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로 - 요절할 결심
이묵돌 지음 / 김영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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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절할 결심을 하고 러시아로 떠났다고? 황량하고 광막한 러시아 어딘가에서 홀로 생을 마감하겠다고 떠난 여행, 하지만 그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사기를 당하고 전쟁이 일어나고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격리를 당하고 비행기는 결항되고 ......

독특한 주제 선정과 감각적인 표현으로 알려졌다는 이묵돌 작가의 에세이를 처음 읽어 보았다. 나는 에세이를 잘 읽지 않지만 러시아로 요절할 결심을 하고 여행을 떠난 이야기라고 하여 신청을 했다. 러시아에 죽으러 갔단 말인가?

끝없이 반복되는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은 심정은 이해가 된다. 어디론가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낯선 곳으로 떠나는 상상을 누구나 해 보았을 것이다. 막상 떠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에 관한 해답이 이 책 [여로]에 들어있다고 하자.

러시아, 쉽게 갈 수 있는 나라는 아니지 않나? 그래서 러시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는 매우 좋아한다. '드넓다', '광활하다', '이국적이다.', 그러면서 '을씨년스럽다' 등의 형용사가 어울리는 나라, 러시아. 러시아는 어떤 느낌일까?

이묵돌, MZ 세대 탑티어 문학가라고 하는데, 글쎄. 젊은이가 이렇게 죽는다는 말을 쉽게 내뱉는다니. 너무 지긋지긋해서 정말 어디로든지 떠나서 얼어 죽든 굶어 죽든 뒈져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고 한다. 물론 이 책이 그의 첫 책이 아니고 나는 그의 전작들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자세한 배경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젊은 나이에 요절을 하겠다며 여행을 떠나고 공공연히 죽겠다고 말하는 것은 적어도 나에게는 편하지 않았다.

살아온 길이 평탄하지 않은 것 같았다, 아주 많이.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생활고로 대학도 자퇴했다고 한다. 중학생때부터 글을 썼고 취미삼아 인터넷에 올린 글이 인기를 끌어 책도 여러 권 내고 강연도 다녔다고 한다. 이씨는 어머니의 성씨이고 묵돌은 흉노족 족장의 이름을 딴 것으로 '용기 있는 자'라는 뜻이다.

러시아에서 험한 일을 많이 당했는데 기어코 돌아온 것을 보면 진짜 뒈질 양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는 필사적으로 다시 살아서 제자리에 돌아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작가는 젊어서 그렇지 나는 이런 여행은 하고 싶지 않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걸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 죽는다고 대서특필하는 사람은 결코 죽을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죽으려고 떠났지만 그 죽는 것조차 마음되로 되는 것이 아님을 깨달은 러시아 여행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해당 도서는 김영사의 서포터즈 16기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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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의 니쿠코짱!
니시 가나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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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한 부끄러움을 두려워할 필요 없다!" "세계는 활기차다. 언제나, 언제나!" 제대로 된 어른은 없다. 하나도 없다. 그래도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니까, 두려워할 필요 없다. 매일 반복되는 보통의 날을 함께 살아가면 된다. 그냥 그거야.

북쪽 작은 항구 마을로 이사 온 뚱뚱한 엄마 니쿠코와 사춘기 딸 기쿠코. 엄마는 그야말로 '거지 같은 남자들'에게 실연을 당할 때마다 이사를 한다. 그 거지 같은 남자들에게 몸도 마음도, 피땀 흘려 모은 돈까지 다 퍼주고 결국은 버림을 받았다. 한두 번도 아니다. 이쯤 되면 뭔가 '교훈'을 얻을 법도 한데 뚱뚱한 엄마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법이 없었다.

거지 같은 놈들이 떠넘긴 빚을 죽을 각오로 갚고 다른 지역으로 거처를 옮긴다. 스물일곱 살, 너덜너덜했다. 서른세살, 너덜너덜했다. 사랑을 잃을 때마다 성대하게 울고 성대하게 슬퍼하는 엄마를 보면서 딸 기쿠코는 마치 '오페라' 같다고 생각한다. 본 적도 없지만 말이다. 자칭 소설가남을 끝으로 서른다섯 살, 다시 너덜너덜했다. 서른다섯 살의 니쿠코와 기쿠코는 항구 마을에 정착하게 된다.

