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레이얼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THE HEAT OF BERTRAYAL (배신의 열기)

 남녀의 객체로 이어지는 사람의 운명은 알궂게도 '사랑'에 얽힐때가 많다. 이성적으로 잘못된 선택으로 받아들이다가도 정(Feeling :情)에 사로잡혀 타협하고, 매 순간 후회하다가도 애증의 관계로 이어진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처럼 냉철하게 바라보지 않는한 상처를 주고 받는 관계가 동물세계의 약육강식처럼 통용되곤 한다. 처절하게 실연을 당한 순간에도 "언젠간 돌아오겠지?"하는 안주하는 맘이 미련을 이끌어낸다. 악순환으로 점철될 수록 집착과 의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미국 현대소설을 대표하는 더글라스 케네디의 『비트레이얼 』는 인간내면의 속성을 잘 드러내고 있다.

 

 

 

 

 

 

 

 

 

 

 세계 50여 개국을 여행한 풍부한 견문의 스펙트럼이 2015년 신작소설 에서도 '모로코'를 모티브로 전개되고 있다. 오리엔탈의 이국적인 정서와 현대문명이 교차하는 모로코에서 겪게 되는 한 여인의 생존위협의 순간... 그때마다 순수한 조력자들이 나타나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 경제적으로 성공한 반전이 기약되는 내용이다. 미국에서 태생한 작가의 성장환경엔 유독 유럽의 정서가 많이 반영되어 있다. 특히 프랑스 문학에서 인정을 받은 그의 이력은 『비트레이얼 』의 주배경 자체를 미국본토에서 모로코로 옮겨놓으며, 자본주의로 대표되는 미국 소비문화에 대한 비평을 담고 있다.

 

 

 
 

 

 
 

 

 

 

 
신랄하지 않으면서 가장 신랄한 비판

 한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환경에 대한 동경의 실현을 위해 우린 여행을 떠난다. 낯선 여행지에 맞이하는 문화적 차이는 인식의 오류를 깨닫게 할 때가 많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구나'하는 감회가 전달되며 기존의 고정관념을 벗어나게 한다. 지역 언론사를 거쳐 공인회계사로 입지를 굳힌 로빈은 바다건너 해외여행을 다녀본 적이 없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주제의식을 '로빈'을 통해 전지적 시점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특유의 심리묘사와 치밀한 전개가 차곡차곡 미지의 세계에서의 성찰을 통해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이면적으로 상호보완적인 속성의 '사랑'의 맹점을 부각시키기에 '로빈' 만한 적격자는 없었다. 꼭 그녀를 통해서 바라봐야 했다. 화폐가치로 환산되는 자본주의를 나타내기에도 공인회계사 직업만한 것은 없었다. 

 


 

 

 

 

 

 

 

 

 

   전문직으로 인정받는 그녀의 경제적 능력 상황에서, 무려 18살이나 많고 무절제한 소비력까지 가진 예술가의 조건이 걸림돌 될 것은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심연에 꿈틀거리기는 본능의 갈등을 해소시켜줄 자유분방한 영혼은 그녀가 바라는 이상형에 가깝다. 더욱이 성 (Sex)에 개방적인 경향의 그녀에게 탁월한 잠자리 테크닉의 이 남자야 말로 놓치고 싶지 않은 절대자에 가깝다. 이런 취향은 유독 그녀에게서만 발견되는것이 아니라, 현실속에서도 드물지 않게 발견된다.

  환멸을 느끼게까지 하는 나쁜 상대와의 정사를 결국 에피소드쯤으로 여기며, 또다른 상대를 끊임없이 갈구하는 경우도 자주 보게 된다. 어떤 외부환경에도 흔들리지 않는 자기주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타인에 대한 의존에서 비롯되는 외로움은 결국 공허함을 불러일으키게 되고, 내가 아닌 남을 통해서 그 순간을 모면하는데 치중하게 된다. 

