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멋진 휴식 - 32인의 창의성 대가에게 배우는 10가지 워라밸의 지혜
존 피치.맥스 프렌젤 지음, 마리야 스즈키 그림, 손현선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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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

[이토록 멋진 휴식]

- 우리가 으레 생각하는 휴식, 그 본질에 대하여 -

우리가 휴식을 생각할 때 그것이 '쉼'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으레 '일하지 않는 시간', '게으름을 부려도 되는 시간', '여유로운 삶' 정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적어도 나에게 '휴식'이란 그야말로 '게을러도 되는 시간, 나태해도 되는 시간'으로 여겨진다.

[이토록 멋진 휴식]은 '휴식'에 대한 다른 말을 한다. 즉, 휴식의 본질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이 책의 원제는 바로 [TIME OFF]인데,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에 앞서 책의 제목이기도 한 Time off라는 단어의 개념 정의에 대한 이해가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저자가 밝히는 타임오프란 "본질적으로 자신의 시간을 의식하는 것"이다(p.20) 자신의 시간을 '의식'한다는 것은 자신의 시간을 '의식적으로 사용'하는 행동으로 이어진다. 그러한 시간 사용은 곧 삶에 분명한 경계를 세우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의 목적은 책을 집어 든 독자로 하여금 저 스스로에게 맞는 타임 오프 원리를 발견하게 하는 것이다. 저자는 '휴식'과 함께 더불어 논의될 수 있는 다양한 키워드(시간, 창의성, 쉼, 잠, 운동, 고독, 성찰, 놀이, 여행, 테크놀로지, 일의 미래) 안에서 여러 가지 주장을 이끌어가며 그 주장을 뒷받침하는 '32인의 워라밸(Work-Life Balance) 대가'를 소개한다. 그중에는 아리스토텔레스, 러셀, 베토벤, 차이콥스키, 키에르케고르, 우디 앨런,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와 스토아학파, 세스 고딘, 곤도 마리에, 성 토마스 아퀴나스, 헤르만 헤세도 있다.

휴식과 관련하여 우리가 그것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일과 시간'이라는 개념일 것이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바쁘고 분주한, 일이 많고 그것을 열심히 해내는 삶을 '바람직'하고 '긍정적'인 삶의 모습으로 간주해온듯하다. 90년대만 해도 무급의 야근은 당연한 것이었고, 정시 퇴근은 '성실하지 않은, 비열하고 이기적인' 행위로 바라보던 사회적 분위기가 있었지 않았나 싶다. 그러한 고달픈 생활 속에서 얻어지는 분주함, 스트레스, 과로는 '내가 바람직하게 열심히 잘 살고 있구나'를 느끼게 하는 일종의 훈장 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일이 적으면 휴식시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다. 반대로 일이 많으면 휴식시간을 적게 가질 수밖에 없다. 많은 일을 수월하게 하면 일의 시간을 줄이고, 휴식을 충분히 취할 수 있다. '일과 시간' 개념과 관련해서 이런 내용이 눈에 띈다.

적게 일하고도 양질의 결과물을 내다

이 부분과 관련하여 소개되는 인물? 인물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고 소개되는 신은 그리스 신, 카이로스와 크로노스이다. 크로노스는 측정된 시간을 상징하고, 카이로스는 몰입된 상태의 시간을 의미한다. 크로노스는 '시간의 양'을 보지만, 카이로스는 '시간의 질'을 본다.

