옮긴이는 이렇게 요코야마 히데오의 작품을 평했다.
그리고 나는 장장 10년이라는 집필 기간을 거쳐 출간되었다는, 그리고 13년 서점대상 2위라는 문구에 솔깃해서 골라든 책이다. 나에게 요코야마 히데오라는 작가와는 첫 만남이기도 하고.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 책은 진지하고 재미있으며 총700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만큼 무겁기도 하다.
추리소설로서의 반전도 묵직하거니와 가해자와 피해자, 경찰과 언론과의 갈등, 조직으로서의 경찰내 역학관계와 조직내에서 개인이 지는 책임, 가족내의 소외와 소통의 문제까지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내가 이 책을 읽을 때 한참 직장내 문제로 고민이 많았을 때여서 그런지 미스터리의 관점에서 보다는 `경찰소설`로서 더 많이 와 닿았고 주인공 미카미의 고민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인간사 사는 것에 정답이라는 것은 그 사람의 숫자만큼이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그래서 살만한 것이 인생이고 고민하기에 아름다운 것이라고 어렴풋이 생각한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직무에 답답하리만큼 충실한 일련의 인물들을 보면서 직장인으로서의 나를 돌아볼 수 있었던, 그러면서도 추리소설의 재미도 탐닉한 작품이었다.
작가의 다른 책들도 꾸준히 읽어볼 작정이다.

"자네가 맡은 자리로 돌아가게. 내일을 위해 오늘을 허비하는 건 아둔한 짓이야." 뭐라고? "오늘은 오늘을 위해, 내일은 내일을 위해 존재하네."
"윗사람은 바뀔 수 있지만 직무는 변하지 않아. 홍보에 관련된 일은 홍보실에서 결정해야 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우리가 결정할 일이란 말일세."
홍보담당관의 직책을 다했다. 그러기 위해 많은 희생을 치렀다. 앞으로 더 많은 걸 잃어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음은 고요했다. 불안도, 회한도 모두 깊숙한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수면은 거울처럼 맑았다. 그게 유일한 구원이었다. 등 뒤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지금 이순간 유일하게 실감할 수 있는 사실을 곱씹었다. 여기서, 형사부가 아닌 이곳에서 홍보실에서 부하를 얻었다.
"~ 자네가 자책감을 느끼는 건 당연해. 제대로 된 인간이란 증거지. 하지만 홀로 조직 전체의 책임을 짊어질 필요는 없네. 그건 불가능한 일이거니와 주제넘은 생각이야. 우리 모두 똑같이 책임져야 해. 수사에 관련된 모든 사람이 그 아픔과 죄책감을 나눠 가져야 한단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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