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옥의 풍경하나 - 풍경이 사람을 품고, 사람이 풍경에 기대고
이주옥 지음 / 수필과비평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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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옥의 풍경하나]는 저자의 세상의 당신들이어 두 번째 책이다. 사람은 서로 어울려서 살아야 한다는 것, 풍경은 사람은 껴안으면서 완전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리라. ‘풍경이 사람을 품고, 사람이 풍경에 기대고글귀는 푸근한 느낌을 받는다.

 

화단에 봉선화를 뽑은 중년 여인, 들켜버렸다. 그 여인은 봉숭아 꽃물을 들이고 싶었나보다 아니면 엄마가 그리웠을까. 꽃물이 첫눈 올때까지 남아 있으면 첫사랑을 만난다는 이야기가 남았을까 상상력이 웃음짓게 한다. 저자는 손주가 생겨 할머니가 되었다. 부모님은 당연히 증조부모가 될 것이다. 이제 막 안녕의 손짓을 배운 아이와 부모님의 헤어짐이 눈시울이 붉어지는 그림이 그려진다.

 

꽃 중에서 생기를 더하는 것은 사람 꽃? 그 중 나이 육십은 넘어 보이는 한 남자가 빨간 셔츠에 선글라스를 끼고 은빛 캐리어를 끌고 서 있다. 오랜 코로나에 가까스로 마스크 해제를 알렸지만 미세 먼지와 황사가 복병으로 다가와 여전히 입막음 신세다. 빨간색 반소매 옷을 입은 남자의 옷차림은 봄이 오고 있었나보다.

 

도로 가운데 엎어진 유모차 하나가 보였다. 유모차 옆에는 검은 비닐봉지 두세 개와 종이 봉투 한 개가 널브러져 있었다. 노인이 엎어진 유모차를 쳐다보며 허둥거리고 있었다. 넘어지는 순간을 보지 않아 알수 없지만 세워둔 유모차가 차도로 넘어졌을 것이라는 유추를 한다. 언제부턴가 노인들에게 지팡이 대신 유모차가 필수품이 됐다.

 

살다 보면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게 마음 뿐만 아니라 몸도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이 글에서 나의 엄마가 보인다. 엄마는 허리가 많이 굽으셨는데 요즘은 한발짝 떼기가 어려워 엄마의 자동차 곁에는 항상 유모차가 있었다. 그것을 밀고 마당을 가로질러 개밥을 주시기도 하고 창고에 가기도 한다. 보행기를 끌고 다니시는 엄마 마음이 짠한데 엄마의 허리를 고쳐드리고 싶은데 병원을 안 가시니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지방에 다녀오는 길에 지인의 어머니를 찾아 뵈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자신을 찾아온 사람이 있다는 것에 반갑고 흥분되셨다. 그 어머니는 호주머니에서 물렁해진 바나나를 건넨다. 서울에 놀러 온 친구와 어디를 갈까 하다 길상사를 떠올렸다. 법정 스님, 백석 시인의 이름이 함께 하는 곳,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쳐 한 남자를 사랑한 여인 김영한의 이야기는 숙연한 마음을 품게 만든다고 하였다.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 거리 곳곳에 흩날리는 수북한 낙엽은 봄날의 꽃 이상으로 가을을 장식한다. 환경미화원이나 경비원들은 돌아서기 바쁘게 떨어지는 낙엽을 쓸어내며 낭만은 지나가는 개나 줘버리라고 구시렁댈지도 모른다.

 

일본 벚꽃의 유래를 처음 알게 되었다. 어느 산적 두목이 여자 한 명을 보쌈하여 왔는데 그 여자는 도무지 웃지를 않았다. 산적 두목이 사람 머리 하나를 자르자 그 여자가 설핏 웃었다고 한다. 그 산적 두목은 여자가 웃는 모습을 보려고 수많은 사람의 머리를 잘랐고 참수한 머리를 나무 밑에 묻었다. 그 나무에서는 너무나 예쁜 꽃이 피어났는데 그 꽃이 바로 벚꽃이라는 내용이다

 

커피자판기는 누구에게나 친숙한 길다방이었다. 이제는 자판기를 설치하는 곳도 드물지만 있다고 해도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다고 한다. 커피집과 원두커피의 효능이 자판기 커피는 슬그머니 천덕꾸러기가 됐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쉽게 받아들이는 문화인가보다.

