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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미토마 다미오 지음, 김수정 옮김 / 시그마북스 / 2025년 1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철학자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고서···.
《철학자는 이렇게 말했다》는 철학의 본질을 ‘인간이 어떻게 생각해왔는가’라는 질문으로 풀어내는 교양 철학서이다. 이 책은 ‘사유의 여정’으로 엮어내며, 독자가 철학을 추상적인 이론이 아닌 살아 있는 사유의 기록으로 느끼게 한다. 철학이라는 주제를 다루다 보니 일반 인문서보다 다소 난해한 부분도 존재하지만, 그만큼 사유의 깊이가 느껴지고, 생각의 틀을 흔드는 힘을 갖고 있다. 어렵지만 그 어려움 속에 철학의 매력이 숨어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철학자의 말’을 단순히 해석하지 않고, 그 말이 어떤 맥락에서 태어났는지를 탐구하는 데 있다. 저자는 소크라테스에서부터 니체와 비트겐슈타인에 이르기까지 각 사상가가 처한 시대적 상황과 문제의식을 짚으며, 그들의 철학이 단지 논리적 사유의 결과물이 아니라 삶과 실존의 고민에서 비롯된 것임을 보여준다. 철학적 개념을 압축적으로 제시하는 방식 때문에 때때로 문장 하나하나를 곱씹으며 읽어야 하지만, 바로 그 과정이 이 책의 묘미이기도 하다.
또한 이 책은 철학을 ‘생각의 도전’으로 제시한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명제가 등장할 때, 저자는 그것을 근대적 자아의 선언으로만 보지 않는다. 그는 그 말이 불확실한 시대 속에서 인간이 스스로를 세우려는 절박한 시도였음을 강조한다. 마찬가지로 칸트의 비판철학도 이성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동시에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인식의 범위를 확장하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서술은 철학의 난해함을 완전히 걷어내지는 않지만, 독자로 하여금 철학을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사고의 훈련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철학은 일단 '생각하는' 것이며, 그 목적이란 소크라테스가 말했듯이 '훌륭한 삶'의 실현입니다. 진선미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잘 생각하고, 잘 배우고, 그리고 훌륭한 삶을 가는 것이 본래 철학적 행위입니다." 본문 중에서 29쪽>
교훈적인 면에서 이 책은 철학이 추상적인 지식이 아니라 ‘살아가는 태도’임을 일깨운다. 저자는 철학자들의 언어를 통해 독자가 자기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나는 지금 어떤 신념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내가 옳다고 믿는 것은 정말로 옳은가?” 같은 물음들이 자연스레 따라온다. 특히 저자는 ‘생각하는 인간’으로서 우리가 가져야 할 용기와 의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확신보다 물음을 존중하고, 결론보다 과정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야말로 진정한 철학적 자세라고 말한다. 이 대목들은 철학적 사유의 깊이를 요구하지만, 동시에 독자에게 사유의 기쁨을 일깨워 준다.
읽는 내내 인상 깊은 점은 저자의 서술이 건조하지 않다는 것이다. 철학적 개념을 설명할 때도 일상적인 예시와 현대 사회의 맥락을 함께 엮어내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예컨대, 기술이 인간의 사유를 대신하는 시대에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문제는 단순히 철학적 논의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현실적 고민이 된다.
이 책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철학의 연속성’이다. 소크라테스의 물음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논증으로, 데카르트의 의심은 칸트의 비판으로, 그리고 니체의 부정은 비트겐슈타인의 언어 철학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철학이 결코 단절된 사상이 아니라, 시대를 넘어 이어져 온 인간의 사유의 대화임을 강조한다. 철학자는 저마다 다른 시대에 살았지만, 결국 그들이 던진 질문의 뿌리는 하나의 지점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로 수렴한다.
《철학자는 이렇게 말했다》는 ‘생각하는 법’을 배우는 안내서이다. 저자는 철학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것보다, 자신을 성찰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읽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지만, 그만큼 한 문장, 한 사상을 곱씹으며 스스로의 생각을 확장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독자는 지식 몇 가지를 얻는 대신 ‘생각하는 습관’을 얻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철학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철학을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다소 난해한 문장과 개념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으나, 이 책은 철학의 언어로 삶을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사유의 여정이다. 철학자가 “이렇게 말했다”는 것은 단지 과거의 인용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하다. 읽고 나면 세상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달라진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이 주는 가장 깊은 인상이며, 철학이 여전히 우리 곁에 살아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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