 

 



 

 

 수면제에 의지하지 않고는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는 환경이다. -p6-

 " 지금 우리의 생이 여기서 끝난다면 가장 먼저 무슨 생각을 할 거야?" -p15-

 " 내 본능이 집으로 돌아가길 원해." - p18-

 




 

 

 

 

 

   대서양을 횡단하는 장거리 여행은 불편함 자체였다. 193cm의 남자가 다리를 뻗기에 좁은 좌석 빼곡하게 채워진 자리, 기내 곳곳의 퀴퀴한 냄새들은 쾌적한 여행과는 거리가 멀다. 안절부절 못하는 불안함은 앞으로 눈앞에 벌어질 사건에 대한 암시 역할을 한다.  


 

 

 

  우리가 사람들이 바닥에 내려놓은 가방과 셰퍼드 두 마리를 피하며 통로를 간신히 지나는 동안 20대 남자들은 우리를 빤히 쳐다보기만 할 뿐 자리에서 일어설 생각을 하지 않았다. -p46-

 " 이 스위트룸은 700디르함 아래로 내어드린 적이 없습니다.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호텔을 알아보세요." -p60-

 

 

 

 

 

 

 살아가다보면, 희노애락의 삶의 곡선은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연속적으로 이어진 불안의 신호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특히 남녀간의 경우 의심할 필요없는 평온한 상황에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던 신호들이 결국 하나로 집결되며, 깊은 상처와 모멸감을 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지위일수록 겉으로 보여지는 이미지와는 판이하게 공허한 경우가 많다. 자기본연 보다는 사회적으로 강조되는 역할에 치중하다보니, 일반인에게 좀처럼 발견하기 힘든 헛점이 생겨나곤 한다.

  

 


 

 

 " 운동하다가 허벅지 안쪽 근육이 늘어났나 봐. 대학병원에서 진찰을 받아 보아야겠어."

 " 아주 가벼운 탈장이지만 자칫 상태가 약화될 수도 있으니 앞으로 일주일 동안 섹스를 하면 안 된대."

나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고...(이하 생략) -p105-  

내가 그토록 원하던 아이를 낳을 수 없게 된 거야.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슬픔과 분노 사이에 갇혀 있었다. -p106-

당신이 우리 사이를 끝장냈어. 당신을 증오해. 당신은 살 가치도 없는 인간이니까 차라리 죽어.

로빈.
- p114-

 

 

 

 

 

 

 

임신을 가능하게 하는 배출요소의 차단이 과연 분노에 휩싸일 부분일지에 대해선 의문이다. 소설을 읽다보면, 왜 그녀가 이런 감정에 사로잡혀야 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본능적으로 사랑에 빠져들었고, 고민의 여지없이 결혼상대로 택했던 그녀이지만, 맹목적인 자기확신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결과였다. 과욕은 금물이라는 중용의 진리를 역설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불모지를 뜻하는 '사하라사막'이 가지는 오묘한 신비로움과 황량함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한계를 표출하고 있다.

 


 

 

 방안은 그야말로 난장판으로 누가보더라도 범죄현장으로 단정할 수 있을 듯했다. 사방에 흩어져 있는 옷, 죄다 열려 있는 가운데 내용물이 몽땅 쏟아져 나와 있는 서랍 -p117-

 몰스킨 노트 포켓에 낯선 사진이 한 장 들어 있었다. 나는 뒤통수를 세게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20대 초반의 젊은 여자 사진이었다. -p143-

 그동안 에시우이라에서 본 남자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삶의 거친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지 못해 낙담하고 풀죽은 모습으로 벽돌담이나 짐을 가득 싣고 있는... (이하 생략)  -p157-

"그럼, 당신은 폴과 어떤 사이인데요?" - p182- 
 나 역시 '북아프리카에서는 아무도 벗어서는 안 된다. '라는 서양인들의 편향된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p193-

 

 

 
 

 

 

 

 결론은 정해져 있지 않다 ∴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치밀함이 있기에

​  전체적인 소설 전개는 긴박감 넘치고 생생한 묘사로 이어진다. 또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분명한건 독자는 충분한 예상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작가는 본격적인 사건이 일어나기전 정교한 심리묘사를 통해 사전에 감정이입할 준비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빈'관점의 여주인공만 모를 뿐이다. 많은 사랑·연애 관련 게시판에 아무리 제3자가 염려하는 반응을 보내도, 게시자는 오히려 그 반응을 '냉정하게만 여긴체 자괴감에 빠지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처럼...  