저자는 이 둘의 개념을 저울질해 어느 하나가 더 낫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어느 것에 주목해야 할지 알면 현재의 일상에 더 충실하고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얘기다. 과하게 계획을 세우고 시계에 나타난 시간에 집착하다 보면 무언가를 위한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 업무가 넘치고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고 느낀다면, 당신은 지금 크로노스에 집착하고 있을 공산이 크다. 이럴 때는 카이로스 관점을 보강하는 게 도움이 된다.

p.40

창의성과 타임 오프가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베토벤과 차이콥스키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산책을 하루의 일과로 정해놓고 정해진 시간에 매일 산책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쉬는 시간으로도 여겨지는 산책은 쉼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에너지를 충전하고 창의성을 키워나가는 시간이기도 한 것이다. 이렇듯 타임 오프를 통한 휴식은 일의 효율성과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영국의 수면과학자 매튜 워커는 잠과 게으름을 동일시하는 행태에 대해 비판을 가한다. "우리는 바쁘게 일하고 있음을 얼마나 적게 자는지로 표현한다, 수면 부족이 영예 훈장이 되었다"(p.123) 충분한 휴식은 양질의 좋은 수면을 통해서도 실현될 수 있다. 우리의 하루에 있어 잠은 다른 업무나 남에게 부지런함을 자랑하기 위해 줄여야 하는 루틴이 아닌, 심신을 치유하고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며 창의적 돌파구를 제공하는 필수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최고의 타임 오프인 것이다.

저자가 타임 오프의 중요성을 주장하는 그 배경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타임 오프와 관련하여 시간, 창의성, 쉼, 잠, 운동, 고독, 성찰, 놀이, 여행에 대한 논의는 원론적으로 들릴 수 있다. 타임 오프는 자신의 시간을 의식하고 시간을 의식적으로 사용하는 것이고 이것을 통해 마련한 휴식은 창의성, 생산성과 연결되고 휴식에 운동의 영역이 있으면 이것 또한 기분, 건강, 생산성을 올리는 지렛대 역할을 한다. 군중 속의 번잡함이 아닌 홀로 시간을 보낼때 느끼는 고독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고 삶에 영감을 가져다줄 수 있다. 성찰, 놀이, 여행 모두 다 우리의 삶을 질적으로 윤택하게 하는 것들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바탕으로 한 타임 오프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AI 시대라고 불리는 오늘날의 시대적 특성 때문일 것이다. 다소 원론적으로 들리는 타임 오프에 대한 논의는 책의 마지막 두 챕터, '테크놀로지와 일의 미래'(10장과 11장)라는 부분에서 더욱 중요하게 들린다. 나와 디지털 기계의 연결이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시대, 더 이상 정보가 귀하지 않은 시대에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자신의 전화기에 저장된 전화번호를 잘 기억할리 없는, 주의력과 기억력이 결핍된 모습으로 살고 있다. 타임 오프의 중요성은 디지털 탈 연결, 즉 디지털 미니멀리즘과 그 맥을 같이한다고도 할 수 있다.

저서 [디지털 미니멀리즘]에서 뉴포트는 이렇게 촉구한다.

"온라인에서 시간을 보낼 때 당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들에 도움이 되며, 신중하게 선택한 소수의 최적화된 활동에 초점을 맞추고, 다른 모든 활동은 기쁜 마음으로 내려놓으라." 타임 오프와 마찬가지로 관건은 우리의 시간과 주의력을 어떻게 쓸지 자각하는 것이다. 모든 새로운 도구나 기술을 신중히 평가하여 그것이 우리에게 상당한 가치를 보탤 때에만 (그 가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결정하는 주체는 우리다) 도입해야 한다.

p.281

생산성으로 따지면 인간은 기계, AI를 절대 넘어설 수 없다. 회사 창립자이자 CEO인 스테판 아르스톨은 일찍이 하루 5시간 근무제가 인간 노동시간의 최적이라고 보았고, 이를 회사에 도입했다. 오래 일할수록 생산성은 낮아진다는 사회적 통찰은 곳곳에서 직장문화의 변화로 드러나고 있는듯하다. AI와 경쟁해야 하는 시대이거나 혹은 AI와 동반성장해야 하는 시대이거나 우리 '인간'은 그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인간이 지닌 유일한 능력인 창의성, 공감, 큐레이팅은 AI가 넘을 수없는 영역이다. 이러한 능력과 재능을 키우는 데 있어 필요한 휴식을 적절히 안배할 줄 아는 타임 오프는 우리 시대의 필수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다름 아닌 이 시대 안의 '우리'를 보았기에 이 책을 통해 더욱 더 '타임 오프'를 강조하고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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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멋진 휴식 - 32인의 창의성 대가에게 배우는 10가지 워라밸의 지혜
존 피치.맥스 프렌젤 지음, 마리야 스즈키 그림, 손현선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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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공산당 100년의 변천 - 혁명에서 ‘신시대’로
이희옥.백승욱 지음 / 책과함께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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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

