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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NA의 역사 - 노벨상 수상자가 밝히는 생명의 촉매, RNA의 비밀
토머스 R. 체크 지음, 김아림 옮김, 조정남 감수 / 세종(세종서적) / 2025년 5월
평점 :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 《RNA의 역사》를 읽고서···.
《RNA의 역사》는 분자생물학의 중심에서 RNA(Ribo Nucleric acid, 리보핵산)라는 작은 분자가 어떻게 생명의 기원을 설명하고 현대 생명과학의 개념을 재정의하는지를 추적한 과학사적 탐구서다. 저자는 1989년 RNA가 효소처럼 작용한다는 ‘리보자임’을 발견해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과학자로 RNA를 단순한 유전 정보 전달자가 아닌 생명 활동의 주체로 재조명했다. 이 책은 그의 과학적 여정을 바탕으로 RNA가 DNA(Deoxy ribo Nucleric acid,데옥시리보핵산)와 단백질 사이의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부상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책은 RNA의 분자구조와 기능, 그리고 이를 둘러싼 과학자들의 논쟁과 협업의 역사를 서사적으로 풀어낸다. 리보솜, 스플라이싱, 전사 조절 등 복잡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기술적 난해함보다는 과학적 통찰의 맥락에 집중해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특히 ‘RNA 세계 가설’을 다룬 부분은 인상적이다. DNA보다 먼저 존재하며 자기 복제와 효소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RNA가 생명의 기원을 설명할 수 있다는 이론은 생명의 수수께끼에 도전하는 과학자들의 상상력과 집념을 잘 보여준다. 이론을 완성하기보다 질문을 던지는 데 집중하는 과학의 태도는 독자에게 열린 사고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이 책의 가장 두드러진 서술 방식은 과학적 내용을 인간적인 이야기로 풀어낸다는 점이다. 단순한 사실 나열이 아니라, 실험의 성공과 실패, 학문적 갈등과 협력, 우연처럼 보였던 발견들이 쌓여가는 과정을 생생한 일화 중심으로 전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RNA라는 분자의 기능뿐 아니라, 과학이 진리에 접근하는 방식과 그 여정에서 인간이 가져야 할 태도까지 함께 성찰하게 된다. 난해한 과학 용어도 비유와 배경 설명을 통해 쉽게 풀어내며, 학문을 넘어 감동을 주는 서사로 이어진다.
<"RNA는 자체 스플라이싱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재배열을 촉매할 수 있고, 다양한 RNA 스플라이싱을 촉매하여 인간의 게놈이 제한된 양으로도 그렇게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본문 중에서 333쪽>
이 책은 과학의 진보가 개인의 직관만이 아니라 공동체의 지속적인 탐구 속에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예상 밖의 실험 결과와 발견들이 학문의 흐름을 바꾸는 과정을 인문학적 시선으로 조명하며, 과학이 결코 고립된 작업이 아님을 보여준다. 저자는 자신의 연구뿐 아니라 동료 과학자들의 기여를 고르게 소개하며, 협력의 가치를 분명히 드러낸다. 과학은 완성된 진리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질문하고 실험하며 진리에 다가가는 과정임을 말하며, RNA라는 작은 분자를 통해 우리는 ‘호기심, 탐색, 협력, 겸손’이라는 과학의 본질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RNA의 역사》는 생명과학 입문자에게 깊이 있는 지식을 전하는 통로가 된다. RNA라는 작은 분자에 담긴 생명의 비밀과 이를 추적해온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과학이 실험실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 삶과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일깨운다. 이 책은 ‘과학이란 무엇인가’, ‘진리는 어떻게 밝혀지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독자에게 생명현상에 대한 경외심을 불러일으킨다. 단순한 분자 연구를 넘어, 과학이라는 인간적 활동의 본질을 성찰하게 만드는 이 여정은 생명과학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반드시 만나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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