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좀 빌려 줘유 큰곰자리 5
이승호 지음, 김고은 그림 / 책읽는곰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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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남매를 홀로 키우시던 울 엄마도 살기가 그리 여유롭진 않았다.

그랬던지라 우리집에도 민재네처럼 만만한 동화책이 없었다.

행여나 반공도서나 과학도서 읽고 독후감 쓰기 숙제라도 나올라치면

문구점에 파는 권장도서 몇 권 중에서 선택해서 사서 읽고 독후감을 써야하는데

살림이 녹녹치 않았던터라 엄마한테 그 책 한권 사달라는 소릴 하지 못해

문구점 앞에서 열심히 책을 뒤적이다 끝내는 다 읽고 와서 독후감을 썼던 기억이 난다.

그런 나를 눈여겨 본 똘똘이문구점 아줌마는 아예 그런 시즌이 되면 나를 불러다가

맘 편하게 플라스틱 의자하나 권해주면서 읽고 가서 독후감쓰라고 책을 내어주셨다.

그렇게 쓴 독후감으로 상이라도 받게 되면 엄마보다 먼저 똘똘이 문구점 아줌마에게 들고가서

자랑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니 난다.

 

 

그 시절이 벌써 30년전인데...민재이야기는 40년 전 ???

 

책이 없다고 책 좀 사달라고 졸라대는 민재를 보니 그런 민재가 그나마 행복해보인다.

아예 사달라는 말을 꺼내보지도 못한 내 어린 시절에 비하면 말이다.

투정부리는 민재의 모습이 내내 사랑스러워 보인다.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는 더욱 민재의 익살스러움에 힘을 실어준다.

 

기다리고 기다려서 조르고 졸라서 채선생님 댁에서 얻게 된 책 한권에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뻐하는 민재 모습을 보니

책이 넘쳐나도 감흥이 없는 요즘 아이들 모습과 사뭇 겹친다.


 

기증까지 해도 좋다는 확답을 받고 가져온 걸리버 여행기

민재는 읽고 또 읽고 걸리버 여행기에 훔뻑 빠져든다.

책 한번 읽고 나면 다 읽었다며 한쪽으로 내 팽겨쳐놔 버려서 하루만에 헌책 취급 받는 우리집 책들과는

사뭇 다른 대우를 받는 저 걸리버 여행기 ~ 책으로써는 제 몫을 충분히 하고 있다.

읽고 마는 것이 아니라 걸리버 놀이에 푸욱 빠져드는 민재의 모습을 보니

정말 제대로 책을 읽고 즐길줄 아는 아이가 아닌가 싶다.

하루는 거인이 되었다가 하루는 소인이 되었다가.. 자신이 마치 걸리버가 된 것 마냥

행동하는 민재가 우스꽝스럽다고 요즘 아이들은 말할지도 모르겠다.


 

넘쳐나는 책의 파도속에서 아이들은 과연 그 책이라는 파도와 잘 어우러져 파도타기를 하고 있는지

아님 즐거움은 커녕... 그냥 다독이라는 울타리속에서 마냥 권수채우기에 급급한 건 아닌지..

하루에 몇권이라는 타이틀아래 요즘 엄마들은 아이들 책 읽기를 시키고 있지만

과연 아이들은 그 책속에서 어떤 재미를 느끼고 커서도 머릿속에 남는 책은 어떤게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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