엄마 니쿠코의 생일은 7월 3일, 영화배우 톰 크루즈와 생일이 같단다. 거지 같은 놈들만 꼬이는 엄마, 거기서 어떤 교훈도 얻지 못하는 엄마를 보는 초등학생 딸 기쿠코의 시선은 "이 세상에 제대로 된 어른은 하나도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당연한 거 아닌가?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푸는지 엄마는 날로날로 뚱뚱해져 간다.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와 흡사한 몸매의 엄마. 다행스럽게도 기쿠코는 엄마와 닮은 구석이 거의 없다. 정말 다행이다.

친절하고 다정한 마을 사람들에게 점차 마음을 열게 되는 기쿠코는 태어나 처음으로 이 마을에 계속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엄마가 또 다른 남자에게 실연을 당해 이 마을을 떠나게 될까 봐 두렵다. 엄마를 창피해 하기도 하지만 세상 사람들의 시선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활기차게 살아가는 엄마가 부럽기도 하다. 물론 내색은 하지 않는다.

대체 '이 엄마'는 제정신인가 싶을 정도로 낙천적이다. 작가 니시 가나코는 이렇게 말한다. "제게 소설을 쓰는 것이란 이 세상의 니쿠코를 쓰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있는 니쿠코를 쓰는 것." 작가의 말대로 우리는 언젠가 사라질 운명이다. 언젠가 사라질지라도 웃으며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까? 어차피 사라질 인생, 최대한 웃으며 즐겁게 살자는 뜻일까?

작가가 바라보는 이 세상은 확실히 따뜻하다. 정감이 넘친다. 물론 좋은 일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더라도. 내 삶이 꽃밭이 아닐지라도 꽃밭을 걷는 것 듯이 살아가는 니쿠코를 보며 생각했다. 역시 세상은 보기 나름이다. 행복해서 사는 게 아니라 살 수 있어서 행복한 것이다.

제152회 나오키상, 일본 서점대상 2위를 받은 일본의 대표적 여성 작가라는 니시 가나코의 이 따뜻한 소설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각종 상을 휩쓸었다고 한다. 소설 먼저 읽고 애니메이션을 보자.

별 다를 것 없는 보통의 날이 제일 좋은 겨! 라고 외치는 엄마 니쿠코. 사는 것이 힘들고 외로울 때면 니쿠코를 생각해야겠다. 이번 생은 망했다는 거지 같은 생각이 들 때는 니쿠코를 생각하자. 왜? 이 세상에 제대로 된 어른은 하나도 없으니까. 원래 없는 거다.

해당 도서는 소미미디어의 서포터즈 소미랑2기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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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부사 소방단
이케이도 준 지음, 천선필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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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 살인, 사이비 종교 집단과의 갈등...... 조용한 시골 마을답지 않게 있을 건 다 있다! 시골 마을에 벌어지는 연쇄 방화 사건. 아름답고 조용하기만 할 것 같았던 한적한 시골 마을에 감춰진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아름다운 자연 경관에 반해 도쿄 생활을 청산하고 하야부사 지구로 내려온 미스터리 작가 마마 다로. 조용히 방에서 글이나 쓰려고 작정한 다로를 마을 사람들은 가만히 두지 않는다. 마을 축제, 낚시, 벌 잡기, 멧돼지 사냥까지 시골 생활이 이렇게 바쁜 거였나?

이 작은 마을의 주된 활동은 '하야부사 소방단'이다. 화재가 나면 멀리서 소방차가 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니 마을의 소방단이 먼저 초기 진압에 나서고 기타 안전 관련한 일도 도맡아 하는 것이다. 생각보다 참여해야 하는 일이 많음에 놀란 다로는 고민하다가 결국 하야부사 소방단에 가입하게 된다. 참여하지 않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

공교롭게도 다로가 소방단에 가입하자마자 화재가 나고 다로도 함께 화재 진압을 하게 된다. 이 작은 마을에서 연쇄 방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는 놀라운 소식을 접한다. 그리고 마을 주민 한 명이 사망하는 사건까지. 이 작은 마을에서 왜 이런 사건이 끊이지 않는 것일까?

"그녀를 조심하세요!"

도쿄에서 영상 크리에이터로 일하다 다로처럼 이 마을로 이사 온 다치키 아야라는 아가씨. 그녀는 사이비 종교 집단의 핵심 인물로 일하다 빠져나와 조용히 살고 있다고 했다. 다로에게 마을 주민들은 경고한다. "그녀를 조심하세요, 다로씨!"