 

지하철에 구걸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 것 같다. 객실 안에서 구걸하는 사람은 빨리 내리라는 기관사의 멘트를 들었다. 요즘은 카드만 하나 달랑 넣고 다니기에 현금이 있다손 치더라도 얼마를 줘야 되나 고민이 된다. 저자 역시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고 집에 돌아와 지갑을 열어보니 큰 지폐만 두 장 들어있었다. 만약 그 자리에서 지갑을 열었다가 금액 때문에 다시 닫아야 했을지 결론 내리지 못할 미묘한 헤프닝이었다.

 

이 책은 어느 곳이든 풍경이 그려진다. 특히 저자는 전철을 타면서 휴대폰을 보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들을 바라보는 게 더 재미있고 휴대폰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인 사람들의 표정들이 각양각색이라 덩달아 웃음이 나온다고 한다. 소소한 마음을 발산하며 사는 소시민의 모습을 눈앞에서 보는 일은 어느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 맛깔나기 때문이다.

@han_kwanghee님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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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인생공부 - 보고 듣고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
김태현 지음, 니콜로 마키아벨리 원작 / PASCAL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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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은 16세기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정치 철학의 고전으로, 정치권력의 획득과 유지를 중심으로 국가 통치의 현실적인 방법론을 제시한 작품이다. 이 책은 군주론 원문에서 42가지 명제를 엄선하여 구성하였다. 마키아벨리는 정치적 복귀의 꿈을 버리지 않았고 메디치 가문의 신임을 얻기 위해 <군주론>을 집필했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의심에서 시작되는 진정한 리더십은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첫 번째는 목적이고 두 번째는 수단이다. “목적은 수단을 정당화한다라는 마키아벨리의 현실주의적 정치 철학 전반을 잘 요약한 개념으로도 알 수 있다. 피렌체와 같은 작은 도시국가들이 어떻게 외세의 침략에 맞서고 내부에서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던 마키아벨리는 불안정한 정치 상황을 직시하며 현실주의적 정치관을 형성했다.

 

의료 연구에서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기 위해 동물 실험이 필요할 때, 그 실험이 동물에게 고통을 주더라도 궁극적인 목적이 인간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이라면 정당화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통치자는 군중의 사랑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마키아벨리가 이야기했듯이, 현대 인간관계에서도 상대방의 감정에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연민을 느끼는 것은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 군주가 성공적인 통치를 위해 사자처럼 용맹하고, 여우처럼 교활해야 한다라는 말은 마키아벨리가 말하는 군주의 덕목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성공적인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상황에 따라 교활함과 용맹함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경험과 지혜를 쌓고, 이를 통해 더 명확하게 세상을 보고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우리가 이를 잊지 않는다면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군주의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로 사람을 보는 눈을 꼽았다. 군주는 훌륭한 인재들을 가까이 두고 그들의 조언을 신뢰하고, 적절히 활용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복수는 상대가 두려워할 정도로 심하게 해야 한다. <군주론>에서 마키아벨리는 로마제국의 통치 방식을 예로 들어 군주가 새로운 영토에서 잠재적 반란 세력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설명한다. 영화 <대부>의 마지막 장면에서 마이클은 모든 적을 한꺼번에 제거하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완벽하게 실행한다. 그는 적들이 다시는 자신에게 복수할 기회를 얻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처리한다. 마이클은 복수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을 만큼 무자비하게 적들을 제거함으로써, 자신의 권력과 가족을 지키는 데 성공한다.

