하루에 한 번씩 그 주위를 회전하므로 밤에는 시계의 역할을 해요. 국자 모양의 손잡이 방향에 따라 계절과 시간도 알 수 있어요. 봄과 여름에는 북두칠성을 저녁 하늘 높은 곳에서 볼 수 있고, 가을과 겨울에는 지평선 근처에 있어서 쉽게 찾기 어려워요.


한국의 옛사람들은 북두칠성을 두려워했다고 해요. 아이를 낳지 못하거나 병에 걸리면 칠성당에 찾아서 북두칠성에 빌었고, 사람이 죽으며 관 속에 북두칠성을 그려 다음 생의 복과 장수를 기원하기도 했어요. 아라비아에서는 북두칠성이 관을 메고 가는 낭자들의 모습이라고 보아서 불길한 별로 여겼대요. 동양의 점성술에서도 북두칠성을 인간의 죽음을 정하는 별로 여기기도 했다고 해요.

지극성으로 북극성 찾는 방법, 북두칠성의 두 번째 손잡이에 해당하는 제타별 미자르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작은 별인 알코르가 시력검사의 별로 불린다는 이야기도 알려줘요. 눈이 좋은 사람만 알코르와 미자르를 구별할 수 있어서 고대 로마에서는 군인을 뽑는 시력검사에 이 별을 사용하기도 했다고 해요.


큰곰자리에 전해지는 이야기도 알려줘요. 옛날 아르카디아에 칼리스토라는 공주가 살았는데, 그녀는 훌륭한 사냥꾼으로 아르테미스의 추종자였어요. 남자를 사랑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는데, 제우스가 그녀를 보고 사랑에 빠졌어요. 피해 다녔지만 어쩔 수 없이 제우스의 아이를 뱄어요. 다른 이들에서 신의를 저버렸다고 평가되어 인적 없는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아이를 낳았고, 이름을 아르카스라고 지었어요. 헤라는 화가 나 칼리스토를 흰곰으로 만들어 버렸고, 아르카스는 친절한 농부에 의해 자라났어요. 아르카스가 자라 사냥하다 칼리스토와 마주쳤는데, 칼리스토는 자기 모습이 곰이라는 사실을 잊은 채 아들을 껴안기 위해 달려들었으나 그 사실을 알 리 없던 아르카스는 활시위를 당겼어요. 이때 제우스가 아르카스를 작은 곰으로 변하게 하고, 칼리스토와 함께 하늘로 올려 별이 되게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요.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볼 수 있는 별자리마다의 특징을 위처럼 자세히 알려주고 있어요. 한 번에 다 알기는 어렵겠지만 밤하늘에서 별자리를 볼 때마다 저 별자리는 뭐였지? 찾아보면서 알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저자는 별자리 여행은 눈으로 떠나는 여행이라고 해요. 별자리 여행의 가장 좋은 준비물은 별지도로 책 맨 뒤에 실린 전천 성도를 복사해서 늘 가지고 다녀보라고 해요. 별이 보이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그것을 꺼내 하늘과 맞춰보라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별자리가 머릿속에 하나둘 자리 잡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해요. 별자리를 익히려고 꼭 시골로 여행을 떠날 필요도 없다고 해요. 도시의 밤하늘은 별자리의 뼈대를 이루는 밝은 별만 보이는 요점정리 판이기 때문에 처음 별자리를 익힐 때는 더 도움이 된다고 해요.


별자리에 대해 새로운 것을 많이 알게 되었어요. 그만큼 제대로 알고 있었던 것이 없었다는 얘기겠죠. 많은 내용이 들어있다 보니 한번 읽어서는 제대로 알기 어려워요. 저도 지금 몇 가지만 기억나거든요. 저자가 말한 대로 별지도를 복사해서 가지고 다니면서 찾아보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별지도로 별자리를 찾은 다음, 책에 나오는 그 별자리에 관련된 내용을 읽으면 더 기억에 잘 남을 것 같아요. 강원도 시댁에 가끔 가면 별이 쏟아질 듯 해서 너무 좋은데, 도시에서는 별을 제대로 보기 힘들어서 어려워 아쉬웠어요. 그런데 도시에는 밝은 별만 보이기에 처음에 별자리를 익힐 때는 더 좋다고 하니 도시의 밤하늘도 열심히 올려다봐야겠어요. 옛사람들이 지어놓은 별자리 이야기에 저만의 이야기도 보태면 더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어요.