[중국공산당 100년의 변천]

- 현재에서 과거를 보고 미래를 논하다 -

홍콩의 국가보안법 처리를 앞두고 한국, 호주 등 중국 밖 여러 나라 대학 캠퍼스에서 일어났던 홍콩 독립 지지에 관한 대자보 훼손 사건들이나 중국 내에서 나이키, H&M 상품들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불타는 이 극단적인 모습들을 보게 되었을 때 중국에 대해서 더 잘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 즉 소위 21세기 홍위병은 현재 중국의 문화현상을 설명하는 단순한 신드롬이 아닌, 국가 간 마찰을 초래할 수도 있는, 국제사회가 당면할 수도 있는 미래 문제의 잠재적 요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는 현재의 거울이라는 말도 있고, 현재는 과거의 거울이라는 말도 있다고 한다. 무엇이 무엇의 거울이 되었든 간에 아무튼 현재나 과거의 상호 긴밀한 연관성을 나타내는 말일 것이다. 현재 직면한 문제에 대해 과거 역사에서 지혜와 교훈을 찾으려는 인간의 시도는 그만큼 의미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내가 중국사를 읽으면서 다른 세계 역사에서도 받지 못했던 충격적인 사건이 2개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중국의 '대약진 운동'에 관한 내용이었고, 다른 하나가 '문화대혁명'에 관한 것이었다.

- 대약진 운동 중 일부 -

참새의 생태계 내에서의 역할과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이루어진 제사해 운동 또한 이 기간 내에 장려된 정책이었다. ‘참새가 곡식의 낟알을 쪼아 먹어, 인민의 노동의 결실을 도둑질하니, 해로운 것이다’라는 마오의 말 한마디에 선동된 대중은 합리적 의심 없이 참새를 마구잡이로 잡아들여 죽이기 시작하였다. 사람들은 새총은 물론이거니와 대량의 독극물을 사용하여 모리, 파리, 들쥐 그리고 참새까지도 멸종시키는데 힘썼고, 각 지방정부와 단위체는 잡아들인 참새의 양과 부피에 따라 포상과 표창하기까지 했다. 참새가 멸종되자, 메뚜기 떼가 전역에서 창궐하였고, 해충이 들끓었다. 자연의 생태학적 균형이 무너지자, 농지는 황폐화가 되었다. 무지한 사람들은 대기근으로 아사자가 속출한 후에야 참새가 곡식의 낟알뿐 아니라, 해충까지 먹음으로써 결과적으로 이로운 개체였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 문화대혁명 -

대약진운동의 실패로 한 번의 실각을 경험했던 마오는 문화대혁명을 계기로 사실상 다시 부활한 셈이었다. 마오는 문화대혁명을 정치적인 성격으로 확대시켜 전개해나갔는데, 그가 지향한, 국민의 삶과 인간의 정신 등 그 모든 것이 총체적으로 개조된 완전한 공산주의 사회를 당장이라도 이룰 것처럼 급진적이고 맹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 혁명에 동참하려는 자발적인 세력이 등장하게 되었다. 그들은 마오와 마오의 정책을 보위하고, 마오의 이상향에 심취된 무리, 즉 홍위병(紅衛兵)이었다. 점차 매우 빠른 속도로 그리고 대규모로 결성된 이 조직의 대다수는 마오와 함께 급진적 변화를 추구했던 혈기왕성한 학생들이었다. 이들은 문화대혁명의 구호에 따라 적으로 낙인찍힌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때려죽이거나, 구태(舊態)로 인식되는 학술자료와 문화재를 파괴하고, 심지어는 공자의 무덤까지 파헤쳐 훼손하기도 하는 등 반달리즘(vandalism)적 행태를 보였다. 또한 반동분자로 낙인찍힌 사람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나타내는 폭력의 과격함과 잔인함은, 이 혁명을 진두지휘하는 당과 마오에게 보이는 충성심의 척도가 되기도 하였다.