 

아무리 훌륭한 군주라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중요한 목표를 달성하거나 여러 가지 선택지 중 가장 나은 선택지를 선택해야 할 때, 누군가 그 선택에 피해를 보거나 불만을 가지더라도 단호하게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현대 사회에서는 리더십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조직이나 국가를 이끄는 지도자들은 강력한 권력이나 방어 수단을 가지고 있을지라도, 결국 사람들의 지지와 신뢰를 얻지 못하면 지속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해병대의 리더십 문화나 마키아벨리가 칭찬한 독일, 스위스 군주들과 같이 사람들의 신뢰와 사랑을 얻는 것이 진정한 평화를 가져다준다는 교훈을 전달한다.

 

우리는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들을 마주하게 된다. 개인의 건강 문제나 사회적 이슈, 경제적 위기 등의 문제를 만났을 때 초기에 발견해 해결할 수 있음에도 안일한 마음으로 외면해서 더 큰 위기를 겪는 경우를 종종 보고는 한다. 새로운 군주가 정복한 영토를 안정적으로 통치하기 위해 기존의 법과 질서를 존중하고 주민들에게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미래 군주의 운명을 예측하며 <군주론>에서 운명과 능력의 개념을 통해 인간의 삶에서 예측할 수 없는 변수와 인간의 능동적 대응이 상호작용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인간이 삶에서 50%는 운명에 따라 살고 있지만, 나머지 50%는 자신의 능력과 의지에 따라 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군주론 인생 공부]는 시대에 대한 설명과 함께 군주론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쓰였다. 지금 우리는 혼란의 시기에 살고 있다. 현대인이라면 [군주론]을 읽어야 할 때이다. 이 책을 통해 마키아벨리의 통찰의 지혜를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에 응용하여 앞으로의 삶을 잘 혜쳐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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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십대의 질문법 - ‘질문’으로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진짜 지능’ 키우기 특서 청소년 인문교양 17
임재성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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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끌려다니는 삶이 아니라 끌고 가는 삶을 살기 위해서 정답이 아닌 질문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 이 책을 집필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질문에는 중요한 힘이 숨어 있다. 바로 생각하는 힘이라고 한다.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십대의 질문법]의 구성과 특징은 질문법과 관련된 다양한 지식과 사례를 풍부하게 알 수 있으며, 각 챕터 첫머리마다 위대한 사상가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명언을 함께 수록했다. 챕터 말미마다 생각과 삶을 바꾸는 질문 훈련을 삽입해 체계적으로 사고를 확장하고, 본문 내용을 오롯이 수용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소크라테스는 질문하는 철학자였다. 사람을 만나면 질문을 던지며 상대가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게 했다. 질문이란 바탕, 본질, 핵심, 근원, 원인을 찾아내기 위한 물음이다. 질문하면 궁금한 것을 알아낼 수 있고, 본질을 찾아낼 수 있다. 질문이 없다면 근원과 본질, 핵심을 알아낼 수 없다. 인공지능 시대에 암기력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암기로는 인공지능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암기력보다는 창의적인 사람이 살아남는 시대가 되었다.

 

인문학을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다. 실제 인문학 공부는 어렵다. 인간을 깊이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문학으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려면 질문할 수 있어야 한다. 질문이 없으면 인간을 깊이 이해할 수 없다.

 

유대인은 [탈무드]를 가지고 다니는 조국, 유대인 5,000년의 지혜, 유대인의 혼이라고 부른다. 유대인은 세 살때부터 [토라]를 암송한다. 일곱 살 때까지는 완전히 암송할 수 있어야 한다.유대 교육의 핵심은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는데 책을 사랑하는 마음과 독서 능력이다. 질문하는 능력과 하브루타 교육법이 있다.

 

청소년기의 독서는 공부를 잘하기 위한 도구가 되는 경우가 많다. 성적을 올리는 데 초점을 맞춘 독서는 반쪽짜리다. 정보가 한정된 때에는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독서가 힘을 발휘했다. 이제는 지식을 많이 알고 있다고 해서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없다.

