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레이얼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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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EAT OF BERTRAYAL (배신의 열기)

 남녀의 객체로 이어지는 사람의 운명은 알궂게도 '사랑'에 얽힐때가 많다. 이성적으로 잘못된 선택으로 받아들이다가도 정(Feeling :情)에 사로잡혀 타협하고, 매 순간 후회하다가도 애증의 관계로 이어진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처럼 냉철하게 바라보지 않는한 상처를 주고 받는 관계가 동물세계의 약육강식처럼 통용되곤 한다. 처절하게 실연을 당한 순간에도 "언젠간 돌아오겠지?"하는 안주하는 맘이 미련을 이끌어낸다. 악순환으로 점철될 수록 집착과 의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미국 현대소설을 대표하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비트레이얼 』는 인간내면의 속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세계 50여 개국을 여행한 풍부한 견문의 스펙트럼이 2015년 신작소설 에서도 '모로코'를 모티브로 전개되고 있다. 오리엔탈의 이국적인 정서와 현대문명이 교차하는 모로코에서 겪게 되는 한 여인의 생존위협의 순간... 그때마다 순수한 조력자들이 나타나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 경제적으로 성공한 반전이 기약되는 내용이다. 미국에서 태생한 작가의 성장환경엔 유독 유럽의 정서가 많이 반영되어 있다. 특히 프랑스 문학에서 인정을 받은 그의 이력은 『비트레이얼 』의 주배경 자체를 미국본토에서 모로코로 옮겨놓으며, 자본주의로 대표되는 미국 소비문화에 대한 비평을 담고 있다.

 

 

 
 

 

 
 

 

 

 

 
신랄하지 않으면서 가장 신랄한 비판

 한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동경의 실현을 위해 우린 여행을 떠난다. 낯선 여행지에 맞이하는 문화적 차이는 인식의 오류를 깨닫게 할 때가 많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구나'하는 감회가 전달되며 기존의 고정관념을 벗어나게 한다. 지역 언론사를 거쳐 공인회계사로 입지를 굳힌 로빈은 바다건너 해외여행을 다녀본 적이 없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주제의식을 '로빈'을 통해 전지적 시점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특유의 심리묘사와 치밀한 전개가 차곡차곡 미지의 세계에서의 성찰을 통해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이면적으로 상호보완적인 속성의 '사랑'의 맹점을 부각시키기에 '로빈' 만한 적격자는 없었다. 꼭 그녀를 통해서 바라봐야 했다. 화폐가치로 환산되는 자본주의를 나타내기에도 공인회계사 직업만한 것은 없었다. 

 


 

 

 

 

 

 

 

 

 

   전문직으로 인정받는 그녀의 경제적 능력 상황에서, 무려 18살이나 많고 무절제한 소비력까지 가진 예술가의 조건이 걸림돌 될 것은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심연에 꿈틀거리기는 본능의 갈등을 해소시켜줄 자유분방한 영혼은 그녀가 바라는 이상형에 가깝다. 더욱이 성 (Sex)에 개방적인 경향의 그녀에게 탁월한 잠자리 테크닉의 이 남자야 말로 놓치고 싶지 않은 절대자에 가깝다. 이런 취향은 유독 그녀에게서만 발견되는것이 아니라, 현실속에서도 드물지 않게 발견된다.

  환멸을 느끼게까지 하는 나쁜 상대와의 정사를 결국 에피소드쯤으로 여기며, 또다른 상대를 끊임없이 갈구하는 경우도 자주 보게 된다. 어떤 외부환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기주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타인에 대한 의존에서 비롯되는 외로움은 결국 공허함을 불러일으키게 되고, 내가 아닌 남을 통해서 그 순간을 모면하는데 치중하게 된다. 

 

 



 

 

 수면제에 의지하지 않고는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는 환경이다. -p6-

 " 지금 우리의 생이 여기서 끝난다면 가장 먼저 무슨 생각을 할 거야?" -p15-

 " 내 본능이 집으로 돌아가길 원해." - p18-

 




 

 

 

 

 

   대서양을 횡단하는 장거리 여행은 불편함 자체였다. 193cm의 남자가 다리를 뻗기에 좁은 좌석 빼곡하게 채워진 자리, 기내 곳곳의 퀴퀴한 냄새들은 쾌적한 여행과는 거리가 멀다. 안절부절 못하는 불안함은 앞으로 눈앞에 벌어질 사건에 대한 암시 역할을 한다.  


