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것이 없는 것‘이 인생이란 사실을 어스름하게 머리로가슴으로 느끼는 나이. 그게 마음에 든다. 반면 그래서삶이 허무하다. - P17
산책은 무용한 삶에 대한 우울함의 연습이다. 뭐든 연습하면 좋아진다는 말이 맞다. 내 삶이 유용해지는 것이 아니라 무용한 것이 산책처럼 나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 P51
우리엄마의 명언대로 "마음은 나이 먹는 법이 없다"는데 나이 먹지 않은 내 마음을 들어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 이구질구질하고 자라지 못한 마음, 서글프지만 아직은 빛나는 나의 마음을 들어줄 이는 나뿐이다. - P134
처음 산책길을 나설 때 나는 내가 너무 엉망이라고 생각했다. 도저히 무언지 모를 뒤죽박죽된 일상에서 이렇게 살다가 죽는 것인가에 대해, 늙는다는 것에 대해, 그리고 점점 더 그럭저럭 살아가는 평범함에 대해 참을 수 없는 우울함을 안고 걸었다. 참을 수 없어서 걸었다. 이거라도 해야 할 것 같아 걸었다. - P228
약 1년의 산책길 끝에서 돌아보니, 나는 ‘평범함‘을 배웠다. 평범함이란 단어 속에 녹아 있는 살아가는 힘, 외로움을 견뎌내는 힘, 그리고 또박또박 걸어가는 힘이 결코 작은 것이 아님을 배웠다.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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