 

생각이 행동을 낳고, 행동이 습관을 넣고, 습관이 성격을 낳고, 성격은 운명을 바꾼다. 라고 사상가 에머슨의 말이다. 생각하는 힘, 생각의 깊이, 생각의 질이 좋아야 공부를 잘할 수 있고 삶도 바꿀 수 있다. 배경지식이 탄탄해야 문해력이 향상된다.

 

배경지식은 예비지식, 바탕 지식이라고 하는데 아는 만큼 보인다는 배경지식을 두고 한 말이다. 책도 다르지 않다. 저자는 메시지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배경을 깔아 둔다. 독자의 이해를 돕고, 메시지가 독자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준비 작업을 한다. 고로 배경지식을 쌓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이다.

 

책을 읽을 때 질문을 하면서 읽으면 내용을 이해하고 핵심을 파악할 수 있다. 요약은 이 시대가 원하는 꼭 필요한 능력이다. 정보는 많고 시간이 부족한 시대에 반드시 갖춰야 할 기본 능력이다. 요약은 중요한 것과 중요하지 않은 것,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 먼저 해야 할 것과 나중에 해야 할 것을 정확하고 빠르게 구분해 내는 능력이다.

 

청소년기에는 어디에 관심을 두면 좋을까? 자기 삶에 대한 관심과 주변 사람에 대한 관심, 세상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한다. 공부하고 책을 읽는 이유는 생각하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다. 어제보다 더 나은 질문을 던지는 공부를 하자. 내가 질문을 던져야 책도 삶도 세상도 답을 준다. 단순히 읽기만 하거나 열심히 살기만 해서는 지혜도 깨달음도 얻을 수 없다고 재차 강조하는 내용이다.

 

인생의 의미를 찾고 내 삶을 살아가려면 자신부터 알아야 한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면 타인의 삶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며 살 수도 있다. 무엇보다 자존감이 낮으면 자기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 자존감을 높이려면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여행과 독서는 닮은 점이 많다는 말에 공감한다. 쉼과 충전, 재미, 만남, 배움, 생각의 전환, 사고의 깊이를 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공지능 시대에 암기력보다는 창의력이 살아남는다는 내용으로 청소년 뿐만이 아니라 성인들도 읽으면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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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위기는 연결되어 있다
조현철 지음 / 파람북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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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위기는 연결되어 있다]는 저자가 경향신문, 녹색평론에 실었던 글을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위기에 내몰린 기후, 생태, , 노동, 안보, 민주주의 등 휘청거리는 지구 위에서 시대정신을 묻는다. 노동은 여전히 불안정하고 위험하다. 일하다 과로로 죽고, 사고로 죽는다.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는 삶, 자족하는 삶, 불편한 삶이 대안이라고 말한다.

 

가습기 살균제에 수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았다. 세월호에 수백명의 사람들이 생명을 잃었다. 오늘은 어린이날이고 사흘 후면 어버이날이다. 웃음소리가 사라지고 힘겹게 신음을 삼키며 침묵의 봄을 보내는 가정이 많아졌다.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카슨이 지적했듯이 자연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그 어떤 것도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침묵의 봄) 자연만이 아니라 개인과 사회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서로 의존하는 세계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삶의 원리는 존중과 배려다.

 

올 여름이 당신 생애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일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점점 뜨거워지는 우리의 처지를 콕 집어내는 말이다. 우리는 아직 생에 가장 더운 것 같은 이번 여름을 어떻게 넘길지, 이번 더위는 언제 수그러들지에 훨씬 관심이 크다. 그러나 냉방 혜택은 공평하지 않다. 아무리 더워도 에어컨이 없는 실외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 폭염 노동은 그마저 하지 않으면 당장 살기 힘든 사람의 몫이 된다.