마을에 화재가 발생하고 나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태양광 발전 회사의 직원. 땅을 사러 온다.

"다로씨, 저에게 땅을 파실 생각 없으신가요?"

4건의 방화 사건과 발견된 시신, 자살인가 타살인가? 방화와 관련이 있는가 없는가? 경찰은 뭐하고 작가가 다 수사를 하는 거지?

일본 최고의 스토리텔러라는 작가 이케이도 준의 첫 전원 미스터리 소설 [하야부사 소방단] 700페이지에 육박하는 엄청난 두께에도 숨 돌릴 틈 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올해 7월 일본 드라마 상영이 결정되었다고 한다.

조용한 시골 마을로 들어가 미스터리 작가 다로와 함께 이 마을의 문제점을 파헤쳐 보자.

해당 도서는 소미미디어의 서포터즈 소미랑2기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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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기 있어요 - 세상에 혼자라고 느껴질 때, 우리를 위로해 주는 것들
크리스토프 앙드레 지음, 안해린 옮김 / 불광출판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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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어, 눈물을 다 쏟아내, 내가 여기 네 곁에 있을게!" 이것이 진정한 '위로'다. 울지 말라고 말하지 않는 것, 슬퍼하는 이에게 내가 네 옆에 있으니 실컷 울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이것이 진짜 '위로'다.

스웨터를 세탁기에 넣고 돌려 버렸다. 아끼던 스웨터는 볼품없이 줄어들어 버렸다. 엄마가 너무 피곤해서 저지른 실수였다. 세탁기에서 옷을 꺼내던 딸이 이 사실을 알렸고 엄마도 다른 식구들도 어색하게 웃었다. 자녀 중 한 명만이 엄마의 눈에 고인 눈물을 알아차린다. 공감 능력이 뛰어난 이 아이가 엄마를 안아드리자 엄마는 눈물을 흘렸다. 다른 식구들은 엄마의 눈물에 당황한다. 줄어든 스웨터는 입을 수 없지만 그리 심각한 문제는 아니니까. 그리 대단한 비극은 결코 아니다.

누구도 보지 못한, 혹은 보려고 수고하지 않은, 그래서 아무도 위로하지 않은 작은 고통이었다. 하지만 그 아이의 위로는 엄마의 속상함을 위로해 주는 은총과 같은 것이었다. 엄마는 어쩌면 영원히 그날의 작은 위로를 잊지 못할 지도 모른다.

예상보다 훨씬 빨리 내 인생이 끝나버릴지도 모르는 일이 벌어진다면? 이 책 [내가 여기 있어요]의 저자인 크리스토프 앙드레는 프랑스의 저명한, 프랑스가 사랑하는 정신의학자이다. 저자는 중병을 앓게 되자 세상을 더 세밀하게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은 환자를 치유하는 것에 만족했지만 '위로'에는 서툴렀다고 한다.

위에서 말한 줄어든 스웨터 이야기를 읽었을 때, 잠시 멈춘 내 손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엄마의 눈에 비친 눈물을 보았던 아이, 그 눈물을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공감이고 위로인 것이다. 누구에게는 그 눈물이 보이고 어느 누구에게는 보이지 않는 그 눈물. 나는 다른 사람의 눈에 고인 눈물을 볼 수 있는 사람인가?

저자는 이 책이 위로에 관한 책에 머무르지 않고 부디 위로하는 책이 되기를 바란다고 썼다. 위로는 일시적인 격려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한다. 위로가 현실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진정한 위로는 쓰러진 자를 일으켜 세우고, 비록 잠시일지라도 절망과 체념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 세상은 다시 살 만한 곳이라고.

오랜 기간 동안 환자들을 치료하며 쌓아온 경험과 환자들에게 보낸 편지, 읽은 책 내용이 마치 영화처럼 펼쳐진다. 수많은 위로의 편지를 썼던 세네카의 위로에서, 신의 은총에서 위로를 얻고자 했던 단테, 죽음을 앞둔 병자들에게 첼로 연주를 들려주며 위로의 힘을 경험했던 이야기, 알랭 드 보통의 철학적 위로까지! 우리를 위로해 주는 모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저자는 위로를 시도하면서도 지나치게 애절하지는 않게, 지나치게 심각하지는 않게, 지나치게 감정적이지는 않게 그렇게 우리를 위로로 이끈다. 세상에 나 혼자가 아닐까 힘들어 하는 이들을 이렇게 위로한다.