 

 

 

  우리가 사람들이 바닥에 내려놓은 가방과 셰퍼드 두 마리를 피하며 통로를 간신히 지나는 동안 20대 남자들은 우리를 빤히 쳐다보기만 할 뿐 자리에서 일어설 생각을 하지 않았다. -p46-

 " 이 스위트룸은 700디르함 아래로 내어드린 적이 없습니다.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호텔을 알아보세요." -p60-

 

 

 

 

 

 

 살아가다보면, 희노애락의 삶의 곡선은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연속적으로 이어진 불안의 신호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특히 남녀간의 경우 의심할 필요없는 평온한 상황에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던 신호들이 결국 하나로 집결되며, 깊은 상처와 모멸감을 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지위일수록 겉으로 보여지는 이미지와는 판이하게 공허한 경우가 많다. 자기본연 보다는 사회적으로 강조되는 역할에 치중하다보니, 일반인에게 좀처럼 발견하기 힘든 헛점이 생겨나곤 한다.

  

 


 

 

 " 운동하다가 허벅지 안쪽 근육이 늘어났나 봐. 대학병원에서 진찰을 받아 보아야겠어."

 " 아주 가벼운 탈장이지만 자칫 상태가 약화될 수도 있으니 앞으로 일주일 동안 섹스를 하면 안 된대."

나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고...(이하 생략) -p105-  

내가 그토록 원하던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된 거야.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슬픔과 분노 사이에 갇혀 있었다. -p106-

당신이 우리 사이를 끝장냈어. 당신을 증오해. 당신은 살 가치도 없는 인간이니까 차라리 죽어.

로빈.
- p114-

 

 

 

 

 

 

 

임신을 가능하게 하는 배출요소의 차단이 과연 분노에 휩싸일 부분일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소설을 읽다보면, 왜 그녀가 이런 감정에 사로잡혀야 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본능적으로 사랑에 빠져들었고, 고민의 여지없이 결혼상대로 택했던 그녀이지만, 맹목적인 자기확신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결과였다. 과욕은 금물이라는 중용의 진리를 역설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불모지를 뜻하는 '사하라사막'이 가지는 오묘한 신비로움과 황량함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한계를 표출하고 있다.

 


 

 

 방안은 그야말로 난장판으로 누가보더라도 범죄현장으로 단정할 수 있을 듯했다. 사방에 흩어져 있는 옷, 죄다 열려 있는 가운데 내용물이 몽땅 쏟아져 나와 있는 서랍 -p117-

 몰스킨 노트 포켓에 낯선 사진이 한 장 들어 있었다. 나는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20대 초반의 젊은 여자 사진이었다. -p143-

 그동안 에시우이라에서 본 남자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삶의 거친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지 못해 낙담하고 풀죽은 모습으로 벽돌담이나 짐을 가득 싣고 있는... (이하 생략)  -p157-

"그럼, 당신은 폴과 어떤 사이인데요?" - p182- 
 나 역시 '북아프리카에서는 아무도 벗어서는 안 된다. '라는 서양인들의 편향된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p193-

 

 

 
 

 

 

 

 결론은 정해져 있지 않다 ∴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치밀함이 있기에

​  전체적인 소설 전개는 긴박감 넘치고 생생한 묘사로 이어진다. 또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분명한건 독자는 충분한 예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작가는 본격적인 사건이 일어나기전 정교한 심리묘사를 통해 사전에 감정이입할 준비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빈'관점의 여주인공만 모를 뿐이다. 많은 사랑·연애 관련 게시판에 아무리 제3자가 염려하는 반응을 보내도, 게시자는 오히려 그 반응을 '냉정하게만 여긴체 자괴감에 빠지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처럼...  