 

코로나19를 겪으며 프란치스코 교종은 말했다. “위기를 겪고 나면 지금보다 더 좋아지거나 나빠지기 마련이며 결코 똑같을 수없다고. 바이러스 재앙을 불러들였던 이전의 길을 계속 고집할 것인가, 이전의 길과 다른 더 나은 미래로 가는 길을 택할 것인가.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 야생동물 서식지를 파괴하는 등 생태계 훼손의 주범으로 꼽히는 성장지상주의 경제가 바이러스 감염병 창궐의 근원이지만, 다른 길을 택한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은 무엇을 더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언제 멈출지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엿새는 열심히 일하되 이렛날은 쉬라는 성서의 안식일이 의도하는 것도 멈춤이다. 멈추어 서서 자신을 삶을 돌아보고 이웃을 돌보라는 가르침이다.

 

세상의 문제는 서로 깊이 이어져 있다. 미세먼지, 자동차, 화학비료, 공장식 축산, 과도한 육식, 숲의 파괴는 서로 연결되어 우리의 면역체계를 약화하고 감염에 취약하게 만든다. 우리에게 치명적인 위협은 박쥐와 공존하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니라 박쥐의 서식처마저 허용하지 않으려는 탐욕이라는 이름의 바이러스다.

 

일상의 체험은 우리가 언제 진정으로 행복한지 알려준다. 앞만 보며 질주할 때가 아니라 옆을 보며 함께 갈 때, 뒤처진 사람에게 함께 가자며 손을 내밀 때, 우리는 행복하다. 우리가 회복할 일상이 함께 가는 일상이면 좋겠다. 산에는 오르막길만 아니라 둘레길도 있다. 걷기 힘든 사람이 있을 때 오르막길이 아니라 둘레길을 택하면 모두가 즐겁다. 기꺼이 둘레길로 가겠다는 개인이 많아져 함께 가는 일상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커지길 바란다.

 

기후위기는 불평등, 젠더, 인종, 식민주의 등 다양한 사회 경제 정치 문제와 얽혀있고, 이 다양한 문제의 근원은 자본주의로 수렴된다. 생산성 향상으로 생기는 실업 증가를 막으려면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일자리를 늘리려면 생산을 늘려야 하고, 생산을 늘리려면 소비를 늘려야 한다. 팔리지 않는 것은 생산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상상하지 못했던 재난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경험했다. 설마 했던 것이 현실이 되는 세상, 뭐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요행이 더는 통하지 않는 세계에 산다. 세계화의 현실에서 거대한 사태로 증폭될 수 있는 요인은 바이러스에 국한되지 않는다.

 

모든 것이 하나라는 생명 사상에 상응하는 삶의 기본 태도는 겸손이다. 겸손은 내가 다른 모든 것 덕분에 있다는 깨달음에서 비롯한다. 노동에서, 환경에서, 사회에서, 삶에서, 모든 위기는 연결되어 있다. 이 책은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는 삶, 불편한 삶을 살자고 외치는 활동가로서의 저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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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OUT 일본근대백년 - 지식 바리스타 하광용의 인문학 에스프레소 TAKEOUT 시리즈
하광용 지음 / 파람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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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식 바리스타 하광용의 TAKEOUT’ 시리즈 세 번째 책이다. 일본 근대사에 한 획을 그은 역사적 인물, 장소, 사건들을 정리했다. 우리가 일본을 안다고 하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은 나라이다. 우리보다 강해지면서 우리를 괴롭힌 것이라면 그 강해진 이유에 대해서도 알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교육현장에서도 일본에 대한 교육은 미진한 감이 있었다.

 

일본 메이지 유신 사상과 행동에 핵심으로 공헌한 인물들은 우익의 영혼이라 불리는 요시다 쇼인과 대정봉환에 박차를 가한 사카모토 료마였다. 둘다 유신의 사상과 행동에 핵심을 공헌한 인물들이다. 국내에 개봉한 엔도 슈샤쿠의 소설 침묵을 영화화한 사일런스가 이 시기의 이야기다.

