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은 기본적으로 나에게는 낯설은 장르이다. 작가를 불문하고. 길고 긴 서사가 막 시작한 느낌인데 책장 마지막에 도달한 느낌이 날 당혹스럽게 하곤 한다.
그래서인지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 분야임에도 제목에 낚여(?) 집어들었다.

기본적으로 하루키의 소설답게 술술 읽히는 가독성이 있고, 어떤 문장들에서는 지나간 나의 연애사가 떠오르기도 한 소소한 이야기들. 하루키의 단편 중 가장 내 가까이로 다가와 담담하게 말을 건내준, 추운 겨울밤 불면에 뒤척이며 읽기에 좋았던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타인의 마음을 속속들이 들여다본다는 건 불가능한 애깁니다. 그런 걸 바란다면 자기만 더 괴로워질 뿐이겠죠. 하지만 나 자신의 마음이라면, 노력하면 노력한 만큼 분명하게 들여다보일 겁니다. 그러니까 결국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나 자신의 마음과 솔직하게 타협하는 것 아닐까요? 진정으로 타인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나 자신을 깊숙이 정면으로 응시하는 수밖에 없어요.
-드라이브 마이 카

초여름 바람을 받아 버드나무 가지가 부드럽기 흔들렸다. 기노의 내면 깊은 곳에 있는 작고 어두운 방 한 칸에서 누군가의 따스한 손이 그의 손을 향해 다가와 포개지려 했다. 기노는 눈을 꼭 감은 채 그 살갗의 온기를 생각하고 부드럽고 도도록한 살집을 생각했다. 그것은 그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것이었다. 꽤 오랫동안 그에게서 멀어져 있었던 것이었다. 그래, 나는 상처받았다. 그것도 몹시 깊이. 기노는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눈물을 흘렸다. 그 어둡고 조용한 방안에서. 그동안에도 비는 끊임없이, 싸늘하게 세상을 적셨다.
- 기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