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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달 살림법 - 담양댁의
박지현 지음 / 수작걸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1월의 어느날 고등학교 동창이였으면서도 제대로 연락을 하지 못하다가
지금에 살고 있는 동네에 이사와서 다시 만나게 된 친구를 병원에서 만나게 되었다.
아이 셋을 키우고 있는 친구는 큰 아이를 올해 소윤이와같이 1학년에 입학시켜야하는데
이사를 간다고 불현듯 말을 했다..
애아빠 직장을 옮기나보다 생각했는데.. 애 아빠 직장은 그대로인데
자기가 애 셋을 데리고 의성쪽에 밭터에 집을 짓고 거기서 살기로 했다고 말을 했다.
어찌나 의외의 말이였던지...시골에 살던 사람도 아이가 학교를 들어갈때면
도시로 나오는 판인데 아이 입학과 더불어서 시골로 들어가겠다니..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그 친구도 보아하니 저자인 담양댁처럼 도시 생활에서 얻을수 있는 장점을 버리고서
시골생활에서 얻을 수 있는 약간의 여유와 자연이 주는 즐거움을 세 아이들에게 맘껏 누르게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 아이를 너무 이른 나이에 숨가쁜 도시속의 초등학교에 보내는 것이 경쟁사회속에
너무 빨리 던져놓는 것 같아서 힘든게 시골행을 결정했다고 했다.
컨테이너집을 짓고 있는 공사현장 사진도 내게 보여주며 이것 저것 설명을 하던 친구의 모습은
나의 걱정과 염려와는 달리 무척이나 들떠보이고 희망에 차 있었던 걸로 기억된다.
담양댁의 시골생활 10년도 그러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토피로 힘겨워하던 딸아이가 조금씩 자연생활로 인해서 치유되는 모습을 보면서
어찌보면 바깥에서 보는 사람은 막연하게 시골생활은 여유롭다고 생각하는 것과 달리 나름 바쁘고
힘들었을터이지만... 그런 것들을 다 이겨내고 즐길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막연한 추측을 해본다.
책속에는 담양댁의 열두달 살림법을 고스란히 담아두었다
각 달마다 시골생활에서 빠져서는 안될 살림살이법들을 에세이 형식으로 잘 풀어놓았다.
그리 크지 않은 이 책은 쥐고 읽을때 좀 색다르다 싶게 정사각형 모양이 더 정감가게 만든다.
그녀의 전원생활을 막연하게 부러워하는 이가 있다면.. 나는 말해주고 싶다.
결코 그녀의 생활이 우리 생각하는 것 마냥.. 여유롭고... 아늑한 그런 삶만을 추구하지는 않았을것이라고..
아침에 일찍일어나야했을 것이고.. 농사짓는 녀석들 돌보는 것도 마냥 쉽지 많은 않았을것인데
우린 너무 쉽게 전원생활을 동경하는 경향이 있는 것같다.
게으른자는 전원생활을 꿈도 꾸지말아라고 충고 해주고 싶다.
담양댁의 이 책은 전원에서 느끼고 할수 있는 것들 위주로 집필해놓긴 했지만
생활속에서 따라해볼만한 살림법들이 많이 공개되고 있다.
도시 생활을 하고 있지만 옥상에 민들레를 키우면서 민들레 샐러드를 자주 해 드시는
울 친정엄마마냥.. 여기에도 민들레로 민들레 화전.민들레나물.민들레차등
민들레만으로도 이쁜 항상을 차려놓은 것을 보니 더욱 그러하다 싶다.
3월이면 장을 담고 4월이면 나물을 말리고 5월이면 카네이션 반지도 만들어보고
6월이면 아이들과 감꽃 목걸이도 만들고 보리미숫가루며.. 미숫가루 슬러시도 해먹고
7월이면 엄마만의 놀이에서 탈피해서 아이들과 맘껏 놀아주기
8월이면 쪽물염색도하고 각종 차가운 음식 만들기에도 빠져보고..
그러허게 12월까지 이것 저것 열두달살림법에 빠져들게 하는 이 책은..
읽다보니 시골의 우리 시어머님의 생활과도 너무 마니 닮아있다.
여기에서 우리 시어머님은 엄마놀이에만 빠지신다는 단점이 있긴하지만.. ㅎㅎ
담양댁은 아이들놀이에도 푸욱 빠져주시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아기자기하면서 군더더기 없는 그녀의 열두달 살림법을 엿보다 보니
어라..이건 울 시어머님도 하시는 건데.. 어...이건 친정엄마표다.. 싶은 녀석들도
군데 군데 발견되면서 재미를 더 해가는 것 같다.
어찌보면 바지런한 그녀의 살림살이법이 부럽기도 하면서 실천하지 못하면서
막연하게 동경만 하는 나자신이 부끄러워지기도 한다.
그 계절에 한페이지씩 열어보며... 따라해보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은 이 책은
나 말고도 눈에 띄는 사람들 마다 한번씩 열어보게 하는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끝으로 우리가 꿈꾸는 그녀의 무공해 살림살이법이 지금의 방사선이나.. 자연재해로 인해서
빛이 바래지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랄뿐이다.
거름밭 많은 곳에서 자란 것들은 크고도 부드럽다.
그러나 퇴비가 잘 닿지 않은 곳의 작물은 작고 못생겼다.
혹여 내 아이들에게 문제가 있다면 거름을 충분히 주지 않은 내 책임이다.
못난 내 열매까지도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를 알게 되니 세상에 못난 인생도 아름답더라는
깨달음으로 이어졌다. ---페이지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