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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머즈 하이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박정임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언론을 입법, 사법, 행정에 이은 제4의 권력이라고들 한다. 이 작품은 전대미문의 대형 비행기 추락사고를 배경으로 지방신문사에서 일어난 취재경쟁, '마의 산'을 오르는 산악인들, 주인공 유키를 둘러싼 회사와 가족내의 갈등들을 그려내고 있다.
인터넷과 SNS를 통해 방송보다 더 빠른 속도로 새로운 뉴스들을 접하는 지금에 있어서도
공중파 뉴스와 신문사 논평은 그 영향력이 많이 감소되었다고 평할 수도 있겠지만,
누가 더 빠르게 누가 더 정확한 정보를 누가 더 대중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방법으로 경쟁하는 것만은 매체의 종류와는 상관없이 지금도 계속되는 소리없는 전쟁일 것이다.
그 소리 없는 전쟁의 긴박감과 더불어 그려지는 회사 내에서의 권력관계와 갈등관계에서 자신의 소신을 굳건히 지킬 수 있을지의 문제, 아버지와 아들과의 부딪힘 등은 이 책이 발간된지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한 우리 주변의 이야기이기에 흥미진진하다.
요코야마 히데오는 경찰소설로 유명한 작가이지만, 이 작품은 치밀한 자료조사를 배경으로 한 언론사의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풀어내고 있다. 문득 내가 이 일을 무엇을 위해, 왜 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때가 있는데, 글의 행간에서 주인공 아키처럼 그 답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 준이 아키를 생각해서 오버행에 하켄을 박아준 것처럼 누군가도 나에게 도움을 주고,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관계 안에서...
마음속 깊은 곳에는 상자가 있었다. 그 안에는 유키를 파멸시킬 추악함이 담겨 있다고 생각했다. 긴 세월 두려워하며 살아왔다. 필사적으로 상자를 숨기고 뚜컹을 눌러왔다. 그렇지만 열어보니 안에 담겨있는 것은 슬픔뿐이었다.
이기고 있을 때에는 이기기 어렵다. `오쿠보/연합적군`의 절차는 절대 밟지 않겠다. 졌을 때에는 진 이유와 분함을 뒤를 이을 사람들에게 전해준다.
`내려가기 위해 오르는 거지.` 린타로와 산에 오르고 싶다. 분명 안자이의 마음은 그러했을 것이다. 단지 괴로운 장소로부터 도망가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다. 안자이는 언젠가 린타로와 쓰이타테이와에 오를 작정이었다. 그렇게 하고 싶어서, 그래서 `내려가는 것`을 결의한 것이다.
내려가기 위해 오르는 거지-. 안자이의 말은 지금도 귓가를 맴돌고 있다. 하지만 내려가지 않고 보내는 인생도 잘못된 인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있는 힘껏 달린다. 넘어져도 상처를 입어도 패배를 맛보더라도 다시 일어서서 계속 달린다. 인간의 행복이라는 것은 의외로 그런 길위에서 만나게 되는 것은 아닐까. 클라이머즈 하이. 오로지 위를 바라보며 곁눈질도 하지 않고 끝없이 계속 오른다. 그런 일생을 보낼 수 있다면,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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