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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하이스트리트 - 명동, 홍대, 강남, 성수, 한남, 도산 대한민국 6대 상권의 비밀
김성순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25년 7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서울의 하이스트리트》를 읽고서···.
도시는 단순히 건물과 도로로 이루어진 물리적 공간이 아니다. 도시는 시간을 품고, 사람의 기억을 새기며, 문화와 경제의 흐름을 껴안는 유기체다. 김성순의 《서울의 하이스트리트》는 이러한 도시의 복합적 성격을 '거리'라는 렌즈를 통해 통찰하는 책이다. 저자는 서울이라는 도시를 관통하는 주요 상업거리들, 이른바 ‘하이스트리트’를 탐사하며 도시의 얼굴과 내면을 동시에 들여다본다. 단순한 공간의 나열이 아닌, 사회적 변화와 도시의 욕망이 교차하는 지점을 포착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색이다.
이 책은 '밸류애드, 앵커, 파사드, 팬데믹, 레이어, 등용문, K, 연결'이라는 제목을 지닌 여덟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은 하나의 개념을 중심에 두고 서울의 주요 거리들이 어떻게 형성되고 진화해왔는지를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밸류애드’에서는 공간이 어떻게 부가가치를 창출하는지, ‘앵커’에서는 대형 브랜드나 상징적 장소가 거리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짓는지를 조망하며, ‘팬데믹’ 장에서는 코로나19 이후 도시 상권이 겪은 구조적 변화까지 세밀하게 짚어낸다. 이러한 구성은 도시와 거리의 이면을 다양한 키워드를 통해 해석하게 만들며, 독자에게 단순한 지리적 정보가 아닌 개념적 틀을 제공한다.
특히 각 장의 말미에 실린 전문가와의 인터뷰는 책의 내용을 보다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도시계획가, 브랜드 전문가, 부동산 개발자 등 다양한 분야의 실무자들이 전하는 실제 경험과 분석은 이론적 설명에 현실감을 더해준다. 덕분에 독자는 저자의 관점을 넘어 다양한 시각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시야를 얻을 수 있다.
<"하이스트리트는 평범한 거리가 아니다. 넓게는 상권의 중심지를 말하고 좁게는 카페, 레스토랑, 뷰티/패션/테크 브랜드가 밀집된 길을 지칭한다. 또한 플래그십 스토어, 기업 본사, 중심업무지구 등 번화가를 의미하기도 한다." 서문 중에서 5쪽>
《서울의 하이스트리트》는 강남, 홍대, 명동, 성수, 한남, 도산 등 서울의 대표적인 거리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저자는 각 거리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어떤 상업적·문화적 전환을 겪어왔는지를 밀도 있게 서술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는 도시계획, 부동산 개발, 젠트리피케이션, 소비 트렌드, 브랜드 전략 등 다양한 담론을 끌어들인다. 또한 구체적인 사례와 현장감 있는 묘사를 통해 독자의 몰입을 유도하며, 복잡한 도시의 작동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인상적인 점은 거리 하나하나에 담긴 사회적 역동성을 날카롭게 포착하는 저자의 시선이다. 예컨대, 명동의 쇠퇴와 강남권의 부상은 단순한 소비권력의 이동이 아니라, 서울의 계층 구조, 청년 세대의 정체성, 글로벌 자본의 유입과 같은 다층적 문제와 얽혀 있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분석한다. 또한 성수동의 변화 과정에서는 ‘힙함’이라는 감각이 어떻게 공간의 가치를 결정짓고, 또 다른 배제를 초래하는지를 비판적으로 짚는다. 이처럼 이 책은 거리라는 공간적 단위를 통해 도시를 살아 있는 생태계로 바라보게 만든다.
독자가 이 책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점은 단순히 서울의 ‘핫플레이스’를 아는 데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도시를 읽는 법, 공간과 문화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안목을 기르게 된다. 도시는 누가 만들고, 누가 소비하며, 누가 소외되는가? 이 질문에 대해 독자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여지를 충분히 제공한다. 이는 도시를 단지 이용하거나 지나치는 대상이 아니라, 스스로 해석하고 질문할 수 있는 존재로 전환시키는 힘이다.
《서울의 하이스트리트》는 서울이라는 도시의 피부 아래 흐르는 맥박을 짚어보는 시도이며, 공간에 대한 감수성과 비판적 사고를 동시에 자극하는 지적 여정이다. 도시를 사랑하지만 때로는 그 구조와 작동 방식에 답답함을 느끼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한 걸음 물러서서 도시를 다시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서울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그리고 도시를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의미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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