인간은 슬픔 속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존재라고 한다. 우리는 아주 사소하지만 위안이 되는 것들의 목록을 작성해야 한다고 저자는 권한다. 구름 사이로 갑자기 드러난 파란 하늘이 그톡록 아름다울 수 있는지 깜짝 놀라면서 역시 삶은 아름다운 것이구나 느낄 수 있다.

슬플지라도 웃기! 과장하지 말고 그냥 가볍게 미소 짓기. 그거면 충분하다. 그런데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고 한다. 노력해야 한다. 슬플지라도 웃으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 슬픔 속에서도 행복했던 그 모든 순간을 떠올리며 노력해야 한다.

단 한 마디 단어, 손짓, 따뜻한 말에서 위로는 시작된다. 불행의 검은 빛에 가려져 행복하지 않게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이 책 [내가 여기 있어요]는 "단 하나의 행복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라고 위로한다. 위로에 관한 책이 아니라 우리를 진심으로 위로하는 책이다.

해당 도서는 불광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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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되면 그녀는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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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감기와 비슷하다. 감기 바이러스는 어느새 몸속으로 침투하고, 알아챘을 때는 이미 열이 난 상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열은 사라져 간다. 열이 났던 게 거짓말처럼 여겨지는 날이 온다.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는 그 순간이 찾아온다. (58쪽)

정신과 의사인 후지시로 슌, 대학 시절 사진 동아리에 들어온 신입생 하루를 만나고 가까워진다. 자그마한 몸집에 커다란 필름식 카메라를 목에 걸고 나타난 그녀는 "찍히지는 않지만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것들과 만나고 싶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다고 했다.

오랜 세월이 지나고 후지시로는 수의사인 야요이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4월, 과거의 연인 하루에게 9년 만에 편지가 온다. 볼리비아에 있는 소금 호수로 둘러싸인 도시 우유니에 있다는 그녀는 갑자기 왜 편지를 보낸 것일까. 사진 동아리 시절, 그녀는 후지시로의 얼굴을 자주 찍었다. 언제 찍혔는지 알 수 없는 자신의 사진. 언제까지나 서로의 곁에 있겠다고 다짐했던 그들이지만 감기 바이러스처럼 그들의 사랑도 피할 수 없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정신과 의사는 신기하게도 자기가 안고 있는 문제와 같은 분야를 선택하고, 자기와 비슷한 환자를 진찰하게 되지. 우리는 타인을 치료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자기 자신을 치료하고 싶은 것뿐일지도 몰라. 후지시로는 이렇게 말했다.

9년 만에 받은 옛 연인의 편지를 통해 그의 기억은 오래된 필름 카메라를 통해 과거를 관통한다. 짙은 남색 볼펜으로 쓴 그녀의 필체, 틀림없는 그녀의 필체. 뜨겁게 사랑해서 결혼하는 것이 아닌 현대를 살아가는 남녀의 건조하고 미묘한 감정, 같이 살면서도 확신할 수 없는 사랑. 정신과 의사 후지시로와 수의사 야요이 커플은 오늘날의 연애를 대표하는 커플이다.

서로 싫어하는 것을 공유하며 서로를 더 잘 알게 된 커플, 딱히 결혼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커플, 이것이 진짜 사랑인지 아닌지조차 모호하다. 후지시로의 동료 의사인 나나는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목적은 사랑받는 것이지 사랑하는 게 아니다" 라고.

연애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 소설 [4월이 되면 그녀는]은 굉장히 몰입해서 읽었다. 하루의 커다란 필름 카메라와 그녀가 찍은 사진들, 인화 과정, 사진을 찍는 이유. 건조한 것 같으면서도 미세하게 아름답고 슬픈 묘사가 돋보인다. 읽는 이의 마음을 자극하는 절제된 문장.

후지시로의 집에서 야요이와 함께 영화 DVD를 빌려본다. 저자 가와무라 겐키는 2011년 '후지모토상'을 최연소로 수상한 천재적인 영화 프로듀서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후지시로와 야요이가 보는 영화 제목이 아주 많이 나오는데 이것도 읽는 이의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가 되었다. 이런 감성적 요소를 미묘하게 건드리면서 저자는 우리 안에 메말라 있는 연애의 열정과 사랑의 소중함을 불러 일으킨다.

해당 도서는 소미미디어의 서포터즈 소미랑2기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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