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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 식물이 빚어낸 매혹적이고 경이로운 이야기
엘리스 버넌 펄스틴 지음, 라라 콜 개스팅어 그림, 김정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향기》를 읽고서···.
《향기》는 향기를 매개로 자연과 인간의 연결을 탐색하는 자연사적 논픽션이다. 생물학자이자 천연 조향사로 활동해온 엘리스 버넌 펄스틴은 나무, 꽃, 다양한 식물과 동물 등 자연에서 비롯된 향뿐 아니라, 인위적으로 조합된 방향 화합물과 합성 향료까지 포괄하며 향기의 기원과 쓰임을 다층적으로 풀어낸다. 특히 인간의 감각 중 가장 본능적이고 원초적인 후각을 중심으로, 향기가 인간의 생존과 감정, 문화적 행위에 어떤 방식으로 작용해왔는지를 조명한다.
이 책은 과학적 설명과 조향사로서의 체험적 통찰이 어우러진 서술 방식을 취한다. 저자는 생물학자로서의 이론적 토대와 조향사로서의 직관과 경험을 바탕으로 향기의 성분, 작용 원리, 생성 메커니즘을 명료하게 설명한다. 특히 나무나 식물이 향기 나는 물질을 언제, 왜, 어떻게 방출하는지를 생존 전략과 진화의 흐름 속에서 살펴보며, 이에 얽힌 생태학적‧역사적 배경까지도 흥미롭게 들려준다. 향기를 둘러싼 심리학, 생물학, 인류학, 문화사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넘나들며, 특정 향기가 어떻게 감정을 유발하고 냄새가 왜 기억과 강하게 연결되는지를 탐구한다. 문체는 전문성을 유지하면서도 독자 친화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일반 독자들도 부담 없이 향기의 복합적인 세계에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저자가 전하는 메시지는 향기가 단순한 감각의 대상이 아니라, 생물과 환경, 인간의 문화가 교차하는 통로라는 점이다. 식물에게 향기는 의사소통과 생존 전략의 일환이며, 인간에게는 기억과 감정, 정체성을 자극하는 강력한 단서로 작용한다. 저자는 이를 통해 향기가 인간과 자연 사이에 감각적 연결을 맺어주는 매개체임을 강조한다. 《향기》가 전하는 핵심 메시지는 우리가 향기를 통해 세계를 인식하고 감정을 형성하며 타인과 관계를 맺는다는 사실이다.
<"꽃식물과 우리의 인연은 인간의 기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꽃식물은 삶과 죽음에서, 집 안에서, 크고 작은 정원에서 우리와 함께 한다. 꽃은 약과 먹을 것과 아름다움과 향기를 제공한다." 본문 중에서 213쪽>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점은 과학적 정밀성과 감각적 서술이 균형을 이루며, 독자에게 익숙한 후각을 새롭게 인식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향기를 통한 생물의 생존 전략, 조향의 기술과 예술, 인간의 정서 반응까지 아우르며 후각의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특히 향기를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동시에 그것을 인간 존재의 서사와 연결시킨다는 점이 돋보인다. 향수 산업에서의 활용, 동물의 페로몬, 종교 의식 속 향료 사용 등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향기의 영향력을 다각도로 보여주며, 후각이라는 감각의 힘을 새롭게 조명한다.
이 책은 인간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감각적 창을 열어준다. 저자는 ‘냄새를 맡는다’는 행위가 단순한 생리적 반응을 넘어, 기억과 감정, 사회적 행동과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설명하며, 후각이라는 감각을 통해 세상을 더 넓고 깊게 바라보도록 이끈다.
이 책 《향기》는 식물이 만들어낸 매혹적이고 경이로운 향기들,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자연의 위대함을 ‘향기’라는 주제를 통해 풀어낸다. 생물학자이자 천연 조향사로 활동해온 저자는 방대한 자료와 깊이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독자에게 ‘향기에 대한 자연사’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특히 향기를 생성하는 식물의 구조와 생리적 메커니즘, 그들의 생존 전략과 생태적 맥락을 다룬 서술은 향료학 및 조경이나 식물학을 공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유익하겠다. 또한 이 책은 향기의 생물학적 기원과 기능, 인류 문화 속에서의 상징성과 활용까지 폭넓게 아우르며, 독자로 하여금 단순한 감각을 넘어선 향기의 깊고도 복합적인 세계를 새롭게 인식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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