재미있는 별자리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께 추천해 드려요.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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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신이라는 착각 - 확신에 찬 헛소리들과 그 이유에 대하여
필리프 슈테르처 지음, 유영미 옮김 / 김영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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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신이라는 착각', '확신에 찬 헛소리들과 그 이유에 대하여'라는 제목과 부제에 끌렸어요. 가끔 '저 사람은 왜 저럴까? 이해할 수 없어! 말도 안 되는 것을 왜 저렇게 우기지?'라고 생각하는 저를 발견해요. 저는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비정상이라고 이분법적 사고를 저도 모르게 하는거죠. 저 자신을 이해할 수 없을 때도 있는데 말이죠. 표지의 그림도 처음엔 그냥 개 다섯 마리인가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머리와 몸통이 따로 놀아요. 제멋대로 착각하고 있었던 거죠.

 

세계적인 신경과학자이자 정신의학자인 필리프 슈테르처. "인간의 확신은 어떻게 형성되는가" 하는 질문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그는, <제정신이라는 착각>에서 최신 뇌과학 이론과 자신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확신이 생겨나는 기본 메커니즘과 기능을 말해요. 왜 사람들이 비이성적으로 행동하고 자기 기만적인 경향이 있는지를 알리며, 다원화된 현대사회에서 공존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요.

 

우리는 스스로 확신하는 세계상을 만들어내고, 다른 사람의 확신과 일치하면 '정상적인' 것으로 여기고, 그렇지 않으면 '미쳤다, 제정신이 아니다'라고 해요. '정상'과 '비정상' 이분법적 분류를 하는 거죠. 우리는 왜 서로를 '정신 나갔다'고 욕하는 걸 즐길까요? 그것은 이분법적 분류가 자신이 속한 집단을 정의하고 통합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이고, 단순히 우리가 자신의 확신을 강하게 확신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이런 이분법적 분류는 흑백논리로 이어지고, 극복하기 힘든 고랑이 파일 수 있기에 위험해요.

 

'망상'은 '명백히 반대되는 증거가 있는데도 변치 않는 확신'이에요. 그런데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에게서도 조금만 살피면 금세 인식적으로 굉장히 불합리한 확신을 발견할 수 있어요. 종교적 믿음, 미신, 음모론, 인종적 편견 등등이요. 그렇기에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신적으로 건강한 상태와 병든 상태를 명확히 구분할 수 없다고 해요.

 

우리는 스스로를 합리적이라고 착각해요. 왜 이런 인식적 비합리성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우리 뇌는 바쁘기에 단순한 대강의 원칙을 사용해요. 휴리스틱에 따라 직감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의견을 형성한 뒤 확증 편향을 통해 의견이 빠르게 확신으로 굳어요. 이런 비합리성이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치명적 오류를 피하는 데 도움을 주고, 진실을 탐구하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다 보니 비용-편익을 위해 나은 거죠. 또 실용적인 이유에서 지식과 확신과 신념을 다른 사람에게서 그냥 넘겨받기 때문에도 비합리적 경향이 생겨나요.

 

뇌가 게으르다는 사실을 안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역시 그렇네요. 처리해야 할 것들이 많다 보니 대강 처리하는 거였어요. 시간이 없으니까, 효율성을 따지면 맞는 말이긴 하지만... 어쩐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에요. 세상 스마트하다고 생각한 뇌였는데, '에이~ 귀찮아. 저번에 한 거랑 비슷하네. 저번처럼 그냥 해버려!'라고 얘기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뇌는 예측 기계가 되어 내적 세계 모델과 주어지는 감각 데이터를 끊임없이 비교해 세계상을 구성해요. 이런 비교에서 뇌에 중요한 것은 최대한 진실에 충실한 것이 아니라 생존과 번식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것이기에, 인식적 비합리성이 생겨나요확신이라는 것도 '최선의 추측'이기에 때에 따라 적잖이 비합리적이에요. 댄 카한 교수는 확신은 자신이 무엇을 아는지 보여주기보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보여준다고 말해요. 관련 정보의 정확성 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집단이나 정치 진영이 표방하는 가치와 맞아떨어지느냐가 중요하다고요. 오류 관리 이론의 시각에서 보면 인식적으로 그르더라도 집단에서 무리 없이 지내게끔 하는 확신을 갖는 것은 적응적인 일이라는 거죠. 진화적 안경을 쓰고 관찰하면 인식적 비합리성은 '버그'가 아니라 '특징'이며, 오류가 아니라 기능이라는 거에요.