  가학적인 전개로 일관하는 막장드라마에 욕하면서도 매료되는 원리는 '권선징악'의 애처로움에서 시작된다. 더이상 주인공이 상처를 겪지 않기를 바라는 소극적인 맘에서 발전해 감정이입하면서 본인 내면에 가둬둔 감정까지 분출해낸다. 아닌걸 알면 돌아서야 하는데, "나없이는 세상은 돌아가지 않는다."는 자기기만과 환상은 사랑과 접목되면서 미련을 낳는다. 위험의 순간을 더 위험천만하게도 뛰어들어 궁지에 처하는 연약한 여주인공들을 많이 본다. 소설에서도 여지없이 잔다르크 같은 기질을 발휘 위험의 순간을 고조시킨다.
 

 반전은 소설속에서 여성으로서의 '로빈'의 성찰 스토리에 있다. 고가의 미술재료를 탐미하고, 와인을 즐기는데 익숙한 내 남자를 방관하면서도 대신 빚을 갚아주던 그녀의 위안은 솔직히 본능적인 성의 애착밖에 없다. 어쩌면 아이가 간절했던것도 일종의 자기애착일 수 있다. 적어도 자신의 생각대로 순순히 따를 생물학적으로 나보다 약한 존재를 통해, 그동안의 상처감에 대한 자기보상을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했기에 출산의 기대감을 산산히 깨어버린 남편은 증오의 존재인 동시에, 어떻게 해서라도 내 존재감을 확인시켜줄 존재인 것이다. 사실 남편 폴은 절대적인 무능력함과는 거리가 멀다. 자신의 능력범위내에서 소비지향적일 뿐이다. '저축의 미학'이 절대시되던 동양의 가치에선 낭비로 비춰지겠지만, '저축의 역설'을 제기한 서구문화권에선 지극히 평범한 인물이다.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계산대를 두들기던 '로빈'이 가난한 제3세계의 헐벗은 사람들에게 덤을 통해 나누는 변화를 통해 역설적으로 나누면 행복해지는 '공유경제'를 일깨워주고 있기도 하다. 단순히 그 나라의 화폐가치로 환산해 착취하는 '약육강식의 자본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런 가치관의 변화는 생명이 위협받는 극단적인 순간에 순수한 조력자를 발견하는 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어떤 순간에도 자국민의 권리를 보호해주는 시스템이 구축된 모습을 보면서 왜 미국문화의 사조를 비판하면서도 동경할 수 밖에 없는 지를 알 수 있었다. 최선을 꾀하기 힘들다면, 실리를 찾아 노련한 셈법으로 차선의 해결을 하는 선진국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폐해졌던 삶은 극한의 상황속에서의 냉철한 성찰을 통해 전화위복으로 승화되고 있다. 극히 저평가하던 것들이 가치를 인정받으며, 모두에게 행복한 결과물을 창출하는 순간까지 그려내고 있다. 단 미스테리한건 과연 홀연히 사라진 '폴'이 과연 뜨겁고 메마른 '사하라사막'에서 생과 이별했을까? 하는 것이다. 그동안 읽었던 책중 가장 오랜 시간 읽어본 책이다. 특히 정독의 습관상 오랜만에 밤새워 읽어봤다. 앞으로 전개될 결과값은 충분히 예상되었지만, 넘겨갈수록 세밀한 묘사가 더해져 현장에서 직접 바라보는 느낌이다. '사랑'으로 번민스럽기만 하다면, 이 책을 적극적으로 권한다. 적어도 '지혜'로서 바라보는 독서의 관점에서 적어도 이 책에 담긴 주제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며칠간은 홀연히 책을 벗삼아, 힐링할 수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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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영수증 - 영수증을 통해 일상을 들여다보는 습관을 가진 스물다섯살 여자아이 이야기
정신 지음, 사이이다 사진, 공민선 디자인 / 영진.com(영진닷컴)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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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곡차곡 모은 '영수증'을 통해 일상의 흔적을 들여다보는 습관의 여자이야기가 12년만에 재출간되었다. 흘러간 시계나침은 되돌릴 수 없지만, 기록의 매개체를 통해 떠올릴 수는  있다. 아득한 때의 기억들이 생생하게 재현되기도 한다. 처음 『정신과 영수증』에 관한 정보가 백짓장의 상태였을 때,  막연히 같은 시대를 살아온 여자의 정신테라피 에세이를 떠올렸다. 