하나의 문제로서 '홍위병'은 과거 중국의 기록이 아닌,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사드 경제 보복, 한류 금지 조치, 바이두(Baidu)에 윤봉길 의사의 국적이 중국 조선족으로 되어있는 중국의 동북공정, 김치, 한복에 대한 문제, 1대1로 프로젝트 등 중국이 아닌, 중국공산당이 해왔고, 하고 있는 일들이 턱밑까지 차올라 이제는 우리나라의 정체성까지 흔들어데는데 이르렀기에 중국에 대한 공부와 연구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 말하고 싶다.

이 책의 제목이 '현대 중국 100년의 변천'이 아닌, '중국공산당 100년의 변천'인 것은 집필진이 중국과 중국공산당을 분리해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을 이끌고 움직여가는 것은 하나 된 중국의 모든 사람들이 아닌, 슬로건을 정하고 지침을 내리는 중국공산당인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중국 공산당에 대해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범위는 책 제목의 일부이기도 하듯이 1921-2021이다. 중국공산당이 창당된 1921년부터 시진핑 집권 중인 현재 2021까지 중국 공산당의 백 년간 역사를 들여다본다. 이 책의 구성은 논문의 모음집 형식으로 되어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도 논문의 형식을 이루기에 총 10편의 논문이 수록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각 세부 분야의 전공자이자 전문가이기도 한 10명의 집필진이 각각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공산당 역사를 기술, 앞으로를 전망하고 있다.

이 책의 특이점은 프롤로그에서 밝히고 있듯이 각 논문에서 논의되는 키워드는 다르겠지만 시기는 통일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공산당 100년의 역사를 혁명, 건설, 발전 그리고 신시대로 구분해보고 있다. 중국공산당이 창당하고 난 후 혁명 30년, 사회국가 건설 30년, 등소평에서 시작된 개혁개방 30년 그리고 시진핑 집권기에 선언된 신시대(2017년 제19차 당대회).

또 하나의 특이점은,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한데, 중국에 대한 다양한 관점과 견해를 인정하고, 필자들 사이에서 상충되거나 논쟁이 될 수 있는 입장들을 하나의 관점으로 무리하게 통일시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현재와 관련하여 '신시대'에 대한 집필진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볼 수 있다.

단순히 중국의, 중국공산당의 과거만을 늘어놓은 것이 아닌, 그것(중국공산당)이 현존하고 있는 '오늘날'에 초점을 맞추어 그것이 갖는 의미, 국제사회 안에서의 관계 등 쟁점이 되는 키워드와 함께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중국을 바라볼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되었다. 국내 여러 대학에 계신 교수님들께서 집필하셨다(이희옥 성균관, 안치영 인천대, 하남석 서울시립대, 서봉교 동덕여대, 장영석 성공회대, 강수정 조선대, 장윤미 동서대, 임춘성 목포대, 김미란 성공회대, 백승욱 중앙대). 중국에 대한 학문적 통찰을 얻고자 하는 사람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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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로메, 니체를 말하다 - 니체의 작품으로 본 니체 니체 아카이브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 지음, 김정현 옮김 / 책세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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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로메, 니체를 말하다]

- 니체를 보는 또 하나의 방법, 살로메 -

니체, 그의 글들이 대개 비유와 상징, 단편과 잠언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그의 철학을 이해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호기롭게 그의 저서로 바로 돌진하다가도 이해가 막히면 니체의 사상을 풀어놓은 해설서나 입문서를 찾게 된다. 니체의 사상에 접근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브란데스를 통해 보거나 살로메, 하이데거를 통해 보거나.

