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사망법안, 가결
가키야 미우 지음, 김난주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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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가키야 미우 작품을 좋아한다. 몇 권 읽어봤는데 이 책은 70세가 되면 모든 사람은 죽어야 한다는 가상을 설정했지만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내 나이를 생각해보았다. 7년 남았구나. 남은 기간 동안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작품이다.

 

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되었다. 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된 후로는 법안이 시행되는 2년 후면, 70세 이상 어르신은 모두 죽어야 한다. 지난 10년간, 이 나라의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은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진행되었다.

 

소설의 주인공 도요코 가족도 예외는 없다. 도요코는 시어머니 병 수발을 들고 있다. 어머니는 뼈가 부러져 수술을 해서 다 나았지만 법안이 가결되기 전까지 몸을 일으키는 연습을 하다가 법안이 통과된 후로 모든 것을 내던지고 말았다. 어차피 죽을 건데, 헛수고라는 것이다.

 

도요코는 오랜 세월 가족을 위해 헌신했지만 그녀의 노력과 희생은 당연하게 여겨져 왔다. 죽어라고 수발을 들어도 시어머니는 비아냥거린다. 아들 마사키는 대학을 졸업하고 은행에 들어간지 3년 만에 그만 두었다. 쉽게 이직할 줄 알았는데 3년 째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다. 딸 모모카는 독립을 한다면서 집을 얻어 나갔다. 지금은 요양원에서 노인을 케어하는 일을 하고 있다.

 

2년 후면 남편이 정년퇴직을 한다. 어머니 말동무라도 돼주면 좋겠는데 주말이면 골프 치러 나가고 일요일은 피곤하다며 늦잠을 잔다. 지금은 퇴사를 하고 3개월 이상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한다. 그녀는 대체 가족이란 무엇일까. 아무도 나의 수고를 돌아보려 하지 않는다고 한탄하고 있다. 시누들은 집을 물려받고 싶지만 어머니를 모시는 것은 싫어한다.

 

마사키는 학생 때부터 절대 되고 싶지 않은인간상이 있었다. 나이를 먹어서도 부모님 경제력에 기대어 부모의 돌봄을 받는 남자가 되지 말자였는데 그 전형적인 인간이 될 줄은 몰랐다.

 

시어머니는 침대에 누워 천장만 쳐다보고 있는 자신의 처지가 이렇게 고독하고 괴로운 것인줄 미쳐 몰랐다. 후미코라는 친구가 놀러와서 이면 법안이라는 것이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도쿄만 해도 10만 명이 등록을 했다. 이면 법안에 등록을 하면 죽지 않는 것인가보다. 모든 혜택을 받지 않는 대신 무료 봉사가 필요하다고 한다. 자신은 스스로 못 일어나는 신세이니 꼼짝없이 죽겠구나 생각했다.

 

법안이 시행되면 연금문제도 해결되고, 노인 요양시설 역시 지금처럼 많지 않아도 되고 남은 재원을 병으로 고생하는 70세 미만과 어린이 장애인에게 돌린다는 것이다. 의료비는 물론 대학도 무상으로 다닐 수 있다고 본다.

 

도요코는 친구 아이코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아들에게 부담을 준 것은 아니었나 생각했다. 성적이든 진학에서든 기대 이상을 보여주어 놀라게 했는데 정말 바라는 것은 아들이 즐겁게 사는 것이다. 도요코는 그동안 모아놓은 돈을 들고 가출을 하게 된다. 가정에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는 남편, 집 밖에도 못 나가게 하는 시어머니, 집을 나가서 독립하지 않는 아들, 집안일에 관심이 없는 딸, 다들 정신 좀 차리라고 해야 한다.

 

모모카는 엄마가 가출한 것은 자신이 도와주지 못해서 그렇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들을 가부장적으로 키워서 그렇고 딸에게만 의지하려고 했다. 멀리 사는 고모에게, 여행중인 아빠에게 전화를 하게 된다. 과연 도요코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

 

70세 사망법안 덕분에 국민들은 마음의 준비와 각오를 하게 되었다. 최저임금도 대폭 올릴 것이고, 파견 노동자와 시급제 노동자의 임금이 대폭 상승될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는 여러 가지 문제를 낳는다. 고령 인구에 대한 의료와 복지로 막대한 비용이 지출된다. 젊은이들이 떠안아야 하는 부채다.

 

새로운 길을 선택한 도요코와 그녀의 부재 속에서 익숙한 틀을 벗고 각자의 삶을 마주하는 가족들 [70세 사망법안, 가결]은 극단적인 설정 속에 삶의 임계점을 지나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아가는 순간들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이 소설은 오늘날의 우리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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