 " 정신과 상담을 하면서 겪어본 임상 기록일까? "  " 2001년에 스물다섯 이라면, 나와 비슷한 연대를 살아온 사람의 아날로그 감성이 담겨있지 않을까? " 묘한 공감대로 시작해 신청한 정신과 영수증  책이다.    

 

 


 

 

 

 

 

 

   옐로우 감성의 뚜껑달린 대용량 PET병에 적힌 첫표지로 시작한 책은 기존의 텍스트 지향적인 책과 처음부터 철저하게 결별하고 있다. 웃지못할 해프닝은 책을 넘겨봤을때도 이어졌다. 우연히 중간부분의 종이를 펼쳤나보다. " 어? 영수증이 잘못 딸려왔네. "

 

 


 

 

 

 

 

 

 

  " 정신" 의 필명을 사용하는 광고카피라이터의 영수증에 우연한 습관적 발상이 책으로 엮어졌다. 친구집 - 친척동생집 - 파리의 친구집으로 이어지는 젊은날의 자화상같은 이야기가 영수증마다 매듭지어졌다. 12년전의 그 이야기가 해시태그 #정신과영수증 으로 인스타그램 생활권에서 오히려 더 부각되기 시작한 것이다. 즉 독자와 저자가 만들어가는 정서적 교감이 재출간을 해야만 할 여건을 조성한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보람된 것이 있다면, 소중한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경험이 충족되면 숫자에 불과한 나이는 필수사항은 아니다.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습관의 사람들은 사소한 영수증까지도 일일히 모아둔다. 아마 집안곳곳을 뒤져보면, 한국이동통신 시절의 전화요금 영수증이 튀어나올 지도 모른다. " 그땐 그랬었지 " 머릿속의 지우개속에 잔뜩 희미해진 기억의 실체가 생생해지는 순간이다. 과거의 발자취를 떠올릴 수 있으니, 다소 불편했던 그때를 위안삼아 오늘의 현재를 노력할 수 있고, 상상을 초월할 희망찬 미래도 떠올려 볼 수 있다.

 영수증을 꺼내어 시간과 가격, 장소 위에 자신의 기록을 더해 갑니다.

그것을 살 때의 기쁨과 슬픔 그날의 날씨 그리고 그곳에서 함께 한 사람들과

들려오던 음악에 관하여  - 책속의 서문에서 -

 

  인생의 매 순간이 희노애락의 변곡점이자, 반복과정이다. 그런점에서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는건, 시간의 터널속에 공고하게 다져진 자신의 뿌리를 산책하는 행복여정이다.

 

 

 

 


 

 

 

 

 

 
 친구 김율원의 집에 며칠 밤 만 재워달라고 커피우유를 사가지고 간다.

가서 펑펑 운다. - P18 - 

​  책의 이야기는  불확실한 상황에 직면한 저자의 비애에서 시작한다.  고가의 명품들에 일일히 가격표를 내세우며 "비싼 값어치 " 로 치부하는 경우는 허다하다. 하지만 단돈 900원의 커피우유 2개를 구매한 기록을 남긴 습관은 소박하기까지 하다. 저자가 부릴 수 있는 유일한 호사 였을 것이다. 화폐가치로는 환산할 수 없고, 달래줄 수도 없는 과거의 순간 최상의 위안이었을테니...

 


 

 

 

 

 

 

 핸드폰이 요금미납으로 정지된 동안에는 쓰레기통 바닥에 붙어버린 사탕

그 사탕에 붙어버린 머리카락처럼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 P29-
  나는 저쪽 흡연석의 사람들이 피우는 담배의 길이가 짦아지는 것과
음식보다 먼저 나온 물잔 속의 물의 높이가 낮아지는 것을 보며...

- P45-

 

  친구집 신세를 져야 했던 전반부엔 기본적인 생활여건이 정체되어 있다. 하지만 감성의 시간의 유동과 함께 늘 변화무쌍하게 생동하고 있었다. 따뜻한 봄날의 생육을 기다리며 한창을 꾸물거리고있는 애벌레의 모습을 간직한 체...

