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롬웰은 쓴다. 같은 주제를 두고 각자 다른 이야기를 듣게 되면 어떨까.
아땅뜨에 대비해서 단단히 각오를 하는데, 마지막 순간에 살고 싶은 욕망이 지나치게 급박해 망하게 되는 거요. 근육에 힘이 들어가고, 팔을 몸에 꼭 붙이고 창을 내리는데 끝이 위로 휙 치켜 올라가 목표에서 벗어나게 되는 거지요. 딱 하나의 실수를 피하려 한다면 바로 그걸 조심해야 되는 거요. 창을 잡을 때 살짝 힘을 빼고 팔을 안으로 딱 붙여야 창끝이 정확하게 목표를 타격하게 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걸 명심해요. 본능을 이겨야 합니다. 영예에 대한 사랑이 생존 본능을 반드시 정복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뭘 하러 싸운단 말이요? 대장장이나 양조업자나 양모 상인이 되지. 이길 게 아니면, 무엇하려 마상시합을 한단 말이요? 이기지 않으면 죽으려고 하는 거요?
와이어트는 경고하고 훈계하기 위해 글을 쓰고, 자기 욕망을 고백하는 게 아니라 숨기기 위해 글을 쓴다네. 명예를 알지만 자기 명예를 자랑하는 법도 없지. 궁정기사의 자격을 완벽하게 갖추었지만, 그게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도 잘 알고 있다네. 세상을 경멸하지 않으면서 세상을 연구해 왔고, 아무런 환상도 없으나 희망은 품고 있지. 자기 삶을 몽유병환자처럼 흘려보내는 법도 없고, 눈을 똑똑히 뜨고 귀는 열어두어 다른 사람들이 놓치는 소리까지 듣고 있지.
노리스의 얼굴에 서려 있던 분노는 사라지고 이제 멍한 공포만 남아 있다. 적어도, 저 친구는 사태의 핵심을 파악할 총기라도 있지. 1~2년의 악감정이 아니라 추기경의 몰락 이후 차근차근 쌓아온 두터운 원한의 장부를 정산할 때가 왔다는 걸. 크롬웰이 말한다. "삶은 결국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지요, 노리스. 그런 것 같지 않소? 그리고..." 그는 부드럽게 덧붙어 말한다. "그렇다고 추기경 때문만은 아니요. 나 자신의 동기가 없다고 생각지는 말았으면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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