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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의 이것저것의 물리학 - 호기심 많은 물리학자의 종횡무진 세상 읽기
김범준 지음 / 김영사 / 2023년 9월
평점 :
자연과학의 한 분야인 물리학. '물질의 물리적 성질과 그것을 나타내는 모든 현상, 그리고 그들 사이의 관계나 법칙을 연구하는 학문'이라는 사전적 정의에서도 쉽지 않은 학문임이 느껴져요. 수학적인 지식도 어느 정도 갖춰야 할 것 같아 접근하기 쉽지 않은데, 궁금하기는 해요. 나를 둘러싼 많은 것에 어떤 과학적인 이야기가 숨어있을까 알고 싶은 거죠.
물리학자인 김범준 저자는 과학의 즐거움을 알리는 일에 힘을 쏟고 있어요. 복잡한 현상에서 단순한 원리를 찾아내고 일상의 익숙한 것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하는 것이 과학의 힘이라고 해요. 책에는 물리학뿐 아니라 생물학, 뇌과학과 인공지능, 통계와 통계물리, 여러 SF소설과 영화,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담겼어요.
"과학은 무지개를 낱낱이 풀어 헤치는 차가운 시선이 아닙니다. 과학의 눈으로 보면 무지개가 더 아름답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름다운 무지개를 보면서, 왜 하늘은 파란지, 예쁜 저녁노을은 왜 붉은지, 그리고 위에서 바라온 맑은 물은 왜 푸른지도 모두 함께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학의 눈이 가진 매력이니까요. 이 책은 한 물리학자가 바라본 재밌고 경이로운 세상의 모습을 담고 있어요." (P. 6)
📍 미래는 이미 결정되어 있을까?
뉴턴의 역학(고전역학)으로 동쪽에서 뜨는 해를 확신할 수 있게 되었어요. 하지만 이면에는 자유의지의 존재를 허용하지 않는 딱딱한 결정론의 세상이 숨어 있어요. 하지만 이런 결정론은 불편하고 우리 일상의 경험과도 부합하지 않아요. 20세기 카오스 이론은, 결정되어 있지만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보여주어 약간의 숨통을 틔워주었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았어요. 미래가 아직 결정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인간이 가진 주관적 인식능력의 한계로 보였어요. 우리는 몰라서 자유롭다고 느낄 뿐, 진정 자유로운 것은 아니라는 얘기에요. 최근에는 미래의 비결정성이 인식론의 문제가 아닌 우주의 존재론적 속성일 가능성에 대해 제안해요. 미래는 결정되어 있는 것일까요? 다가올 미래의 물리학이 답을 줄 수 있을까요?
미래는 결정되어 있다는 의견보다 내가 하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을 믿는 쪽인데, 이 글을 읽으면서 혼란스러워졌어요. 결정되어 있는데 내가 잘 몰라서 자유롭다고 느끼는 것이라면, 그것은 진정한 자유라고 할 수 있을까요? 미래 물리학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 무성생식과 유성생식
도대체 성은 왜 존재하게 되었을까요? 사실 암수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 무성생식을 하는 생명체도 많아요. 이런 경우 내가 가진 유전자 중 거의 100퍼센트를 마치 붕어빵 찍어내듯 자손에게 그대로 물려줄 수 있고, 후손을 함께 만들 배우자 상대를 찾아 나서는 힘든 노력도 필요 없어요. 게다가 개체 수가 더 빨리 늘어 유리한 장점이 있는데, 왜 많은 생명은 온갖 어려움을 무릅쓰고 유성생식을 택한 것일까요? 바로 변이의 다양성 때문이에요. 유성생식은 무성생식에 비해 부모와 다른 자손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더 커요. 생존에 불리한 환경으로 바뀌었을 때 멸종에 이를 가능성이 거의 없는 거죠. 주식투자로 비유하면 무성생식은 몰빵 투자, 유성생식은 분산 투자인 셈이죠. 유성생식은 진화의 과정에서 생명이 택한 현명한 위험 회피 투자 전략인 거예요. 미래의 위험에 대비해, 지금 당장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유전자라도 후대에 계속 물려줄 수 있으니까요. 환경에 변화가 없다면 무성생식이 유리하지만, 세상의 환경은 시시각각 크고 작은 변화를 계속 이어 나가요. 미래에 닥칠 예측할 수 없는 환경 변화에 더 효율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바로 유성생식이 제공하는 유전자의 다양성인 거예요.
📍 짧은 시간을 길게 사는 법
우리 밖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은 여러 감각을 통해 뇌로 전달돼요. 우리는 사건으로 시간을 재지만, 결국은 뇌가 시간을 재는 셈이죠. 그렇다면 뇌는 어떻게 시간의 흐름을 재는 걸까요? 뇌과학 분야에서 흥미로운 연구들이 진행 중인데, 도파민이 우리의 시간 인식에 중요한 역학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해요. 도파민 분비가 늘어나면 째깍째깍 뇌 안의 초침이 빨리 간다고 해요. 우리 뇌는 미래를 먼저 예측하고, 현실로 도래한 실제의 경험과 예측을 비교해요. 만약 경험의 크기가 예측보다 더 크면, 도파민이 분비되고, 우리는 이 행동을 이후에 더 강화한다는 것이 강화학습의 메커니즘이에요. 하지만 강한 경험이라도 여러 번 반복하면, 예측이 조정되어 결국 예측과 경험의 차이가 줄어들어요. 우리가 끊임없이 새로운 경험과 더 큰 자극을 갈구하는 이유죠. 우리에게 주어는 객관적인 시간의 양은 누구에게나 같아요. 하지만 우리 각자가 주어진 시간을 늘려 더 충실하게 삶을 이어가는 방법이 있다고 해요. 바로 재밌게 살면 된다고 해요. 뇌 안의 째깍거림을 빨리하는 것이죠. 내일은 오늘과는 다른 방법으로 재미를 찾자고 해요. 우리 뇌가 예측할 수 없어 매일 깜짝 놀라게. 늘 다르게요.
저자의 이야기를 쭉 따라가다 보면 제가 전혀 생각해 보지 않은 질문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그냥 원래 그런 거야'라며 깊이 생각하지 않고 넘어간 것들이 이제서야 제게 물음표를 띄우는 것 같아요. 과학적인 지식만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인 측면에서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도 나와서 더 재미있었어요. 전문적인 지식도 중요하지만, 더 넓고 더 깊이 이해하려면 다른 학문도 함께 알아야 함을 알았어요. 내 것만 옳다고 여기는 자신만의 기준틀을 모두 가지고 있다면 한 걸음도 발전하기 어렵겠죠. 저자가 이야기하듯 세 번째 기준틀로 눈을 돌려 객관적인 시선에서 바라보는 연습도 필요하겠구나 싶었어요. 저자는 과학은 과정이라고 했는데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 자체가 과정이잖아요. 내가 꿈꾸는 것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긴 항해를 하고 있는 셈인데, 그 길에서 다양한 시각을 접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