 

 

 


 

 

 

 

 

 

 

  이지아는 내가 여섯살이고 나의 남동생 정경일이 두 살일 때

4월에 태어난 우리 이모의 딸 - P49-

 이 책의 매력은 독특하면서도 섬세한 표현기법에서 발휘된다. 사촌동생을 이렇게 표현하는 저자는 극히 드물 것이다. 더불어 창문을 열면 푸근한 햇살이 들어오는 아늑한 공간처럼, 새로운 생활이 시작된다. ​

 

 

 


 

 

 

 

 

 

 

"  문정동 너네 아버지 건물을 팔아서 스크류바를 사다줘 "  -P72-

 어디로 튈 지 좀처럼 가늠할 수 없는 그녀의 자유로운 영혼이다. 그래서 책을 넘겨갈 때마다 정신적 안식처를 찾아가는 느낌을 전달받을 수 있다. 세상걱정 하는 가운데서도 자신이 향유하고 싶은 일들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계속하여 그 사람 생각이 난다. 다시 만나고 싶었다.

이미 만나러 가는 지하철 안 어떻게 마음을 얘기하지? -P134-

 

  고백을 놓고 무척 설레하는 모습만 보면, 영락없이 순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때묻지 않은 솔직함 그대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어, 그 시절이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풍요속의 빈곤에 직면해 있는 무한경쟁의 사회의 이면엔 정신적 갈증의 속내가 자리잡고 있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줬으면 하기도 하고, 나와 비슷한 상황의 누군가의 경험담을 갈구하는 시대이다.  『정신과 영수증』 이 책엔 경쟁의 해답은 당연 없다. 세상을 살아가는 지극한 처세술도 담겨있지 않다. 나와 내 주변사람들의 이야기만 있을 뿐이다. 언제든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어 든든하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즐겁다.

   머릿속의 과부하를 일으킬 정도의 빼곡함은 전혀 없다. 단출한  영수증 사진과 단문의 글들이 배치되었다. 중요한건 내가 그 책의 구성까지도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빈곤함에서 시작한 구성인데도 늘 그녀는 여유롭다.  책을 찾는 대체적인 이유는 마음의 불빛을 향하기 때문이다.  절박해진 생존환경속에 은신하기 힘들었던 자아의 숨틈을 확보하기 위해서 #정신과영수증 을 꺼내들었을 지도... 

  12년전의 20대가 느낀 감성이 현재에 와서 판이하게 달라질 수는 없다. 현란한 디지털의 벽에 숨어 있을 뿐이다. 어느덧 정말 불혹이 눈앞에 다가온 후반부의 나이대에 친구와 가끔 걷곤 하면, "그래도 그때가 좋았어." 이야기이다.  주마등같이 스쳐지나간다는것이 실감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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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역설 - 철학변태의 삶, 사랑, 예술에 관한 자율적 에세이
김태환 지음 / 미래지향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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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16 -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의 2016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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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렌드 코리아 2016 』은 전 세계적인 저성장의 기조에서의 소비의 공통된 흐름을 설문조사와 빅데이터의 정량화된 분석 기법을 통해 통찰력 있는 시각으로 바라보는 책이다. 본래 트렌드일시적인 유행을 넘어서 정치 사회 경제 현상속에 내재된, 구매로 이끌어내는 공통적인 소비자심리를 일컫는 용어이다. 
 

 

 

