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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정치학 - 예수님파가 걸어가야 할 길
권경희 지음 / 아마존북스 / 2026년 9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하나님의 정치학》을 읽고서···.
《하나님의 정치학》은 신앙과 정치의 관계를 정면으로 다룬 책이다. 28년 차 언론인 저자는 성경의 공의와 절차를 기준으로 한국 교회의 역사와 정교분리, 선거의 공정성, 생명·가정·신앙의 자유 등을 폭넓게 살피며, 신앙이 개인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공적 삶에서 어떤 책임을 가져야 하는지를 묻는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방대한 자료를 섭렵해 하나의 논리로 엮어낸 저자의 집요한 탐구와 구성력이다.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과 교회의 역사적 궤적은 물론, 다양한 철학자와 사상가들의 주장, 정치사상과 사회적 논쟁, 성경의 구절과 원리를 서로 비교·연결해 자신의 관점으로 재구성한다. 주장에 동의하는가와 별개로, 서로 다른 분야의 자료를 폭넓게 소화해 하나의 논리로 정리한 지적 노력과 역량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선거가 공정해야 하고, 법이 정의로워야 하며, 절차가 투명해야 한다." 책 243쪽>
책의 장점은 신앙과 정치의 관계를 회피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저자는 한국 교회의 역사적 역할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정치적 중립이라는 이름으로 공적 문제에 침묵하는 것이 과연 기독교적 태도인가라는 질문도 던진다.
그러나 아쉬움도 분명하다. 가장 큰 부분은 비판과 자기성찰의 균형이다. 저자는 좌파와 진보 세력에 대해서는 비교적 선명한 문제의식을 보이지만, 보수·우파와 한국 교회가 돌아봐야 할 문제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교회의 권력과의 결합, 권위주의와 배타성, 물질주의와 세습, 정치적 극단주의와 혐오의 언어 등 사회적 신뢰를 떨어뜨린 문제에 대해서는 보다 냉정한 자기비판과 구체적인 개혁 방안이 필요했다.
특히 ‘하나님의 정치학’이라는 제목을 생각하면 특정 정치세력의 정당성을 설명하기보다 하나님의 정의를 모든 정치세력과 교회 자신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는 원칙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기독교적 가치가 보편적 기준이라면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 교회와 세속 권력 모두에게 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일부 내용은 균형을 유지하려는 서술과 특정 진영에 우호적으로 읽힐 수 있는 결론이 교차해 다소 모호한 인상을 남긴다.
<"사법부의 편파 판결을 비판하라. 경제 정의를 외치라. 환경파괴를 막아라. 약자를 보호하라." 책 309쪽>
또한 좌파와 우파라는 이분법에 지나치게 의존한 점도 아쉽다. 현실 정치의 문제는 진영보다 사안과 원칙에 따라 평가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존엄, 자유와 책임, 공정과 약자 보호, 법치와 공동체의 선 같은 보편적 기준에서 접근했다면 책의 논지는 더욱 설득력을 얻었을 것이다. 정치적 입장이 달라도 지켜야 할 원칙은 존재하며, 그 지점에서 신앙의 공공성도 더욱 분명해질 수 있다.
선거의 공정성과 이른바 부정선거 문제를 다룬 부분 역시 신중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저자는 선거 과정의 투명성과 검증 가능성을 강조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하지만, 선거관리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관한 제도적 책임, 선거관리위원장을 비롯한 관련 기관의 책임과 감독체계, 문제가 발생했을 때 누가 어떤 절차로 검증하고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충분하지 않다. 선거의 공정성을 강조한다면 문제 제기와 개선책을 넘어 책임의 주체와 감독·검증 시스템까지 제시했어야 논의의 완결성이 높아졌을 것이다.
무엇보다 한국 교회의 자정과 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 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교회 역시 자신의 문제를 먼저 돌아보고 신뢰를 회복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치권력과의 적절한 거리, 교회 내부의 권위주의와 배타성, 물질주의와 세습, 목회자와 신도들의 정치적 극단화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까지 제시했다면 책의 문제의식은 한층 깊어졌을 것이다.
그럼에도 《하나님의 정치학》은 신앙과 정치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의미 있는 책이다. 역사·철학·사상·성경을 종횡으로 연결해 독자적인 관점과 논리를 구축한 저자의 시도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하나님의 정의를 정치에 적용한다는 것은 어느 한 진영의 논리를 정당화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자신이 속한 진영과 공동체의 잘못까지 같은 잣대로 비판하고 스스로 개혁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가치가 설득력을 갖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그 질문을 모든 진영과 교회에 동일하게 적용하고 구체적인 개혁의 답까지 제시하는 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저자의 주장에 동조하거나 반대하는 데 머물지 않고 성경적 가치와 역사적 사실, 정치적 해석을 다른 관점과 비교하며 비판적으로 읽어보고 싶은 독자에게 의미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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