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살로메, 니체를 말하다 - 니체의 작품으로 본 니체 ㅣ 니체 아카이브
루 안드레아스 살로메 지음, 김정현 옮김 / 책세상 / 2021년 6월
평점 :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음을 밝힙니다 -
[살로메, 니체를 말하다]
- 니체를 보는 또 하나의 방법, 살로메 -
니체, 그의 글들이 대개 비유와 상징, 단편과 잠언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그의 철학을 이해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호기롭게 그의 저서로 바로 돌진하다가도 이해가 막히면 니체의 사상을 풀어놓은 해설서나 입문서를 찾게 된다. 니체의 사상에 접근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브란데스를 통해 보거나 살로메, 하이데거를 통해 보거나.
브란데스는 니체를 대학 강단에 가장 먼저 소개한 인물이다. 그는 니체와 주고받은 서신들, 그의 저서를 통해 학문적 접근을 토대로 니체의 사상을 일찍이 '귀족적 급진주의'로 정리한 바 있다. 이와 달리, 살로메는 잠시나마 니체와 함께 삶을 동반, 니체와의 많은 대화를 통해 그의 사상을 직접 듣고 토론하며 니체의 저서를 12년 동안 탐독하는 등, 브란데스보다는 비교적 지근거리에서 니체를 보고 듣고 느끼는 방식으로 니체의 사상에 접근하였다. [살로메, 니체를 말하다] 이 책은 그렇게 해서 탄생한, 니체에 대한 일종의 보고서라고 할 수 있다.
살로메는 누구? 살로메는 20세기 전후로 유럽 지성사에서는 보기 드문 엘리트 여성이자 학자로 여겨진다. 러시아에서 태어나 여섯 형제 중 막내이자 외동딸로 자란 그녀는 러시아어, 프랑스어, 독일어를 구사하며 17세 때 이미 종교학과 철학을 비롯한 다양한 학문을 배우고 많은 철학자들의 저서를 읽었다. 그녀는 일찌감치 지적 능력을 키우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살로메의 이력 가운데 눈에 띄는 점은 그녀가 살아생전에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많은 지성인들과 교류했다는 사실이다. 니체는 물론이고, 릴케, 프로이트, 파울 레, 바그너, 하우프트만, 뵐로, 슈니츨러, 호프만슈탈, 톨스토이, 바이츠제커 등 살로메의 삶은 이러한 수많은 지성인들과 연결되어 있었다. 특히 무명에 가까웠던 릴케를 세계적인 시인으로 만드는데 기여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한다.
비에르의 소개로 프로이트와 만나게 된 살로메는 그의 밑에서 공부하며 정신 분석학적 통찰과 학문적 토대를 쌓게 되고 마침내 첫 여성 분석가가 되기에 이르렀다. 살로메의 이러한 학문적 소양은 이후 니체의 사상에 접근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책 [살로메, 니체를 말하다] 역시 살로메의 정신 분석학적 관점과 학문적 소양이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총 3개의 장으로써 1장은 '니체라는 존재', 2장은 '니체의 변화 과정', 3장은 '니체의 체계'로 구성되어 있다. 다른 부분은 몰라도 특히 1장 '니체라는 존재'부분에서 살로메에 의해 그려지는 니체의 모습은 참으로 흥미로웠다. 니체의 저술들에서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그의 파괴적이고 공격적인 모습과는 달리, 살로메는 그의 실제 성격에 초점을 맞춰 기술하고 있다. 그의 성격을 드러내는 단어나 문장을 살펴보면 이렇다. "섬세, 조용, 신중, 은둔자, 침묵하는 자, 겸손, 여성적인 부드러움, 침착함, 기품을 좋아하는 사람, 격식을 차리는 사람, 내밀한 고독감, 신비스러운 사람" 등. 나도 <도덕의 계보학>이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통해 느껴지는 남성성으로 말미암아 실제로도 니체가 그런 성격이겠거니 하고 지레짐작했었는데 이 부분을 읽으면서 니체의 실제 성격을 파악하는 동시에 니체에게 의외의 면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그 누구보다도 가까운 거리에서 니체를 봤을 살로메였기에 그의 성격과 모습을 묘사하는 글은 충분히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니체의 실제 성격과 모습 이외에도 이 책에서는 또한 니체의 정신적 사유의 변화 과정과 그의 문제의식을 짚어보고, 그의 사상의 내용과 체계를 살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