  가학적인 전개로 일관하는 막장드라마에 욕하면서도 매료되는 원리는 '권선징악'의 애처로움에서 시작된다. 더이상 주인공이 상처를 겪지 않기를 바라는 소극적인 맘에서 발전해 감정이입하면서 본인 내면에 가둬둔 감정까지 분출해낸다. 아닌걸 알면 돌아서야 하는데, "나없이는 세상은 돌아가지 않는다."는 자기기만과 환상은 사랑과 접목되면서 미련을 낳는다. 위험의 순간을 더 위험천만하게도 뛰어들어 궁지에 처하는 연약한 여주인공들을 많이 본다. 소설에서도 여지없이 잔다르크 같은 기질을 발휘 위험의 순간을 고조시킨다.
 

 반전은 소설속에서 여성으로서의 '로빈'의 성찰 스토리에 있다. 고가의 미술재료를 탐미하고, 와인을 즐기는데 익숙한 내 남자를 방관하면서도 대신 빚을 갚아주던 그녀의 위안은 솔직히 본능적인 성의 애착밖에 없다. 어쩌면 아이가 간절했던것도 일종의 자기애착일 수 있다. 적어도 자신의 생각대로 순순히 따를 생물학적으로 나보다 약한 존재를 통해, 그동안의 상처감에 대한 자기보상을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했기에 출산의 기대감을 산산히 깨어버린 남편은 증오의 존재인 동시에, 어떻게 해서라도 내 존재감을 확인시켜줄 존재인 것이다. 사실 남편 폴은 절대적인 무능력함과는 거리가 멀다. 자신의 능력범위내에서 소비지향적일 뿐이다. '저축의 미학'이 절대시되던 동양의 가치에선 낭비로 비춰지겠지만, '저축의 역설'을 제기한 서구문화권에선 지극히 평범한 인물이다.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계산대를 두들기던 '로빈'이 가난한 제3세계의 헐벗은 사람들에게 덤을 통해 나누는 변화를 통해 역설적으로 나누면 행복해지는 '공유경제'를 일깨워주고 있기도 하다. 단순히 그 나라의 화폐가치로 환산해 착취하는 '약육강식의 자본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런 가치관의 변화는 생명이 위협받는 극단적인 순간에 순수한 조력자를 발견하는 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어떤 순간에도 자국민의 권리를 보호해주는 시스템이 구축된 모습을 보면서 왜 미국문화의 사조를 비판하면서도 동경할 수 밖에 없는 지를 알 수 있었다. 최선을 꾀하기 힘들다면, 실리를 찾아 노련한 셈법으로 차선의 해결을 하는 선진국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폐해졌던 삶은 극한의 상황속에서의 냉철한 성찰을 통해 전화위복으로 승화되고 있다. 극히 저평가하던 것들이 가치를 인정받으며, 모두에게 행복한 결과물을 창출하는 순간까지 그려내고 있다. 단 미스테리한건 과연 홀연히 사라진 '폴'이 과연 뜨겁고 메마른 '사하라사막'에서 생과 이별했을까? 하는 것이다. 그동안 읽었던 책중 가장 오랜 시간 읽어본 책이다. 특히 정독의 습관상 오랜만에 밤새워 읽어봤다. 앞으로 전개될 결과값은 충분히 예상되었지만, 넘겨갈수록 세밀한 묘사가 더해져 현장에서 직접 바라보는 느낌이다. '사랑'으로 번민스럽기만 하다면, 이 책을 적극적으로 권한다. 적어도 '지혜'로서 바라보는 독서의 관점에서 적어도 이 책에 담긴 주제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며칠간은 홀연히 책을 벗삼아, 힐링할 수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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