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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다 다이어리 - 나에게 말하지 않는 단어들
베로니크 풀랭 지음, 권선영 옮김 / 애플북스 / 2023년 1월
평점 :
밤중에 절대 울지 않는 아이,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부모님에게 태어난, 들을 수 있고 말할 수 있는 아이, 그게 나다. 베로니크 풀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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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다 (CODA)가 무슨 뜻인지 몰랐다. Children of Deaf Adult 의 약어로 농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청인 자녀를 말한다. 영화 <코다 CODA>는 2022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영화를 보기 전에 꼭 책을 읽어보고 싶어서 서평단에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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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코다 다이어리에 대해 들었을 때 바로 떠오른 것은 영화 <홀랜드 오퍼스 Mr. Holland Opus, 1995>였다. 코다 다이어리와는 정확히 반대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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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다 다이어리의 베로니크의 부모님은 모두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농인이다. 아버지는 아기 때 뇌염으로 인해, 어머니는 선천적으로 농인이었다. 농인 부모에게서 정상인 아이가 태어나기도 하고, 정상인 부모에게서 농인 아이가 태어나기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베로니크의 어머니와 외삼촌은 모두 농인인데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정상인이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베로니크의 외조부모님도 자신의 아이들이 모두 농인으로 태어났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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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홀랜드 오퍼스>에서는 정상인 부모에게서 농인 아들이 태어난다. 홀랜드는 교향곡을 작곡하는 음악가로 대성하고 싶었지만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고등학교 음악 교사가 된다. 아들을 음악가로 키우고 싶었던 그에게 소리를 들을 수 없는 아들이 태어나고 그것은 큰 충격이었다. 음악을 들을 수 없는 아이, 음악을 이해할 수 없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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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요? 뭘 그렇게 보는 거예요? 우리 부모님은 농인이에요. 그게 어때서요? 방해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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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과 함께 지하철을 탄 베로니크는 사람들이 동물원의 동물 쳐다보듯 부모님을 보는 것이 견디기 힘들어서 폭발하고 말았다. 부모님은 수어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녀는 끊임없이 방황했다. 부모님에 대한 자랑스러움과 창피함, 분노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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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듣지 못하는 부모가 어떻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특히 아기 때는 아기가 내는 소리를 들을 수가 없기 때문에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베로니크의 어머니는 듣지 못하는데도 항상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감지했다고 한다. 엄마의 본능인 것이다. 한시도 그녀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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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그런 부모님을 사랑했다. 하지만 동시에 창피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그녀의 모든 슬픔과 아픔이 나에게 전해지는 것 같아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 같았다. 그 사이에서 끊임없이 방황하는 베로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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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슬픔을 기억한다.
내가 느낀 분노를 기억한다.
내 안의 폭력성, 살기를 기억한다.
나는 엄마 아빠를 지키고 싶었다.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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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를 읽고 싶었던 어린 베로니크는 외할머니에게 도움을 청한다. 듣지 못하는 부모님은 글자의 발음을 가르쳐 줄 수 없었다. 외할머니는 글자를, 외할아버지는 음악을 가르쳐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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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부모님은 뭐가 문제야?"
"넌 부모님과 어떻게 대화해?"
"완전 귀가 먹은 거야? 아니면 조금은 듣는 거야?"
"근데 왜 넌 농인이 아니야?"
"네가 아이를 낳으면 농인이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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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듣지 않아도 알겠다. 이런 질문을 자라면서 얼마나 많이 받았겠는가 짐작이 된다. 특히 예민한 사춘기 때 그녀는 이런 질문을 받는 것이 아주 신물이 났다. 제발 자기를 내버려 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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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이 아닐까? 내 주변에서 농인을 본 적이 없다. 신체의 일부분이 불편한 사람들을 장애인으로 구분해 버리는 세상. 그래도 동양보다는 서양이 이들에 대한 더 진보적이고 편협하지 않은 시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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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미국에서 농인을 위한 비영리단체가 만들어졌는데 프랑스에서는 1980년대까지도 농인을 위한 특별한 움직임이 없었다고 한다. 농인을 위한 연극 단체를 만들고 수어를 널리 알리기 위한 프로젝트가 시작되었고 베로니크의 부모님은 수어를 가르치는 일에 헌신한다. 외삼촌은 미국에 있는 농인 학교를 방문하고 왔는데 거기서는 학생들이 문학, 심리학, 신문방송학, 시각디자인 등을 배웠다. 그때까지 프랑스에서는 농인을 위한 그런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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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용하는 단어 중 수어에 없는 말이 많았다고 한다. 사전에 있는 단어의 대부분이 수어에 없기 때문에 새로 만들어야 했다. 그래야만 농인들도 학문이라는 것을 제대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단어가 수어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곧 농인이 그 단어를 모른다는 뜻이다. 그래서 많은 농인이 문맹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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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스무 살이 되기 전 집을 떠나 독립했다. 첫 아이를 임신한 9개월 동안 그녀가 얼마나 괴롭고 불안했을지 감히 짐작이 되었다. 소리에 반응하는 아기를 보고 얼마나 안심이 되었는지. 첫째도 둘째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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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부모님을 미워하고 때로는 밀어냈고 때로는 존경하고 때로는 창피해했다. 때로는 부모님을 보호해 주고 싶었고 때로는 죄책감을 느꼈다. 하지만 오늘의 그녀는 부모님을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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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인이라고 불리는 우리가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 베로니크에게는 들리는 언어와 보이는 언어, 두 가지가 있었다. 두 세계를 오가며 기뻐하고 방황하고 성장한 소녀, 베로니크. 영화를 보면 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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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도서는 애플북스의 서평단으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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