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주먹
강준 지음 / 좋은땅 / 2025년 11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주먹》을 읽고서···.
《주먹》은 단순한 무술 해설서를 넘어, 공권유술이라는 실전 무술을 통해 힘의 본질과 인간의 태도를 함께 성찰하는 책이다. 제목이 암시하듯 이 책에서 ‘주먹’은 공격의 수단 이전에 책임과 절제, 그리고 선택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저자는 주먹을 어떻게 휘두르는가 보다 왜 주먹을 쥐게 되는가를 먼저 묻는다.
이 책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공권유술의 주요 기술을 매우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다룬다는 점이다. 타격, 제압, 거리 조절 등 핵심 기술들이 실제 상황을 전제로 설명되며, 공권유술이 단순한 격투 기술이 아니라 공적 임무와 자기방어를 위한 실전 무술임을 분명히 한다. 각각의 기술에는 동작의 이유와 목적이 명확히 제시되어 있어, 독자는 기술을 외우기보다 원리를 이해하게 된다.
<"인생에는 말이 닿지 않는 순간이 있다. 말이 무력해지고, 설득이 공허해지고, 심지어 침묵마저 무의미한 순간이 있다. 그때 싸움은 말보다 더 솔직한 언어가 된다." 본문 중 19쪽>
《주먹》은 기술 설명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공권유술을 지탱하는 마인드와 훈련 루틴을 함께 제시함으로써 무술을 하나의 태도로 확장한다. 저자는 강한 주먹보다 중요한 것은 상황을 읽는 판단력과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려는 절제라고 강조한다. 반복 훈련의 중요성,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는 과정, 긴장 속에서도 균형을 유지하는 훈련 방식은 무술 수련이 곧 삶의 훈련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또한 이 책은 공권유술의 역사와 진화 과정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다룬다. 특정 시대와 사회적 요구 속에서 기술이 어떻게 형성되었고, 현대 사회의 변화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발전해 왔는지를 짚어 나간다. 이를 통해 공권유술은 고정된 기술 체계가 아니라, 환경과 경험 속에서 끊임없이 갱신되어 온 살아 있는 무술로 인식된다.
<"강한 자는 때리는 사람이 아니라, 대릴 수 있지만 때리지 않는 사람이다." 본문 중에서 225쪽>
독자에게 특히 인상적인 지점은 저자의 태도이다. 저자는 폭력과 힘을 결코 미화하지 않으며, 공권력과 무술이 지녀야 할 책임을 분명히 한다. 힘은 통제되지 않을 때 위험해지고, 절제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는 인식이 책 전반을 관통한다. 《주먹》은 강해지는 방법을 가르치기보다, 언제 힘을 써야 하고 언제 내려놓아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묻는 책이다.
결국 《주먹》은 실전 무술서이면서 동시에 사유의 기록이다. 주먹을 쥐는 법보다 주먹을 다루는 태도를 배우게 하며, 읽고 난 뒤에도 힘과 통제, 훈련과 삶의 균형에 대한 질문을 오래 남긴다. 현실적인 무술을 찾는 독자뿐 아니라, 힘을 어떻게 사용하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책이다.
#인디캣책곳간 #주먹 #강준 #좋은땅 #무예 #무술 #공권유술 #무농 #무농의꿈 #나무나루주인 #무농의독서 #감사한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