 

하지만 뇌가 예측 기계로서 아주 유능하게 확신을 만들어내고, 우리가 이런 확신을 굳건히 고집한다 해도, 확신은 가설일 따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해요. 가설이라는 것은 언제든 틀린 것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는 뜻이죠. 그렇기에 저자는 열린 태도와 진정한 관심을 가지고, 분별력과 인내심을 가지고 대화해 나가라고 권해요.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건설적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언제나 가치 있는 일이라고 하면서요.

 

"나는 우리의 확신과 다른 사람들의 확신을 다룰 때 과학을 모범으로 삼도록 장려하고 싶다. 자신의 확신이 완전히 확실한 팩트가 아닌, 원칙적으로 가설임을 의식하고, 자신의 확신의 굴레에서 자유로워지는 것만 해도 정말 많이 이룬 것이다. 우리는 세계에 대한 완전한 진실을 알 수 없다. 우리의 확신은 이런 불확실함에 대처하기 위한 우리 뇌의 중요한 전략이다. 확신은 우리에게 불확심함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옳은 것을 하고 있다는 안도감을 준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주관적 확실함에 오도된 채 자신의 확신만이 옳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 (P. 320)

 

'왜 저렇게 자기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행동하지?' 의문을 가진 적이 꽤 있어요. 최근 서로 의견이 다른 갈등이 더욱 심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사람마다 자신이 확신하는 것이 달라서 그렇겠죠. 자신과 의견이 일치하면 '정상', 그렇지 않으면 '비정상'이라고 선을 그어버리는 것에 대한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어요. 가볍게 술술 읽히지는 않지만 재미있어요. 뇌가 생존과 번식 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인식적 비합리성이 생겨난다는 것도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내가 가진 확신이 가설이라는 것만 제대로 인지해도 다양한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이분법적 태도가 아니라 열린 태도를 가지고 서로를 대한다면 조금은 따스한 시선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대화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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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의 이것저것의 물리학 - 호기심 많은 물리학자의 종횡무진 세상 읽기
김범준 지음 / 김영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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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의 한 분야인 물리학. '물질의 물리적 성질과 그것을 나타내는 모든 현상, 그리고 그들 사이의 관계나 법칙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사전적 정의에서도 쉽지 않은 학문임이 느껴져요. 수학적인 지식도 어느 정도 갖춰야 할 것 같아 접근하기 쉽지 않은데, 궁금하기는 해요. 나를 둘러싼 많은 것에 어떤 과학적인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알고 싶은 거죠.


물리학자인 김범준 저자는 과학의 즐거움을 알리는 일에 힘을 쏟고 있어요. 복잡한 현상에서 단순한 원리를 찾아내고 일상의 익숙한 것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하는 것이 과학의 힘이라고 해요. 책에는 물리학뿐 아니라 생물학, 뇌과학과 인공지능, 통계와 통계물리, 여러 SF소설과 영화,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담겼어요.


"과학은 무지개를 낱낱이 풀어 헤치는 차가운 시선이 아닙니다. 과학의 눈으로 보면 무지개가 더 아름답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무지개를 보면서, 왜 하늘은 파란지, 예쁜 저녁노을은 왜 붉은지, 그리고 위에서 바라온 맑은 물은 왜 푸른지도 모두 함께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학의 눈이 가진 매력이니까요. 이 책은 한 물리학자가 바라본 재밌고 경이로운 세상의 모습을 담고 있어요." (P. 6)


📍 미래는 이미 결정되어 있을까?

뉴턴의 역학(고전역학)으로 동쪽에서 뜨는 해를 확신할 수 있게 되었어요. 하지만 이면에는 자유의지의 존재를 허용하지 않는 딱딱한 결정론의 세상이 숨어 있어요. 하지만 이런 결정론은 불편하고 우리 일상의 경험과도 부합하지 않아요. 20세기 카오스 이론은, 결정되어 있지만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보여주어 약간의 숨통을 틔워주었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았어요. 미래가 아직 결정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인간이 가진 주관적 인식능력의 한계로 보였어요. 우리는 몰라서 자유롭다고 느낄 뿐, 진정 자유로운 것은 아니라는 얘기에요. 최근에는 미래의 비결정성이 인식론의 문제가 아닌 우주의 존재론적 속성일 가능성에 대해 제안해요. 미래는 결정되어 있는 것일까요? 다가올 미래의 물리학이 답을 줄 수 있을까요?


