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의 기생충
린웨이윈 지음, 허유영 옮김 / 레드박스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제목만 들었을 때는(x) 읽었을 때는(o), 충격적이게도 특이한 책이겠구나 싶었다. 막연히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집어들었다. 그런 기대가 영 근거 없지 않게 느껴지는 것이 기생충학자인 작가의 어머니는 놀이공원 대신 하나뿐인 딸을 기생충박물관에 데려가고, 길에서 만나는 개똥 하나 무심히 지나치는 일 없이 고이 집어와서 냉장고에 넣어두는가 하면, 심지어 자신의 몸에 기생충을 기르는 그런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재밌을 줄 알았다. <<우리 엄마의 기생충>>이라는 책이 엄마의 이야기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우리 엄마의 기생충 = 린웨이윈, 작가 자신이기도 했다는 것을 책을 덮고서야 알았다.

이 책을 추천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이 썼던 말이 떠오른다. "그녀는 어디까지 자신의 인생을 더 비참하게 해야 성이 차는 걸까?" 나 역시 책을 읽으며 (입덧 중이라 가끔 비위가 상해서 황급히 덮어야하는 날도 있었다) 찌질함을 넘어서 비참과 비애로 가득찬 그녀의 삶을 이렇게 기록하는 것이, 세상에 낱낱이 드러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정말 누구를 위함인가! 전혀 상관 없는 사람인 나마저도 탄식하게 했으니 자해와 눈물로 가득한 그녀의 삶이 어떤 것인지 아직 읽지 않은 그대들 역시 가늠할 수 있으려나?

 

 

 

 

딸을 기생충만큼, 혹은 기생충만큼 딸을 사랑했던 어머니 아래 자라면서 그녀는 기생충과 자신을 끊임 없이 비교하며 자랐다. 그녀가 우울하고 슬펐던 치기 어린 시절엔 기생하는 그들보다 더 독립적이지 못하고 모자라다 생각해서 더욱 비참했다. 성충 시기인 지금도 모든 부분에서 독립하지는 못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정체성을 기생충에서 찾고 있다. 그들과 동질성도 갖고 있고, 차이점도 갖고 있는 그런 개체로서의 자신을 어렵게 발견했다.

 

 

 

 

 

쉽지 않은 고백과 과거를 털어놓은 그녀의 글을 통해, 독자들 또한 기생에서 독립으로 나아가기를... 사랑하는 것을 선택하고 살아가기를, 생명을 선택하는 나날이기를... 나 역시 그리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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