 

일본엔 네덜란드로 대표되는 서양의 문물과 학문을 지칭하는 난학(란가쿠)이 발달했다. ‘탈아론을 주장한 후쿠자와 유키치를 비롯한 당시 선각자들은 난학을 공부한 사람들이었다. 역으로 일본의 도자기나 우키요에(일본 근세의 풍속화)로 대표되는 일본 문화가 네덜란드를 비롯 유럽에 전해지며 동양의 이국적인 멋으로 유럽인들을 열광시키기도 했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화가 빈센트 반고흐를 비롯한 당시 유럽 대가들의 그림에 우키요에가 보이는 이유이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근대화가 되었고 가장 먼저 선진국이 되었다. 통상 사가들은 메이지 유신이 일어난 1868년을 일본 근대화의 시작점으로 보고 있다. 그때부터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의 다른 국가들을 한 수 아래로 보고 침략과 약탈의 만행을 저지르기 시작하였다. 중국의 청나라와 1984년 벌인 전쟁에서 승리하고 10년 후인 1904년 유럽의 대국인 러시아에게도 승리하며 절정에 달한다. 청일과 러일이지만 둘 다 조선을 놓고 우리나라 한반도에서 일어난 남남끼리의 전쟁이었다.

 

메이지 유신을 주도한 사람들, 그들도 사무라이였다. 구체제하에서 살았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선각자 그룹을 마지막 사무라이라고 부른다. 유신3걸을 비롯해 혜성처럼 나타난 많은 인물들이 있었지만 그보다 앞서 유신의 불을 점화하고 일본 전역을 돌며 들불처럼 퍼져 나가게 한 이는 사카모토 료마라는 이상가이자 실천가이다.

 

맥아더는 7년에 걸친 통치 기간 중에 미국식 선진 제도를 일본의 각 사회 체제에 고루 뿌리내리게 하였다. 연합국 최고사령부는 7년 동안 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문화 등 모든 체제를 미국식으로 바꿨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으킨 임진왜란은 7년간의 전쟁 끝에 1598년 끝이 났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세키가하라 전투 3년 후 그의 이름을 딴 도쿠가와 막부를 열며 과거 주구닌 도요토미 히데요시와의 약속을 어겼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손주 사위이기도 한 히데요리와 생모인 요도도노는 자결로 최후를 맞이하였다.

 

일본 역사상 가장 역동적인 시대는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활동했던 전국시대일 것이다. 동시대에 걸출한 3인이 태어났다. 놀라운 것은 모두가 같은 지역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이다. 일본 통일을 향해 세력을 확장하며 순차적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메이지 유신에 앞장선 가고시마엔 우리 조선인이 살고 있었다. 도자기를 굽는 사람들이었다.마르코폴로가 동방을 다녀온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의 비단과 도자기는 유럽으로 흘러 들어갔다. 도자기 중에서 푸른빛이 감도는 명나라의 청화백자는 하얀 금이라 불리며 당시 유럽의 저택과 맞먹을 정도로 값이 비쌌다.

 

나가사키는 일본을 잘 모르는 우리에게도 도시의 사이즈에 비해 익숙하게 들려온다. 먹는 것으로 나가사키 짬뽕과 카스테라가 떠오른다. 일본 역사에서 가장 역동적인 전국시대 최후의 승자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1603년 개창한 도쿠가와 막부는 그로부터 30년간 그들의 골머리를 앓게 한 어떤 사건을 정리하고 서양 상선이 일본에 입항할 때는 오늘날 도쿄인 에도에서 멀리 떨어진 나가사키 한 곳만을 이용하게 되었다.


<TAKEOUT 일본근대백년>를 재미있게 읽으며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가 현지를 돌아보며 경험한 기록들과 사진 자료들이 있어일본을 이해하기 쉽게 쓰였다. 일본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엔도 슈사쿠의 침묵과 책을 원작으로 한 사일런스 영화를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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