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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속의 문맹자들 - 한국 공교육의 불편한 진실
엄훈 지음 / 우리교육 / 2012년 5월
평점 :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의 기말고사를 준비하면서 있었던 일이다.
당연히 슬기로운 생활,바른생활은 크게 문제가 되겠나 하는 생각을 했던지라
모르는 문제가 있다고 들고 오면 어이가 없어서 꿀밤을 때려가면서 윽박질러서
이것도 모르냐며 들고 있는 연필을 뺏들어서 정답을 적어주면서 큰 소리로 다시 읽고
제발 생각 좀 해가면서 풀라고 말을 했다.
그런데 똑같은 문제를 서너번 다른 답을 적어가면서 틀리는 걸 보고서 이게 아닌데 싶어 다시 물어본다.
단독주택이 뭐야 ? 한 가구가 사는 주택이잖아.
그런데 단독주택과 아파트에 차이점을 적으라니까 왜 단독주택은 5가구이고 아파트는 10가구 이상이라고 적냐고..
하고 물었더니.. 단독주택은 옷장,책상,의자,화장대뭐 그런것들이 있으니까 5가구 이고
아파트는 가구가 더 많다고 이야기를 한다..
웃자고 하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이 녀석 글쎄 여기에서 가구라는 의미를 잘못 알고 있다.
그러니 단독주택,연립주택,아파트를 배우고 단원의 문제를 풀때마다 주관식은 다 틀렸던 것이다.
가구의 의미를 모르니 개념을 제대로 익힐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집을 헤아리는 "채"라는 단어의 뜻도 모르고 있고
이 슬기로운 생활에서 나오는 여러가지 집을 배우는 단원에서 사이 사이 나오는 단어들이 다 생소했던 모양이다.
그런데도 수업은 진행이 되었었고 나름 독서량도 많고 공부도 곧잘 하는 아이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일이 생기니
엄마로써 무척이나 당황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http://tpimage.kyobobook.co.kr/upload/2012/08/07/c02f9d052828468c9781f9dc67c18436.jpg)
이런일이 있고 나서 이 책의 제목을 보자 정말 머리에서 번쩍 ~ 했다.
그래.. 이거야.. 우리애도 예외가 아닐수 있겠네....
읽고 있으면서도 이해하지 못하고 문자를 해독하면서도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창수와 같은 현상이였네
싶었다. 그래서 우리 교육현실을 질타만 하고 있어야하는지..
학부모로써 내가 해야하는 역할은 없는지 책을 통해서 그 길을 찾고 싶었다.
![](http://tpimage.kyobobook.co.kr/upload/2012/08/07/f784e1d9ff7b4ac98c43b5a549b2065c.jpg)
읽기 장애아라고 말을 한다면 누구나 듣기 싫어서
자기 아이는 많이 읽고 잘 읽고 잘 이해한다며 큰 소리치며 마치 자기 아이가 부진아라고 취부받는 것이 싫어서
아이를 먼저 살펴봄을 마다하고 피해가려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현실에서는 누구나 예외일 수가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주5일 수업제를 채택하면서 각 단원별로 줄어든 수업시간 편성등올 행여나 수업에 질이 떨어지면 어쩌나?
집에서 봐줘야하는 부모몫이 늘면 어쩌나 걱정하는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는 그나마 다행이다.
먹고 살기 바빠서 학교에서 다 잘 봐주겠지 생각하며 아이들의 믿고 맡기며 개개인이 살뜰이 학업을 챙길
시간적 물질적 여유가 없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어쩌란 말이냐?
그 아이들은 결국 소외 되어야 하는 걸까?
책을 읽는 내내 책 읽기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의 공통점 아닌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면서
현재의 교육 현실과 우리나라의 환경에 한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다수가 생각하고 고민해야할 사안을 한 사람 또는 몇몇 사람만이 문제로 의식하고 이렇게 책을 통해서
또 현장에서 노력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좀 더 사회적으로 부각되어서 우리 아이들이 문맹 아닌 문맹에서
모두가 탈출해서 좀 더 나은 삶의 질을 유지하며 살아가야하지 않겠는가?
일선에서 경험한 여러 아이들의 사례들을 통해서 어떤 것이 저자가 말하고 싶어하는 문맹인지
아이들이 읽고는 있지만 해독이 되지 않아 생활속에 접목해서 사용할 수 없는 글들..
그런 아이들이 내내 교실에서 겪어야하는 시간적 소모와 고통들에 안타까워하는 저자.
그는 외치고 있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이나 지원프로그램들 말고
아이들 개개인으로부터 출발하는 맞춤형 지원을 말이다.
높은 데이타 만들기에 급급하지 말고 인정할 건 인정하고 상처는 드러내서 다 같이 제대로 인식하고
노력을 기울여야함을 .. 말이다.
학교속의 문맹자들의 문제를 해결해야할 학교 문화와 제도의 개혁.. 과연 이 어려운 숙제를
우리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아이로부터 출발하라..
경제적 논리, 효율성의 논리를 버리고 학교 속의 문맹 문제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다루라고 말한다.
아이들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그 아이가 당연히 누려야 할 교육 받을 권리를 되돌려 주는 일
인권을 지닌 인간으로 온전히 대접하는 일부터 시작하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