  평범한 일상 경제의 흐름 속에서 간파한 그 연대의 흐름을 10가지의 핵심 키워드를 중심으로 군더더기 없는 전개를 하고 있다. 전체의 시스템이 흐르는 궤적을 궤뚫어보는 직관적이고, 인지적인 능력을 우린 통찰력이라 한다. 복잡함 속에서 선뜻 해답을 찾기 힘든 순간 대체적으로 책 속에서 우린 '지혜'를 찾아나간다.  정보의 홍수화 시대에서 굳이 선별되지 않은 잡다한 지식으로 머릿속을 더욱 복잡하게 채울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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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기욤 뮈소 지음, 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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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물의 영장' 사람이 할 수 없는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시간을 되돌릴 능력이 없다는데 있다. 누구에게나 24시간 주어지는 시간은 유한하다. 그렇기에 각자 생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사회속에 생존경쟁을 펼치는 것이 당연하다 하겠다. 소중한 지금 이순간 사랑하는 사람이 사라진다면? 어떨까? 그 사라진 존재는 생의 흔적속에 비통한死를 맞이한것도 아니었다. 짧게는 몇개월,길게는 몇년을 거슬러 시간이동을 하고 있을 뿐이다. 갑자기 온전한 몸의 기운이 모두 빠져나가고 난뒤 꿈꾸듯 눈을 떠보면, 전혀 다른 시간장소로 이동해있다. 시간의 양탄자로 순간 이동한것처럼...


 

 

 


 


 




 
1971
  "겁내지 마, 아서. 아빠가 받아줄 테니까 어서 뛰어내려." -p9-

  "아서, 인생에선 어느 누구도 믿어선 안 돼. "
  나는 잔뜩 겁에 질린 눈으로 아빠를 바라본다. -p10-

 
보스턴, 1991년 봄

"아서, 그동안 잘 지냈니? 모처럼 내가 너와 함께 주말을 보내려고 왔는데, 괜찮지?" -p12-

"난 떠나기에 앞서 주변정리를 할 생각이란다."

"떠나다니요?"

아버지의 아랫입술이 살짝 일그러졌다. -p19-
 



 



     

 

  뭇 사람들의 흔한 동경은 풋풋하고 아련한 때로 되돌아가는 상상을 하는 것이다. 깊게 주름잡힌 얼굴을 떠올리며, "10년만 더 젊었더라면 어땠을까? " 후회반으로 희망을 품곤 하는 일상의 무미건조함들...  프랑스 베스트셀러작가 기욤뮈소의 12번째 소설 『 지금 이 순간 』 은 뮤지컬 노래가사 처럼, 마법같은  이야기를  표출하고있다. 1년에 몇번 볼까 말까한 아버지는 어느날 낚시핑계로 아들 '아서'에게 24방위 바람의 등대로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그동안 비밀에 묻어둔 집안의 비밀을 말꺼내며 아들에게 등대와 그에 딸린 작은 저택을 상속한다. 상속받은 아서는 아버지와 맹세한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봉인된 문을 여는데... 정신을 잃은후 눈을 떠보니, 속옷차림에  경찰에 쫓긴다.  때는 1년후...눈뜬 사이 1년의 세월이 지났다. 


 

 

 




 

  



 "아버지, 왜 저에게 이등대와 집을 물려주려고 하죠?"

(중략)

"난 널 보호하려는 거야!"  -p26-


아비가엘과 통화를 마친 나는 마르코 호로비츠와 내 할아버지인 설리반 코스텔로에게 벌어진 일을
 생각했다. 두 사람은 몇 년의 차이를 두고 실종되었다. 그들의 실종은...

-p35-

 나는 무력감을 느끼며 힘껏 고함을 질렀다. 얼마 안 있어 귀청을 찢어발길 것처럼 굉장한 힘으로
나를 빨아들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p41- 


 




 

 

 

 

 

  


     

 

​     아서에게 주어진 시간은 1년중 단 하루뿐이다. 혼미해진 정신을 차리고 하루를 보내고 나면, 1년후로 순간 이동한 체로 자신을 발견한다. 단 하루의 생활도 급기야 줄어든다. 이 사라지는 과정을 24년이나 겪어야 한다. 기욤뮈소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이 긴밀한 전개를 맞이해  순간이동할때마다 익숙하지만 새로운 풍경속에서 변화를 맞이한다. 우리 일상에서 24가 가져오는 우주의 오묘함을 모티브로 해, 매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흥미로운 신비로움을 이어가고 있다.  뚜렷하게 시간을 경계짓는 구분점은 없는데 오랜 세월 24시간, 24절기의 시간관념이 일상생활에서 활용되고 있다. 이 자체가 의문의 수수께끼가 아닐까? 태초에 누가 시간을 이렇게 정해놓은 것일까?  작가는 이 풀리지 않는 우주요소를 재발견하며 유레카를 외쳤을 것이다.

