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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아, 그 선을 넘지 마오 - 본격 며느리 빡침 에세이
박식빵 지음, 채린 그림 / 북로그컴퍼니 / 2020년 3월
평점 :
본격 며느리 빡침 에세이. <<님아, 그 선을 넘지 마오>>. 표지의 단 두 줄을 읽었을 뿐인데 찌릿, 운명을 느꼈다. 인터넷서점으로 달려가 미리보기를 하는데 작가 소개 넘기자마자 이런 질문들과 조우하게 됐다.
혹시 결혼을 앞두고 있나요?
기혼 여성인가요?
시어머니가 미워서 미칠 것 같나요?
고부 갈등으로 이혼을 생각하거나 우울증에 걸린 적이 있나요?
아내와 어머니가 고부 갈등을 겪고 있어서 곤란한 남편인가요?
며느리와 불화가 있나요?
예비 며느리에게 친정엄마 같은 시어머니가 되고 싶은가요?
80년대생인가요?
여성인가요?
경력이 단절되어 우울한 아이 엄마인가요?
인간관계가 힘든가요?
작가는 단호하게 말을 더했다. 이 중에 하나라도 해당사항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책을 읽은 것을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나로 말할 것 같으면 무려 7개! 어떤 질문에 no였는지는 밝히지 않겠다.
나는 나의 인생밖에 살아오지 못했기에 다른 며느리들의 고달픈 삶에 안타까움은 느끼지만 결국 내가 제일 불쌍하다. 책 소개만 봐도 박식빵 작가님의 시월드가 더 엄청날 것 같고 나는 그나마... 이런 식의 비겁하고 찌질한 안도감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 읽기를 시작했다.
가장 잔인하고 소름끼쳤던 에피소드는 유산한 며느리에게 남들 다하는 임신, 입덧하네 마네 유세하더니 다신 연락하지 말라시던 시어머니... 어렵게 애를 낳았더니 젖, 젖 하는 것도 모자라 내가 네 젖 먹냐고! 그냥 아무 데서나 젖을 꺼내 아이 먹이라고 망언을 하시는 시아버지! 편이었다. 우리 장남매의 친할아버님께서도 늘 안부전화 때 젖은 잘나오냐고 물으시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왜 때문에 여자들의 몸은 임신하면서부터 공공재가 되는 것일까?

불순했던 목적을 어느새 잊고 어쩜 이럴까.. 하는 생각을 하는 동시에 불의에 저항하는 며느리 박식빵 작가님이, 할 말은 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시며 전수하시는 노하우들에 며느리 9년차인 나도 연습해서 하고 싶은 말은 해야지 ... 저절로 각오를 다지게 되었다.
서러우면 눈물부터 나와 말이 잘 안나오는 스타일이라면 차라리 침묵을 택하기를 감히 조언해본다. 결국엔 과거의 며느리요 현 시옴니께서도 깨닫게 되실테니 말이다. 안부전화를 비롯한 효도는 자기가 낳은 자식들에게 바라셔야 한다는 것을... 제발 시자의 망령은 내가 시어머니가 되기 전에 사라져, 내 며느리도 우리 볼살이도 행복하고 자유로운 시월드를 누리길.

그리고 남의 편들! 남 아닌 님의 편으로! 아내를 위한 변함없는 다정함과 사랑의 능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시길! 우리 모두 화이팅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