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 그는, 그저 이니셜 L에 지나지 않았다."주인공 "나"는 방송작가이다. 한 잡지에서 이니셜 "L"의 인터뷰 한 내용을 보고, 그에 대해서 글을 쓰고 싶어 그를 찾아 한국을 떠난다.이니셜"L"은 로기완. 159cm, 47kg의 작고 마른몸을 가진 스무살 남자 탈북인이다.로기완은 탈북해서 브로커의 말에 따라 연길에서 아무 연고도 없는 벨기에로 홀로 가게 된다.낯선땅에서 얼마 없는 돈을 가지고 홀로 지내며 벨기에 한국대사관에 도움을 청하려는 로기완.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나"는 그런 로기완을 찾아 벨기에로 가지만 로기완은 3년전에 이미 영국으로 갔고, 로기완에 대해 잘 알고있던 "박"의 도움으로 로기완이 살았던 벨기에서의 발자취를 따라 다니게 된다."나"는 "박"이 전해준 로기완의 일기장을 통해, 벨기에에서 로기완이 지냈던 공간들을 따라 움직이며 그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며, 자신이 지금 처한 현실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재밌다. 읽어갈수록 재밌는 소설. 영화로도 만들어져서 알게 된 조해진님 소설. 진짜 글 잘쓰신다!
의뢰인이 지정한 사람들에게 유품을 전달하는 '천국택배' 직원 나나호시.우리들의 집에 홀로 남겨진 늙은 친구에게 남긴 유품.억세고 강한 할머니가 남긴 유품.고백하지 못했던 첫사랑이 남긴 유품.돌아가신 선생님이 제자들에게 남긴 유품.4가지 이야기가 전개되는 이 소설은 뻔하면 뻔할수 있는데, 그 뻔함속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다.내 주변인이 나에게 남긴 유품, 그 유품이 갖고 있는 의미를 알게 되는 순간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된다.살다보면 어느순간 예전에 가졌던 감정과 꿈, 희망, 즐거움 등을 점점 잃어가게 된다. 현실에 안주하게 되고, 이전의 감정들이 사치스럽고, 유치하게만 느껴지게 된다.그런 마음들을 다시금 돌아보면 때론 유치하고, 사치스러운 감정을 갖고 사는게 더 즐거울 수 있을 것도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추운 겨울 날 소소한 감동을, 그리고 다시금 나를 생각해보는 소설.
부유한 환경에서 자란 지용은, 형과 누나만큼 성적이 좋지 못하여 부모님이 원하는 대학에 못들어가 재수를 하게 된다. 엄마, 아빠의 그늘속에서 부모가 하라는데로, 원하는데로 살아온 지용은 재수학원에서 신혜를 만나게 된다.지용은 신혜에게 반하고, 신혜는 그런 지용이 싫지가 않아 둘은 연애를 하기 시작한다.엄마와 새아버지, 동생과 사는 신혜. 엄마의 괴롭힘에 죽을만큼 힘들다고 고백하는 신혜를 보며 지용은 신혜를 돕기로 한다.바로 신혜의 엄마를 죽이고, 엄마로부터 신혜를 해방시켜줌으로써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고, 완전범죄를 통해 자신은 외국유학을 1년 다녀와서 다시 신혜와 행복하게 사는 시나리오를 꿈꾼다.허나 한국에 있는 신혜가 어는 순간부터 연락이 닿지 않아 초조해하던 지용은 중간에 신혜를 찾으러 한국으로 들어오는데..부유하지만 학벌을 중시하는 엄마, 아빠의 등살에 본인의 삶을 살지 못하는 지용이 불쌍했고, 그런 지용을 이용한 신혜가 미웠다.신혜와 만나면 살아있음을 느끼던 지용이었는데...씁쓸한 결말이...ㅜㅜ
오른팔에 심한 통증을 느끼는 '복합통증증후군' 을 앓고 있는 이지.교통사고후 갑자기 발생한 이 통증으로 인해 약값과 병원비로 상당한 금액을 지불했지만, 병원에서는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 통증으로 인해 더이상 일도 할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과도한 진통제와 수면제로 하루하루 버티며 고칠 수 있는 것들을 찾다보니, 알래스카에 있는 한의원에서 '복합통증증후군' 을 고쳤단 논문을 보고 무작정 찾아가게 된다.어릴적 너무 큰 사건을 겪으면 기억을 잃게 되기도 한다.이지 역시 어릴적 큰 사건을 잊고 지내다, 통증을 치유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상처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과거의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치유해 나간다.알래스카에서 운영되는 한의원이라니^^ㅋ 독특한 소재와 지역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과한 설정이 있다고도 느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동화같은 이야기라고도 생각이 든다.청소년들과 과거의 상처들을 안고가는 사람들, 생각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70살 동갑내기 친구인 데루코와 루이.어느 날, 루이는 데루코에게 SOS를 청하고, 기다렸다는듯 데루코는 일말의 망설임없이 남편의 은색BMW를 훔쳐 루이에게로 향한다.시니어 레지던스(양로원 비슷한)에 들어가 살게 된 루이가 답답함과 부당함에 진절머리가 나면서 거처에서 도망치듯이 나오게 됐고, 데루코도 가부장적인 남편을 두고 루이와 떠나게 된다.미련도, 후회도 없는 두 친구의 짜릿한 탈출 여행.나이 들었다고 현실에 안주해서 참는 삶 대신, 모험같은 여행을 선택한 그녀들이 참 멋있었다. 대담한 행동도, 낯선곳에서의 적응력과 생활력도... 다 연륜에서 나오게 된것이 아닐까...둘만 훌쩍 떠난 여행에서 과거 기억속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상처도 치유하게 된다.있을 법한 이야기이다. 큰 사건은 없지만, 자꾸만 응원하게 만든다.끝나지 않았을 그 둘의 여행에 웃는날만 가득하길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