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되면 그녀는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랑은 감기와 비슷하다. 감기 바이러스는 어느새 몸속으로 침투하고, 알아챘을 때는 이미 열이 난 상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열은 사라져 간다. 열이 났던 게 거짓말처럼 여겨지는 날이 온다. 누구에게나 피할 수 없는 그 순간이 찾아온다. (58쪽)

정신과 의사인 후지시로 슌, 대학 시절 사진 동아리에 들어온 신입생 하루를 만나고 가까워진다. 자그마한 몸집에 커다란 필름식 카메라를 목에 걸고 나타난 그녀는 "찍히지는 않지만 아름답다고 여겨지는 것들과 만나고 싶기 때문에" 사진을 찍는다고 했다.

오랜 세월이 지나고 후지시로는 수의사인 야요이와 결혼을 앞두고 있다. 4월, 과거의 연인 하루에게 9년 만에 편지가 온다. 볼리비아에 있는 소금 호수로 둘러싸인 도시 우유니에 있다는 그녀는 갑자기 왜 편지를 보낸 것일까. 사진 동아리 시절, 그녀는 후지시로의 얼굴을 자주 찍었다. 언제 찍혔는지 알 수 없는 자신의 사진. 언제까지나 서로의 곁에 있겠다고 다짐했던 그들이지만 감기 바이러스처럼 그들의 사랑도 피할 수 없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정신과 의사는 신기하게도 자기가 안고 있는 문제와 같은 분야를 선택하고, 자기와 비슷한 환자를 진찰하게 되지. 우리는 타인을 치료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자기 자신을 치료하고 싶은 것뿐일지도 몰라. 후지시로는 이렇게 말했다.

9년 만에 받은 옛 연인의 편지를 통해 그의 기억은 오래된 필름 카메라를 통해 과거를 관통한다. 짙은 남색 볼펜으로 쓴 그녀의 필체, 틀림없는 그녀의 필체. 뜨겁게 사랑해서 결혼하는 것이 아닌 현대를 살아가는 남녀의 건조하고 미묘한 감정, 같이 살면서도 확신할 수 없는 사랑. 정신과 의사 후지시로와 수의사 야요이 커플은 오늘날의 연애를 대표하는 커플이다.

서로 싫어하는 것을 공유하며 서로를 더 잘 알게 된 커플, 딱히 결혼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커플, 이것이 진짜 사랑인지 아닌지조차 모호하다. 후지시로의 동료 의사인 나나는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목적은 사랑받는 것이지 사랑하는 게 아니다" 라고.

연애 소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이 소설 [4월이 되면 그녀는]은 굉장히 몰입해서 읽었다. 하루의 커다란 필름 카메라와 그녀가 찍은 사진들, 인화 과정, 사진을 찍는 이유. 건조한 것 같으면서도 미세하게 아름답고 슬픈 묘사가 돋보인다. 읽는 이의 마음을 자극하는 절제된 문장.

후지시로의 집에서 야요이와 함께 영화 DVD를 빌려본다. 저자 가와무라 겐키는 2011년 '후지모토상'을 최연소로 수상한 천재적인 영화 프로듀서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후지시로와 야요이가 보는 영화 제목이 아주 많이 나오는데 이것도 읽는 이의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가 되었다. 이런 감성적 요소를 미묘하게 건드리면서 저자는 우리 안에 메말라 있는 연애의 열정과 사랑의 소중함을 불러 일으킨다.

해당 도서는 소미미디어의 서포터즈 소미랑2기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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