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여기 있어요 - 세상에 혼자라고 느껴질 때, 우리를 위로해 주는 것들
크리스토프 앙드레 지음, 안해린 옮김 / 불광출판사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울어, 눈물을 다 쏟아내, 내가 여기 네 곁에 있을게!" 이것이 진정한 '위로'다. 울지 말라고 말하지 않는 것, 슬퍼하는 이에게 내가 네 옆에 있으니 실컷 울어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이것이 진짜 '위로'다.

스웨터를 세탁기에 넣고 돌려 버렸다. 아끼던 스웨터는 볼품없이 줄어들어 버렸다. 엄마가 너무 피곤해서 저지른 실수였다. 세탁기에서 옷을 꺼내던 딸이 이 사실을 알렸고 엄마도 다른 식구들도 어색하게 웃었다. 자녀 중 한 명만이 엄마의 눈에 고인 눈물을 알아차린다. 공감 능력이 뛰어난 이 아이가 엄마를 안아드리자 엄마는 눈물을 흘렸다. 다른 식구들은 엄마의 눈물에 당황한다. 줄어든 스웨터는 입을 수 없지만 그리 심각한 문제는 아니니까. 그리 대단한 비극은 결코 아니다.

누구도 보지 못한, 혹은 보려고 수고하지 않은, 그래서 아무도 위로하지 않은 작은 고통이었다. 하지만 그 아이의 위로는 엄마의 속상함을 위로해 주는 은총과 같은 것이었다. 엄마는 어쩌면 영원히 그날의 작은 위로를 잊지 못할 지도 모른다.

예상보다 훨씬 빨리 내 인생이 끝나버릴지도 모르는 일이 벌어진다면? 이 책 [내가 여기 있어요]의 저자인 크리스토프 앙드레는 프랑스의 저명한, 프랑스가 사랑하는 정신의학자이다. 저자는 중병을 앓게 되자 세상을 더 세밀하게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자신은 환자를 치유하는 것에 만족했지만 '위로'에는 서툴렀다고 한다.

위에서 말한 줄어든 스웨터 이야기를 읽었을 때, 잠시 멈춘 내 손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엄마의 눈에 비친 눈물을 보았던 아이, 그 눈물을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공감이고 위로인 것이다. 누구에게는 그 눈물이 보이고 어느 누구에게는 보이지 않는 그 눈물. 나는 다른 사람의 눈에 고인 눈물을 볼 수 있는 사람인가?

저자는 이 책이 위로에 관한 책에 머무르지 않고 부디 위로하는 책이 되기를 바란다고 썼다. 위로는 일시적인 격려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한다. 위로가 현실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진정한 위로는 쓰러진 자를 일으켜 세우고, 비록 잠시일지라도 절망과 체념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 세상은 다시 살 만한 곳이라고.

오랜 기간 동안 환자들을 치료하며 쌓아온 경험과 환자들에게 보낸 편지, 읽은 책 내용이 마치 영화처럼 펼쳐진다. 수많은 위로의 편지를 썼던 세네카의 위로에서, 신의 은총에서 위로를 얻고자 했던 단테, 죽음을 앞둔 병자들에게 첼로 연주를 들려주며 위로의 힘을 경험했던 이야기, 알랭 드 보통의 철학적 위로까지! 우리를 위로해 주는 모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저자는 위로를 시도하면서도 지나치게 애절하지는 않게, 지나치게 심각하지는 않게, 지나치게 감정적이지는 않게 그렇게 우리를 위로로 이끈다. 세상에 나 혼자가 아닐까 힘들어 하는 이들을 이렇게 위로한다.

인간은 슬픔 속에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존재라고 한다. 우리는 아주 사소하지만 위안이 되는 것들의 목록을 작성해야 한다고 저자는 권한다. 구름 사이로 갑자기 드러난 파란 하늘이 그톡록 아름다울 수 있는지 깜짝 놀라면서 역시 삶은 아름다운 것이구나 느낄 수 있다.

슬플지라도 웃기! 과장하지 말고 그냥 가볍게 미소 짓기. 그거면 충분하다. 그런데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타고난 능력이 아니라고 한다. 노력해야 한다. 슬플지라도 웃으려고 노력을 해야 한다. 슬픔 속에서도 행복했던 그 모든 순간을 떠올리며 노력해야 한다.

단 한 마디 단어, 손짓, 따뜻한 말에서 위로는 시작된다. 불행의 검은 빛에 가려져 행복하지 않게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이 책 [내가 여기 있어요]는 "단 하나의 행복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다."라고 위로한다. 위로에 관한 책이 아니라 우리를 진심으로 위로하는 책이다.

해당 도서는 불광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