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영어 어휘가 있다‘bereavement(사별)‘, 혹은 ‘bereaved(사별한, 유족이 된)‘, ‘bereft(잃은)‘. 모두 ‘없다, 빼았다, 훔치다, 강탈하다‘라는 뜻의 고대 영어 ‘bereafian‘에서 나왔다. 강탈당하다. 빼앗기다. 그런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난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혼자서 느낀다. 충격적인 상실감은 아무리 노력해도 공유할 수 있는게 아니다.
지켜보기는 하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나를 보이게 하지 않음으로써 안전을 모색하는 것. 자신을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은 충분히 만들 수 있을만한 습관이다. 그런데 인생에서는 그게 잘 되지 않는다. 내 말이 맞으니 믿으시길. 사람들, 사랑, 마음, 집, 직장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인내해야만 해."라고 아버지는 말했었다. 뭔가 아주 간절히 보고 싶을 때면 인내하고 기다려야만 한다고. 내 기다림에 인내심 따위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시간은 흘러갔고 나름대로 조심스럽게 마법이 일어났다. 그리고 이제 손에 그 판지 조각을 지고 가장자리를 매만지자, 모든 슬픔은 다른 것으로 변해 버렸다. 그럿은 단출한 사랑이었다. 나는 판지 조각을 다시 서가에 넣었다. "저도 사랑해요, 아빠." 내가 속삭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