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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엄마
김지연 지음 / 그리고 다시, 봄 / 2025년 3월
평점 :

왜 붉은 엄마일까?
표지를 바라보고 있으니 붉게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아이들을 살리기 위해 움직이지 않고 고통 속에 사그라진 <엄마 까투리> 그림책이 떠올랐다.
붉은 엄마의 머리가 타오르는 불길처럼 느껴져서 였는지도 모르겠다.
뽀글뽀글 머리는 '엄마'를 떠올리게 한다.
언제나 뽀글뽀글 머리를 하고 있었던 우리 엄마를..
엄마는 왜 뽀글 머리만 했을까?
읽어버린 파라솔 때문일까?
점점 붉어져 버리는 책 속의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하루에도 수만 번씩 화가 올라와서 씩씩거렸던 나의 모습들과 겹쳐 보였다.
붉어진 엄마의 위로 조그마한 그늘들이 만들어진다.
"우리가 두 손을 모아 그늘을 만들어 줄까?"

아이들이 엄마를 위해 작은 손을 모아 그늘을 만들어 주던 장면은 우리 아이의 어린 시절로 나를 데려갔다.
잠도 제대로 못자고 밥도 제대로 못 먹던 시절...
피곤하고, 짜증이 쉽게 올라오는 그때,
아이는 수시로 '엄마'를 찾았다.
낮잠 자야 하는 시간,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다.
아이가 얼른 자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의 등을 토닥인다.
잠이 오지 않는지 말똥말똥한 눈으로 바라보는 아이가 야속하기만 하다.
아이가 배 언저리에 손을 올리며 토닥인다.
"자장, 자장, 우리 엄마. 잘도 잔다 우리 엄마."
조그마한 손으로 나를 토닥이던 그 손길이 나에게 오래도록 남아있다.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작은 손길이 나에게 커다란 위로였다는 것을 늦게서야 알아차렸다.
내가 기억하는 우리 엄마는 '화'가 많은 엄마였다.
수시로 소리 지르고, 혼내는 무서운 엄마였다.
무섭고,
두렵고,
덩치가 커서 부끄럽고,
남에게만 상냥했던 엄마로 기억하고 있다.
한때 나는 엄마가 미웠다.
그러함에도 엄마를 온전히 미워하지 못했던 이유는
"어이구 우리 새끼"
한 번씩 꽈악 안아주면서 건네던 그 애정 어린 말 한마디,
무섭게 화를 내면서도 친구들을 데려오면 한상 거하게 차려주던 밥상들 때문이었다.
그것이 엄마만에 사랑 표현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엄마가 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도...
직접적인 표현으로 나를 사랑해 준 사람은 우리 어머님이었다.
나를 배려하고, 내 의견을 물어봐 주던 분이셨다.
다른 시어머님들은 며느리를 부려먹는다는데
우리 어머님은 손수 차려주신 밥상에 설겆이라도 하려 하면
"애들 보느라 고생했는데 좀 쉬어라."
어릴 적부터
설겆이, 청소 그런 것은 당연히 내가 해야 하는 일들이었다.
어머님의 배려 속에 처음으로 '귀한'사람으로 여겨졌다.
나의 엄마, 나의 어머님, 그리고 엄마가 된 나
'엄마'라는 단어에 '사랑'이라는 수식어는 당연하다고 연결되는 느낌이었다.
모든 '엄마'에게 '사랑'이 있었구나.
우리 아이들에게 '엄마'는 어떤 느낌으로 남을까?
그것 또한 모두 '사랑'이라는 것을 아마도 알지 않을까?
'엄마'들의 '사랑'에 접촉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그림책 <붉은 엄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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