 


 

 



 








 

  


할아버지의 손가락들이 점점 더 목을 조여 오며 내 기도를 막았다. 이 미치광이 영감이 나를

질식시키려는 건가? -p79-

"내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더니 웬일로 여기에 올 결심을 하게 되었죠?" -p106-

빌어먹을!

나는 여자를 물 밖으로 꺼내 바닥에 눕힌 다음 맥박을 확인하기 위해 손가락을 경동맥 위에...

-p114- 

 



 



     

 

​   소설은 철저히 갈등극복의 구성으로 전개되고 있다. 인생에서 어느 누구도 믿어선 안된다고 말하는 아버지는 아서의 친아버지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성당 성가대에서 벌거숭이 차림으로 발견된 아서... 경찰조사를 받는 아서는 아버지의 도움을 청하는데, 투병중인 아버지의 상황을 직감한다.  놀랍게도 오래전 실종된 할아버지가 정신병원에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으며, 만나보라는 말을 하는 아버지...  『 지금 이 순간 』에서 죽음을 앞둔 아버지는 단절된 관계를 매듭짓는단서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있다.

 

 

 

 

 


 



     

 

​  세인트 파트리크에서 벌거숭이로 깨어난 지 24시간째 오후 5시, 다시 온몸에 전율이 흐르며, 통제불가능의 상태에 들어간 아서...다시 시간이 이탈했다. '리자'라는 매력적인 여인과의 만남이다. 헌데 한창 샤워를 하고있던 그녀와 눈이 마주쳐 또다시 도망자신세가 된다. 우연이 필연이 되는 치밀한 구성은 책을 읽는 독자를 매료시키고 있다.  현실속에서도 '사랑'의 궁극적인 명제는 뜻하지 않은 순간에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성장할수록 사회생활속에서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을 접하기 때문이다. 전혀 인연이 닿지 않을법한 시골처녀와 도시총각의 만남또한 우연한 여행에서 찾아올 수도 있고, 시장의 노모를 통해 연결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시공간을 초월해 이어진 둘의 운명적인 사랑은 1년중 단 하루뿐인 아쉬움을 끌어안고 이어진다.

 

 

 




 


 


  

     

 

​  단 하루뿐인 사라지는 사람을 위해 온전히 기다릴 수 있을까? 영원불변할 것 같은 둘의 사랑은 현실에 부딪치며 갈등을 겪는다. 먼 시간여행을 거쳐 단 하루뿐인 자신을 지고지순하게 기다려주길 바라는 남자 vs 곁에 오랫동안 둘 수 없는 사랑에 대한 답답함을 느끼는 여자... 둘의 접입가경의 갈등해결사는 다름아닌 아서의 할아버지... 경제적으로 윤택하게 승승장구한 나머지 가족에게 소홀할 밖에 없었던 할아버지의 애정이 손자를 향하고, 증손자에게 이어진다. 반복되는 시간이동또한 아서에게 어느덧 습관처럼 익숙한 일상이 되었다.


 

 

 


 

 



     

 

   아서를 처음 알아갈때만해도 빚에 허덕이며 생활고를 겪던 배우지망생 신분의 리자에게도 광고판을 가득채우는 인기가 가속되고, 경제적으로 부족할것없는 행복한 나날이 이어진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번번히 24년이 끝났을때 다가올 비극적인 결과를 걱정한다. 우려대로 비극은 찾아온다. 정신병원에 입원해 고통을 겪고 있는 아서의 초췌한 모습...1년전의 사랑스런 아이들의 끔찍한 죽음앞에 자책하는 아서의 텅빈 자리엔 리자가 있다.  시련끝에 찾아온 따뜻한 어루만짐이 있을 뿐이었다.