미래는 결정되어 있다는 의견보다 내가 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을 믿는 쪽인데, 이 글을 읽으면서 혼란스러워졌어요. 결정되어 있는데 내가 잘 몰라서 자유롭다고 느끼는 것이라면, 그것은 진정한 자유라고 할 수 있을까요? 미래 물리학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 무성생식과 유성생식

도대체 성은 왜 존재하게 되었을까요? 사실 암수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 무성생식을 하는 생명체도 많아요. 이런 경우 내가 가진 유전자 중 거의 100퍼센트를 마치 붕어빵 찍어내듯 자손에게 그대로 물려줄 수 있고, 후손을 함께 만들 배우자 상대를 찾아 나서는 힘든 노력도 필요 없어요. 게다가 개체 수가 더 빨리 늘어 유리한 장점이 있는데, 왜 많은 생명은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유성생식을 택한 것일까요? 바로 변이의 다양성 때문이에요. 유성생식은 무성생식에 비해 부모와 다른 자손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더 커요. 생존에 불리한 환경으로 바뀌었을 때 멸종에 이를 가능성이 거의 없는 거죠. 주식투자로 비유하면 무성생식은 몰빵 투자, 유성생식은 분산 투자인 셈이죠. 유성생식은 진화의 과정에서 생명이 택한 현명한 위험 회피 투자 전략인 거예요. 미래의 위험에 대비해, 지금 당장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유전자라도 후대에 계속 물려줄 수 있으니까요. 환경에 변화가 없다면 무성생식이 유리하지만, 세상의 환경은 시시각각 크고 작은 변화를 계속 이어 나가요. 미래에 닥칠 예측할 수 없는 환경 변화에 더 효율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바로 유성생식이 제공하는 유전자의 다양성인 거예요.


📍 짧은 시간을 길게 사는 법

우리 밖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은 여러 감각을 통해 뇌로 전달돼요. 우리는 사건으로 시간을 재지만, 결국은 뇌가 시간을 재는 셈이죠. 그렇다면 뇌는 어떻게 시간의 흐름을 재는 걸까요? 뇌과학 분야에서 흥미로운 연구들이 진행 중인데, 도파민이 우리의 시간 인식에 중요한 역학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해요. 도파민 분비가 늘어나면 째깍째깍 뇌 안의 초침이 빨리 간다고 해요. 우리 뇌는 미래를 먼저 예측하고, 현실로 도래한 실제의 경험과 예측을 비교해요. 만약 경험의 크기가 예측보다 더 크면, 도파민이 분비되고, 우리는 이 행동을 이후에 더 강화한다는 것이 강화학습의 메커니즘이에요. 하지만 강한 경험이라도 여러 번 반복하면, 예측이 조정되어 결국 예측과 경험의 차이가 줄어들어요. 우리가 끊임없이 새로운 경험과 더 큰 자극을 갈구하는 이유죠. 우리에게 주어는 객관적인 시간의 양은 누구에게나 같아요. 하지만 우리 각자가 주어진 시간을 늘려 더 충실하게 삶을 이어가는 방법이 있다고 해요. 바로 재밌게 살면 된다고 해요. 뇌 안의 째깍거림을 빨리하는 것이죠. 내일은 오늘과는 다른 방법으로 재미를 찾자고 해요. 우리 뇌가 예측할 수 없어 매일 깜짝 놀라게. 늘 다르게요.


저자의 이야기를 쭉 따라가다 보면 제가 전혀 생각해 보지 않은 질문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그냥 원래 그런 거야'라며 깊이 생각하지 않고 넘어간 것들이 이제서야 제게 물음표를 띄우는 것 같아요. 과학적인 지식만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인 측면에서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도 나와서 더 재미있었어요. 전문적인 지식도 중요하지만, 더 넓고 더 깊이 이해하려면 다른 학문도 함께 알아야 함을 알았어요. 내 것만 옳다고 여기는 자신만의 기준틀을 모두 가지고 있다면 한 걸음도 발전하기 어렵겠죠. 저자가 이야기하듯 세 번째 기준틀로 눈을 돌려 객관적인 시선에서 바라보는 연습도 필요하겠구나 싶었어요. 저자는 과학은 과정이라고 했는데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 자체가 과정이잖아요. 내가 꿈꾸는 것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긴 항해를 하고 있는 셈인데, 그 길에서 다양한 시각을 접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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