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그리면 거짓이 된다
아야사키 슌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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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고통? 그게 뭐야? 몰라 그런 건 필요 없어. 선생님이 있고 하루토가 있고 내가 있어. 그거면 충분해. 그거면 나는 행복해.

"도코는 좋겠다."

"도코는 고민이 없어 보여서 부러워."

'도코는 그림도 잘 그리고 선생님한테도 사랑받으니까 부족한 게 없겠다."

아이들은 왜 나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거지? 난 정말 이유를 모르겠어. 그런데 지금 깨달았어.

지금까지는 모두 꿈이었을까?

이 감각은 뭐지? 사흘 동안 혼수상태였어. 그래, 벽이 무너져 내렸지. 땅이 흔들렸고 벽이, 벽이 ......

"오빠는 도코 언니를 혼자 두지 않으려고 열심히 노력했던 건지도 몰라." 고즈에는 말했지.

공주님은 왜 왕자님의 키스를 받으면 눈을 뜨는 걸까? 나도 몰라. 하지만 고즈에의 말을 듣고 난 눈을 떴어. 하루토 ......

아빠와 미카 선생님을 정말 좋아하지만 어른이잖아. 난 친구가 없어. 줄곧 외톨이였지. 다들 내가 천재라고 해.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천재라고. 아무도 나에게 가까이 올 수 없어. 난 무서워. 날 그냥 내버려뒀으면 좋겠어. 하지만 하루토는 달라. 하루토와 친구가 되는 건 정말 근사해. 근사해!

하루토가 '호접지몽'에 대해 이야기해 줬어. 한 남자가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날아다니다가 깼는데 깬 후에도 자기가 나비 꿈을 꾼 건지, 나비인 자신이 꾸는 꿈인지 알 수가 없었대. 그 나비는 아마 파란색이었을 거야. 하루토의 이야기는 너무 어려워서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자유롭게 살면 된다고 했어. 난 너무 기뻤지. 왜냐하면 하루토의 말은 언제나 옳으니까. 그는 언제나 옳아. 하루토 ......

나는 너무 기뻐서 그림을 선물했어. 무수한 파란 나비를 그린 유화를. 나의 '호접지몽'을. <나비의 시대>야.

한 사람의 인생이 고귀하면서 동시에 잔혹할 수 있을까? 있다. 그리고 그건 역설이다. 고귀하고 잔혹하고 동시에 너무 아름다워서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세키네 미카, 신동이라고 불리며 자랐고 도쿄 최고의 미술대학에 들어갔지만 천재가 아닌 지극히 평범한 실력 앞에 좌절하고 번뇌했던 그녀. 세키네 아뜰리에를 오픈하면서 한 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천재를 만나게 된다. 그녀의 이름은 다키모토 도코.

결혼도 포기하고 화가도 포기하고 아뜰리에를 차린 세키네 미카, 그런 그녀에게 찾아온 천재가 두 명이나 되다니. 도코와 하루토는 빛을 뿜어내는 태양과 같은 존재, 너무 눈부셔서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존재. 그녀의 인생은 너무 눈부셔서 부서져 버릴 것 같은 두 천재의 재능을 지켜보기 위한 것이다. 그랬다.

흡입력 넘치는 문장과 문체, 빨려들어갈 것만 같았다. 구성, 매우 독특한 구성이 압도적인 서사를 뒷받침한다.

천재를 가르치는 자, 천재의 동생, 천재가 될 수 없어 질투하는 자, 그리고 천재의 시점에서 각각 다르게 서술되는 구성. 같은 사건에 대한 그들의 시점으로 서술된다는 뜻이다. 매력적이다.

표지의 파란 나비는 도코가 그려 출품한 <나비의 시대>였구나. 무수한 파란 나비, 상상인지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어. 구별할 필요도 없어. 꼭 삶의 고통을 느껴야만 작품성이 표현된다고? 한 심사 위원은 도코에게 인간의 공허함뿐인 그녀의 그림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공허함 뒤에 숨겨진 그녀의 가슴 시리도록 고귀하고 잔혹한 아름다움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너를 그리면 거짓이 된다.

해당 도서는 소미미디어의 소미랑2기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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