 

 

 



 

 


 


 



     

 

  막힘없이 이어지는 구성 덕분에 책의 가독성 자체는 훌륭하다. 다만 사랑을 만나고, 행복으로 이어진 이후의 과정들이 흐지부지 전개되는 느낌은 아쉽다. 책을 덮고나서 떠오르지 않는 "아리송한 결말"을 떠올려볼때, 적어도 마지막 50페이지 정도는 정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비극으로 이어지게 한 결정적인 단초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확실한건 현대인이 당면한 가족에 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단 것이다.  시간을 거슬러 갈 수 없는 것처럼, 순간의 시간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보내기 위해 노력할 뿐인데, 1인칭의 주인공은 온전히 등대의 저주로 받아들인체 저주를 풀 단서를 찾아나서는데 집착한 것이다. 그러는 동안에 가족들이 상처받고 슬퍼할것을 생각하기엔 한창 늦어진 뒤에야 뼈저리게 후회하게 된다.

 

 

 



 


 


 



     

 

​ '풍요속의 빈곤'  과거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진 시대에 살고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아주 심각하게 황폐해졌을 시점이다. 함께 나눌 수 있어, 배가되는 행복의 본성에 위반되게 승자독식의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는 현대사회의 문제를 기욤 뮈소는 자신의 소설을 통해서 통찰력있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허물없이 지내는 할아버지와 손자와의 관계를 통해 세대간의 갈등문제를 해소하고 있다. 1인칭 주인공 아서가 정신을 잃고 새롭게 등장하는 매 순간마다 반갑게 재회하고 있다. 비극은 아서가 본업인 의사생활을 접고 쓴 소설들이 유명해지면서 시작된다. 다양한 스펙트럼의 창작활동 때문에 스스로를 고립시킨체로 가족과는 단절이 이어지는 것이다. 순간 시간여행이라는 모티브로 잡은것도 그런 단절을 정당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1년중 길어야 단 하루밖에 있을 수 없기에 불가항력이라는 전제를 하고 있는 것이다.

 

 




 


 


  


 

"설리반 할아버지가 두 사람의 비극적인 결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어?"

"물론 들었어. 그렇게 되기 전에 우린 반드시 등대의 저주를 풀어야 해!"

- p194 -


 나는 매번 리자의 입장이 되어보려 애쓰지만 마음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머리로는 그녀가 충격을 완화시킬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

- p203 -


"당신이 내게 원하는 게 정확히 뭐야? 내 생활을 포기하고 당신만 기다려

주길... 난 14개월째 눈이 빠지도록 당신을 기다렸어.

-p214-


"아마도 소형 비행기가 월드 트레이드 센터 건물에 충돌한 것 같은데요."

문득 우리는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라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극의 당

사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p234-


시간여행은 원래의 흐름을 되찾았다. 나는 여전히... -p251-

"아빠가 내 기분을 좋아지게 할 수 있는 한 가지 있는데... (중략)

"아빠가 시간여행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거야. 아빠가 우리 가족의...

-p284-



 


 



     

 


 이 모든 이야기가 소설가 아서의 원고내용이라는 점은 대반전이다. 더불어 작가본연의 털어놓을 수 없었던 심적 고뇌를 1인칭의 주인공에 감정이입해 솔직하게 말하려고 하는 부분도 엿볼 수 있었다. 보통 작품에는 그 창작을 한 사람의 거쳐온 성장경험에 대한 고찰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서의 압박감들이 아서를 통해 전개되고 있는것을 봐서도, 1년 정도의 연대적인 시간전환은 창작작업후 일정시간 휴식을 취하는 작가들의 일상과 닮아있는 모습이다.

 우연히 낡은 타자기에 꽂힌 원고를 주마등같이 읽으며, 정서적 화해를 이뤄가는 결말로 이어진다. ​ 완벽함의 구성과 생뚱맞은 발상의 전환이 기욤 뮈소 소설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인간적 고뇌와 번민을 누구보다도 신명나게 풀어내고 있기에 책을 읽는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할 수 밖에 없다. 특히 이미 성장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과도기의 현상을 겪은 문화권의 경험이 좋은 정서적 완충막을 생성할 것이다.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것이 각자의 인생이요, 시간이다.  물질주의가 무안할 정도로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하고 있는 즈음 책을 통해서 정서적 유대감을 공고히 다져갈 수 있을 것이다. 


 

by. 해피누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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