브란데스는 니체를 대학 강단에 가장 먼저 소개한 인물이다. 그는 니체와 주고받은 서신들, 그의 저서를 통해 학문적 접근을 토대로 니체의 사상을 일찍이 '귀족적 급진주의'로 정리한 바 있다. 이와 달리, 살로메는 잠시나마 니체와 함께 삶을 동반, 니체와의 많은 대화를 통해 그의 사상을 직접 듣고 토론하며 니체의 저서를 12년 동안 탐독하는 등, 브란데스보다는 비교적 지근거리에서 니체를 보고 듣고 느끼는 방식으로 니체의 사상에 접근하였다. [살로메, 니체를 말하다] 이 책은 그렇게 해서 탄생한, 니체에 대한 일종의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살로메는 누구? 살로메는 20세기 전후로 유럽 지성사에서는 보기 드문 엘리트 여성이자 학자로 여겨진다. 러시아에서 태어나 여섯 형제 중 막내이자 외동딸로 자란 그녀는 러시아어, 프랑스어, 독일어를 구사하며 17세 때 이미 종교학과 철학을 비롯한 다양한 학문을 배우고 많은 철학자들의 저서를 읽었다. 그녀는 일찌감치 지적 능력을 키우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살로메의 이력 가운데 눈에 띄는 점은 그녀가 살아생전에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많은 지성인들과 교류했다는 사실이다. 니체는 물론이고, 릴케, 프로이트, 파울 레, 바그너, 하우프트만, 뵐로, 슈니츨러, 호프만슈탈, 톨스토이, 바이츠제커 등 살로메의 삶은 이러한 수많은 지성인들과 연결되어 있었다. 특히 무명에 가까웠던 릴케를 세계적인 시인으로 만드는데 기여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한다.

비에르의 소개로 프로이트와 만나게 된 살로메는 그의 밑에서 공부하며 정신 분석학적 통찰과 학문적 토대를 쌓게 되고 마침내 첫 여성 분석가가 되기에 이르렀다. 살로메의 이러한 학문적 소양은 이후 니체의 사상에 접근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책 [살로메, 니체를 말하다] 역시 살로메의 정신 분석학적 관점과 학문적 소양이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총 3개의 장으로써 1장은 '니체라는 존재', 2장은 '니체의 변화 과정', 3장은 '니체의 체계'로 구성되어 있다. 다른 부분은 몰라도 특히 1장 '니체라는 존재'부분에서 살로메에 의해 그려지는 니체의 모습은 참으로 흥미로웠다. 니체의 저술들에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그의 파괴적이고 공격적인 모습과는 달리, 살로메는 그의 실제 성격에 초점을 맞춰 기술하고 있다. 그의 성격을 드러내는 단어나 문장을 살펴보면 이렇다. "섬세, 조용, 신중, 은둔자, 침묵하는 자, 겸손, 여성적인 부드러움, 침착함, 기품을 좋아하는 사람, 격식을 차리는 사람, 내밀한 고독감, 신비스러운 사람" 등. 나도 <도덕의 계보학>이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통해 느껴지는 남성성으로 말미암아 실제로도 니체가 그런 성격이겠거니 하고 지레짐작했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니체의 실제 성격을 파악하는 동시에 니체에게 의외의 면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그 누구보다도 가까운 거리에서 니체를 봤을 살로메였기에 그의 성격과 모습을 묘사하는 글은 충분히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니체의 실제 성격과 모습 이외에도 이 책에서는 또한 니체의 정신적 사유의 변화 과정과 그의 문제의식을 짚어보고, 그의 사상의 내용과 체계를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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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로메, 니체를 말하다 - 니체의 작품으로 본 니체 니체 아카이브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 지음, 김정현 옮김 / 책세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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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체를 보는 또 하나의 방법, 살로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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