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우라 시온의 책 `배를 엮다`는 사전을 만들기 위한 편집팀와 노학자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이 책 천지명찰은 새로운 역법에 따른 달력을 만들기 위한 주인공과 그 길을 먼저 간 선배, 숨은 조력자들, 그리고 그들이 살아간 시대를 그리고 있다.
바둑 명가에서 늦둥이로 태어나 능력있는 의붓형에게 후계자 자리를 내준 것도 아닌 그렇다고 가계의 명망을 유지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자세의 주인공 하루미. 그래서 바둑 외에 산술, 역법, 천문 등 다방면에 열정을 가지는 것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 헤메는 그에게 주어진 새 시대를 여는 새로운 달력 만들기 미션.
이야기 자체가 한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주인공처럼 달력 완성의 파이널만을 바라보며 직진한다. 그래서인지 등장인물들의 성격이나 스토리 라인이 밋밋한 구석이 없지 않으나, 일본 전국시대의 막을 내리고 막부시대의 새 장을 열어가는 쇼군과 그를 보좌하는 지배계급, 사회 분위기를 살짝 옅볼 수 있는 점. 그리고 요즘 보기 힘든 우직하리만치 성실하고 진지한 주인공의 모습에 대한 애정이 이 책을 끝까지 즐겁게 읽게 한 원동력이었다.
마포 김사장님의 새로운 시리즈 앞으로도 기대 만발이다.

가자. 나는 시험을 치러야 한다. 시험을 치러야 수련이다. 시험도 없이 뭔가를 해냈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을 것이고 나 스스로를 납득시킬 수도 없다.
도입하려는 것이 장차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최대한 예측해 보고 최선의 도입계획을 세워보자. 그것이 호시나 마사유키의 비범한 지혜이고 정치에 임하는 기본 자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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